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는 국살(國殺)되었다. 조금 심하다고 생각하실런지 모르겠으나, 사실이 그런 것을 어찌하랴. 물론 원인이야 (당신들 말대로) 이라크를 침공한 미제국주의의 오만방자하고도 남을 만행이다. 누구도 그것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문제는 당신들의 그런 주장이 겉돌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을 이제와서 새로운 의제인 양 강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피랍 사실이 확인된 이후 최선을 다 하겠다는 내용의 성명과 보도자료를 줄창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순진한" 여당의 의원들과 대통령의 아랍세계를 향한 "파병은 이라크를 위한 것이다. 선처를 부탁한다"는 호소가 전부였다. 우리야 이라크와 아랍의 평화 재건을 위해 간다지만, 그네들은 외국군의 주둔 자체가 평화를 해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살려달라는 말보다 파병은 정당하다는 말을 해 버렸으니, 동문서답이 따로 없다. 누구말대로 지독한 아마추어리즘의 재발동이 맞는 지도 모르겠다.
NL 변주곡 No.2
탄핵사태는 열린우리당을 민주세력으로 둔갑시켰다. 1~20여년 전에야 그들이 정말 그랬는 지도 모르겠지만, 자국민의 생명을 국익과 저울질하며 도박이나 벌이는 작자들은 분명 과거의 그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탄핵과 총선을 통해 정부와 여당의 정책은 (합리성의 확보에 있어) 반 이상 먹고 들어가고 있으니, 그들이 쓰는 연막술책의 수용적 확산은 시간문제인 듯하다.
물론, 자국민을 죽이지 못 해 안달났던 과거 반민주적 군사독재정권에 비하면 조금 낫긴 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판단일뿐 질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나을 것이 없어 보인다. 죽이는 놈이나 죽는 걸 그냥 두는 놈이나 (재산권과 생명권 보호를 대가로 권력을 받았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결과적으로 근대의 시민에게 죽음을 강요한 것은 같기 때문이다. 이것이 노무현 측근에 깔린 과거 NL의 한계이다. 그들에게야 한반도 평화가 대전제이니, 자국민 하나 쯤이야 열사 만들어 주면 된다고 생각했는 지도 모를 일이다. 부풀려 재생산 되는 한반도 위기는 대중으로하여금 스스로 열사와 투쟁판 - 파병 - 을 정당히 받아들이도록 하는 훌륭한 최면제가 되는 셈이다. 선동질과 동원이라는 그 구질구질하고 못된 습관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거시적인 벤치마킹을 구상중인 듯 하니, 씁쓸하기 그지없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대단한 국익 앞에 민족이나 해방따위를 올리는 것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암~ 그렇고 말고. 지당하신 말씀!
총체적 자기 모순에 이르다
파병이 정당하다고 우기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그 지지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 대표노빠를 자처하는 유시민 의원의 경우, (대부분의 여당인사와 지지자들도) 파병에 반대하지만 대통령의 선택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노무현을 대변한다. 그런데 이제와서는 파병이 이라크 평화 재건을 위한 것이란다. 이라크 파병의 싹수가 노란 것은 세상이 다 아는데, 그리고 자신들도 그렇게 이야기 했었는데, 어떻게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그런 생거짓말을 날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된 바 있는 수준급의 특기 - 거짓말 - 를 살려 파병을 철회 하겠다고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그들에겐 제국의 표정 하나에 일희일비 하는 것이 매우 자랑스런 일이고, 자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납치범의 요구에 귀기울이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인가보다. 여하튼, 여당은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파병에 힘 싣던 <조선일보>와 한나라당보다도 한발 앞서 가는 것 같다. 기어코 파병의 적극적 의미를 획득했으니 말이다.
반성하라!
법률용어 중에 미필적 고의라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해,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된다"는 예측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해서 저렇게 된" 경우가 발생하였을 때의 책임을 가리키는 것이다. 파병을 철회하지 않으면 김선일씨를 죽이겠다는 놈들한테 그래도 파병은 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까지 한 점은 정부와 여당에게 해결의지가 있기는 했었는 지를 의심케 한다. 정부와 여당은 자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 한 것에 사과해야 한다. 파병의 원죄를 지고 있는 한나라당도 결코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 하다. 대책이라고 하는 것이 고작 성명 발표와 항의, 촛불시위 참여 뿐이었던 민주노동당도 (제3당으로서) 반성해야 옳다.
여당의 지지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자들에게 부탁드린다. 이 번 사건의 책임을 미국에게만 돌리지 말고, 제발 당신들 우상의 면면을 돌아보시라. 지금이 한가하게 조지 부시의 낙선이나 미국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늘어놓을 때인가? 무시무시한 우리 내부의 그것부터 쪼아대는 것이야말로 (그대들이 즐겨쓰는) 상식 아니겠는가. 진정 화가 나고 슬프다면, 국회 비준 거부로 해결하자 등의 어린애 같은 말은 그만두시고, 당당하게 파병에 반대하시고 전쟁에 반대하시라!
박이용준님 ! 반갑습니다. 이사건은 어떤 특정집단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평소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목소리를 높힙니다. 예를 들면 미국을 배척하여 주식값이 떨어지고 경제사정이 급격히 나뻐지면 온통 나라가 금방 망할드시 난리를 피우고, 미국에 협조하면 왜 비굴하냐
노무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사람중의 한사람으로 박이용준님의 쓴소리를 아프게 듣겠습니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이 되기전에는 대통령과 여당의 행보가 문제가 있어보여도 말을 안하고 참곤 했었는데 이제는 비판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광적으로 지지하다 어느날 뒤돌아서서 또 광적으로 공격하는
첫댓글 제가 요즘 교생실습 중이라 인터넷을 할 시간이 거의 없네요.. 자주 들르지 못 해 죄송합니다~
박이용준님 ! 반갑습니다. 이사건은 어떤 특정집단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평소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목소리를 높힙니다. 예를 들면 미국을 배척하여 주식값이 떨어지고 경제사정이 급격히 나뻐지면 온통 나라가 금방 망할드시 난리를 피우고, 미국에 협조하면 왜 비굴하냐
노무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사람중의 한사람으로 박이용준님의 쓴소리를 아프게 듣겠습니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이 되기전에는 대통령과 여당의 행보가 문제가 있어보여도 말을 안하고 참곤 했었는데 이제는 비판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광적으로 지지하다 어느날 뒤돌아서서 또 광적으로 공격하는
그런 무책임한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관점에서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비판하고 맞다 싶으면 적극 나서서 엄호하고 그러고 싶습니다. 이번 이라크 파병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 못된것 같습니다...
저도 한 때 개혁당에서 활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유시민의 당선을 위해 함께 했던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제 말씀이 무례했다면 용서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