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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발견>
-마크 브래킷 (북라이프, 2020)
제4장 감정 인식하기
지금 기분이 어떤가? ‘생각하지 말고’ 대답하라. 당신의 근원적인 감정 상태는?
감정 과학자가 되기 위해 습득해야 하는 첫 번째 기술은 감정 인식하기이다. 이 장에서는 우리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방법을 알아볼 것이다.
1) 나의 ‘진짜’ 감정을 바깥으로 꺼내기 어려운 이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를 찾아보라고 하면 대부분이 실패한다. 진짜 감정을 드러내는 게 늘 좋지만은 않다거나,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살다 보면 인간관계에서 너무 큰 부담을 지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지 않고서는 이를 조절하는 데 필요한 기법을 배울 수 없다. 감정을 인식한다는 것은 곧 우리가 항상 뭔가를 느끼는 존재임을 아는 것이고, 인생에서 매 순간 감정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감정 인식하기가 중요한 이유는 의사소통이 대부분 비언어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고도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에는 표정, 몸짓, 목소리 톤 등이 포함된다. 첫 번째 단계인 감정 인식하기가 중요한데, 상대의 감정이나 기분을 인식한 후에야 그가 정확히 무엇을 느끼고 있으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감정을 인식하고 측정하는 도구, 무드 미터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의 감정에 제대로 관여하는 첫 번째 단계는 감정 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무드 미터(Mood Meter)는 제임스 러셀 교수가 개발한 원형 감정 모형을 토대로 제작. 가로축은 매우 쾌적함부터 매우 불쾌함까지로 기쁨의 정도를, 세로축은 매우 낮음부터 매우 높음까지로 활력의 정도를 나타냄.
2가지 요소(쾌적함 pleasantness, 활력 enery)만으로 모든 감정 상태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무드 미터는 가로축과 세로축에 따라 네 사분면으로 나뉜 정사각형이다. 각 사분면은 해당 감정 상태를 반영한 색으로 구분.
R Y
B G
상단 오른쪽은 노란색, 쾌적함과 활력 모두 높은 상태. 행복하고 신이 나 있으며 낙관적.
상단 왼쪽은 빨간색, 쾌적감은 낮지만 활력은 높은 상태. 화가 나 있거나 불안하거나 좌절감을 느끼거나 두려워하고 있지만, 열정이 끌어올라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경쟁심이 고취된 상태.
하단 오른쪽은 초록색, 쾌적함은 높지만 활력은 낮은 상태. 평화롭고 만족스럽고 온화하다.
하단 왼쪽은 파란색, 쾌적함과 활력 모두 낮은 상태. 슬픔부터 무관심, 심각한 우울증까지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아우르고, 공감과 염려도 포함된다.
3) 우리 감정은 끊임없이 오해받는다
무언의 신호만을 근거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추정하면 오해가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때가 많다.
나는 스스로 뭘 보여 주려 했는지 알 수 있지만, 남들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관찰자들은 자신들의 내 감정을 잘 파악했다고 확신할 때가 많다. 우리는 사람들의 감정을 두고 이런 자동적인 판단을 하루 종일 내리며 대부분 틀린다.
오해 받은 적이 얼마나 많았나?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잘못 이해한 적이 얼마나 많았나? 이상의 사례를 통해 감정 과학이 언어적 의사소통에 크게 의존해야 하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감정을 말로 분명히 표현해야 한다. 특히,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은 감정들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감정을 잘 이해하고 전달하고 효과적으로 조절함으로써 감정을 장애물이 아닌 발판으로 삼는다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4) 과연 표정만으로 상대의 감정을 눈치챌 수 있을까
표정을 읽는 것은 어머니와 갓난 아기 사이를 필두로 한 모든 인간관계의 기초가 된다. 표정 해석은 생존의 문제이다. 표정을 잘 읽을수록 주변 사람들의 의도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크먼보다 한 세기 앞서 찰스 다윈은 1872년에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을 발표했다. 이 책에서 그는 인간과 동물 모두 신체적으로 감정을 표현하여, 사람들이 공유하는 몇몇 보편적 표현 방식이 있다고 주장했다.
