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방랑자> 늘샘 감독, 다큐멘터리, 여행, 103분, 2021년
2년의 세계일주라지만 이야기는 남미에서 강도를 만나 카메라 등을 모두 털리고 난 뒤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며 시작되는 여정을 담고 있다. 그야말로 배낭여행객의 신난한 모습과 세계적인 빈부격차와 고통 속에서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다큐의 장점은 세계 여행이라고 해서 세계의 아름다움이나 감동을 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겪으며 처음부터 일관된 감독의 경계인으로서의 자의식이다. 그는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카메라의 렌즈가 되어 사람들의 현실을 목격하고 기록한다.
= 시놉시스 =
유최늘샘 감독이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40여 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지구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카메라는 세계 일주 여행에서 흔히 떠올리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보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주목한다. 아이스크림 장수, 택시 기사, 베네수엘라 난민, 마푸체족 원주민, 타투이스트, 장기 여행자, 어린 학생들까지, 피부색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달라도 내일의 행복을 바라고 평화를 원하는 마음만은 동일하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언어적 한계가 있지만,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보통 사람들의 인터뷰는 담담하고 유쾌하게 마음을 친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가 잠재적인 디아스포라임을 체험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통의 가치를 발견하며 다양성을 학습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팬데믹의 시대에 자유로웠던 지난날의 여행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유다.
(2021년 제9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기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