1970년대 에크먼을 비롯한 심리학자들이 여러 문화권에 걸쳐 일련의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인간의 얼굴은 6가지 기본 감정을 똑같은 방식으로 표현했다. 행복 슬픔 분노 공포 놀라움 혐오.(폴 에크먼 <표정의 심리학> vs 리사 펠드먼 배럿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들 6가지 감정에는 보편성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이 감정들과 관련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 배울 필요 없이 선천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또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이 감정들을 정확하게 똑같이 표현한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표정, 목소리 톤, 보디랭귀지 같은 비언어적 신호를 정확히 읽으면 사회적 상호 작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5) 감정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작용하는 수많은 편견들
감정 상태 해석에 보편성이 존재하는 한편, 다양한 요인에 따른 복잡한 차이점도 있다. 우선 문화적 영향이 작용한다. 같은 문화권에 속한 사람의 감정 상태는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문화권 사람의 표정에는 더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의 성격에 따른 차이도 있다. 친화력이 높은 사람들은 분노나 적대감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실제보다 우호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관계의 질이나 맥락이나 환경에 따라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현실 세계에서 다른 사람의 내면을 해석할 때는 깔끔한 감정 분류가 별 소용이 없다.
제5장 감정 이해하기
1) 감정의 밑바닥에는 대체 무엇이 깔려 있는가
감정 이해하기는 감정 과학자가 되는 데 필요한 5가지 기술 가운데 가장 익히기 어렵다. 이 단계에서는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유발하는 원인을 이해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
이 드라마의 시발점은 딱 한마디이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 왜 지금이지? 감정 이해하기는 그런 질문에 대답하면서 시작된다. 어째서 이런 식으로 느껴지지? 이 감정의 기저에 있는 이유가 뭐지? 무엇 때문에 이런 감정이 드는 거야? 이는 전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 감정이 다른 감정을 자극하기도 하고, 사건과 기억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감정 이해하기는 여행과도 같다. 모험이 될 수도 있다. 여정을 마칠 때쯤엔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곳,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어딘가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보다, 아니 우리의 바람보다 더 현명해질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데 그 외의 다른 방법은 없다.
감정 이해하기의 핵심은 감정을 자극하는 근본적인 주제나 그럴만한 원인을 찾는 것이다.
2) 감정을 이해하려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무드 미터에서 각 사분면에는 다양한 감정이 존재한다.
노란색 사분면에는 쾌적함과 활력이 모두 높은 영역. 기쁨, 놀라움, 흥분 같은 감정, 이런 감정은 어떤 상황에서 일어날까?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 마음속으로 축하할 때, 중요한 목표를 향해 소중한 한 한 발을 내디뎠을 때, 행복한 사건이나 경험을 기대하고 있을 때이다.
빨간색 사분면은 활력은 높지만 불쾌한 상태를 나타낸다. 분노, 두려움, 불안 같은 감정이 자리 잡고 있는 영역. 이 감정들은 대체로 과도한 경계심 유발, 심장 박동, 호흡, 혈압 수치를 올리는 투쟁-회피 반응을 일으킨다. 극도로 예민해져서 확신에 찬 눈길을 외부로 돌린다.
파란색 사분면은 쾌적함과 활력이 모두 낮은 영역으로, 슬픔과 우울의 연속선상 어딘가에 위치하는 감정을 나타낸다. 이 상태에서는 관심사가 좁아지며 비관적으로 사고하기 십상이다. 내면을 들여다보며 실패와 상실 등 이런 감정을 낳은 경험에 집중한다.
초록색 사분면은 쾌적감은 높고 활력은 작은 영역으로, 무드 미터에서 평온하거나 만족스러운 느낌을 나타낸다.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부족함이 없는 상태이며 현재를 만끽하는 데 집중한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하려는 욕구는 아주 낫다.
감정과 그 원인 및 결과를 한 쌍으로 연결하거나 집단으로 묶어 생각하면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질문이 진실을 찾는 데 효과적일지 알기 위해서는 형태 재인(pattern recognition)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수치심 : 외부의 판단에 의한 결과. 우리가 도덕 윤리 규범을 깼다고 다른 사람들이 믿는다는 인식에서 비롯한 감정.
죄책감 : 스스로 내린 판단의 결과. 한 일이 잘못되어 후회스럽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느낄 때 드는 감정.
부끄러움 : 사회적 규범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 생기는 감정.
질투 : 소중한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마음.
시기 : 다른 사람이 가진 뭔가를 원하는 마음과 관련이 있다. 그 대상은 사람, 물건, 지위, 명성일 수도 있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
기쁨 : 활력을 동반하는 감정.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느낌에서 비롯.
만족감 : 쾌적감 높은 평온해 지는 감정. 지금 이대로 완전하다는 느낌에서 비롯.
스트레스 : 과도한 요구를 받고 있는데 이를 충족할 능력이나 자원이 부족할 때 오는 반응.
압박감 : 발표하거나 면접을 볼 때 드는,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일의 성패가 갈린다는 상황인식에서 오는 감정.
3) 감정의 원인을 끈질기게 물어보고 그 대답에 진실되게 귀 기울이라
이해하기를 시도한다고 해 놓고 취조하듯이 묻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가 살펴보려는 사람이 처한 상황은 썩 좋지 않다. 모두에게 명쾌하고 냉철한 분석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모두에게 명쾌하고 냉철한 분석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자신들이 겪고 있는 복잡한 감정을 명확하게 표현할 능력과 어휘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감정의 폭발은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를 주지만 그 이유까지 알려 주지는 않는다. 폭발의 배후를 알고자 한다면 감정 표현을 허락하고 적절한 질문을 해야 한다.
감정을 이해하려면 스토리텔링 능력, 조망 수용 능력(타인 관점이나 입장을 이해하는 능력), 현재 상황을 이끈 감정과 사건을 종합해 재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을 발휘하려면 감정 심판자가 아닌 감정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 질문하지 않는다면 아직 기술을 익히지 못했다는 뜻이며, 대답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익힌 기술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감정 과학자는 모든 감정이 정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이를 인정하려는 진실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감정의 원인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자신은 물론이고 아이와 동료를 제대로 도울 수 없다.
4) 행동이 보내는 신호를 읽으면 감정의 의미가 보인다.
행동을 감정의 신호로 보지 못하는 문제 때문에 의사소통 오류가 얼마나 많이 생기는지 짐작되는가? 감정 이해하기는 어떤 면에서 가장 습득하기 힘든 기술이다. 감정을 이해하려면 ‘왜?’라는 강력한 질문에 대한 솔직하고 정확한 답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제6장 감정에 이름 붙이기
1) “괜찮아.”라는 말은 감정 표현이 두렵다는 뜻
감정들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감정마다 각각의 이유와 행동 방향이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경험하는 감정을 발견하고 이름을 붙이는 데 필요한 방법이다.
RULER 과정에서 감정에 이름 붙이기는 중심점이자 경첩 역할을 한다.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우리 감정은 고작 시작 단계에서 그치고 만다. 일단 이름을 붙이면 감정에 내재된 힘을 얻을 수 있다.
2)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면 잘 대처할 수 있다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의 50%는 부정적이고 30%는 긍정적이며 20%는 중립적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더 많이 이유는 인간의 뇌가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다르게 처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긍정적 감정에 피상적인 관심만 주는 경향이 있다. 부정적 감정은 여파가 더 큰데,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므로 이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 속 편도체 활동이 감소한다. 쾌적함이 낮고 활력이 높은 영역에 해당하는 감정들(짜증, 역겨움, 거슬림, 불만족)을 각각 규정할 수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반응을 조절할 수도 있다. 도발적인 자극을 받을 때마다 격렬한 분노를 터뜨리기에 앞서 자신을 다잡게 되는 것이다. 감정에 이름 붙이기에 사용하는 단어들이 자아 성찰을 위한 여유를 만들어 준다.
입자도(granularity)는 감정에 이름 붙이는 방법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용어. 주된 일반화된 용어에 안주하지 않고 단어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알갱이가 될 때까지 의미 범위를 좁혀 우리 느낌을 협소하고 정확하게 정의한다는 뜻이다. 감정 입자도가 높은 참가들은 그들의 감정 경험을 훨씬 잘 구별해 낸다. 입자도가 낮은 피실험자들은 분노, 걱정, 좌절 같은 감정의 차이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다. 입자도가 높은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당황해서 무너지거나 알코올 의존증에 빠질 가능성이 낮으며 부정적인 경험에도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낼 가능성이 높았다.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감정에 이름을 붙이면 그 감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잘못 추측하면 실제 감정과 동떨어진 대처를 하게 된다. 당황이나 두려움은 겉보기에 불안과 상당히 비슷해서 실수하기 쉽다. 정확하지 않은 이름을 붙이면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려다가 잘못된 길로 인도할 위험이 있다.
3) 힘들고 괴로울 때 감정을 ‘스트레스’로 뭉뚱그리지 말라
감정에 이름 붙이기를 잘하는 비결은 정확한 단어를 찾아내는 것이다. 학교나 직장에서 감정에 이름을 붙일 때 가장 흔히 겪는 어려움은 모두가 스트레스라고 부르는 것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불안, 두려움, 압박감, 진짜 스트레스를 구분해야.
분노는 불공평하거나 부당한 처우에 대한 반응이고, 실망은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4) 감정을 이해하고 이름을 붙이면 일어나는 마법 같은 변화
감정을 이해하고 이름을 붙이면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감정을 인정하기만 해도 변화의 동력이 생긴다. 감정을 표현할 단어를 잘 모른다는 것은 단지 묘사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만이 아니다. 삶은 만들어 가는 작가로서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