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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소통과혁신연구소 원문보기 글쓴이: 익명회원 입니다
지금, 이곳에서 민족과 민족주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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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세상읽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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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일 새세상연구소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1세기에 민족을 다시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서유석의 사회로 이루어진 이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은 발제자 최규엽, 토론자 강정구, 김원열, 진중권, 구갑우 그리고 촛불 중심의 청중들이었다. 이 토론회에는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고, 토론의 열기도 정해진 시간을 넘길 정도로 만만치 않았다. 이 글은 토론자로서 발언했던 것과 평소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촛불과 우리의 민족 문제 작년 봄 촛불이 광화문 네거리 일대를 뒤덮었을 때, 진보를 추구하는 지식인들이 촛불을 다양한 방식으로 예찬했다. 그랬는데 그해 여름 이명박 정권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촛불의 숫자가 줄어들자 이내 “촛불은 꺼졌다.”는 패배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까지 각종 악법, 용산학살, 쌍용자동차 문제 등에서 경찰의 폭력 앞에서도 촛불은 저항의 빛을 발했다. 직접민주주의의 상징인 촛불은 내용면에서 매우 다양했고, 그 가운데 민족 문제에 대한 의식도 명료하게 빛났으며 지금도 그 불빛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민족 문제를 살펴보자. 지금, 이곳에 민족 문제가 없다면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한 논의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곳에 민족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 흔히 초강대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에 의해 우리 민족이 분단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확대되어 사적 소유가 철폐되면 심각한 손해를 입을 것이 분명했던 독점자본의 절박한 요구와 강제에 따라 우리 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진 것이다. 그 이후 지금까지 분단체제의 문제, 휴전선 이남에 외국군인 미군이 여전히 주둔하고 있는 문제,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위축시키고 변혁의 실천을 억압하는 국가보안법 문제 등이 민족 문제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민족과 일상 생활의 문제 그렇다면 민족 문제와 일상 생활의 문제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지금 지구촌은 금융자본의 위기 시대이고, 이곳 또한 그 위기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고단한 일상을 영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문제는 무엇보다 경제 문제, 그리고 인간답게 사는 문제이다. 그런데 분단체제하에서는 열심히 일해도 빈부격차는 심화되고, 생존의 문제는 불안하며, 인간답게 살기도 쉽지 않다. 물론 극소수는 분단체제가 유지됨으로써 기득권을 유지하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분단체제하 금융자본의 독재 아래서 삶이 더욱 어려워지고 용산학살처럼 자본의 요구에 따라 죽임까지 당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금융자본은 우리처럼 개방된 사회에서 자유롭게 민족과 국경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한다. 론스타와 쌍용자동차 문제에서 나타났듯이 금융자본의 먹튀 즉 먹고 튀는 현상은 이 땅의 반쪽자리 민족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세계화를 추구하는 금융자본에게는 민족은 거론되는 것조차 거북하고 이윤 추구에도 매우 거추장스런 것이다. 그래서 금융자본은 실재하는 민족의 범주를 해체하고 금융자본의 무한한 자유를 주장한다. 이 탈민족의 이념적 표현이 바로 신자유주의인 것이다. 세계가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아도 이른바 신자유주의는 이명박 정권의 매개를 거쳐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분단체제하 자본의 독재에서 민족의 경제적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민족 문제와 민족주의 그런데도 진보를 추구하는 지식인들 가운데 일부는 민족을 허위의식으로 생각하거나, 민족 문제가 있다고 인정해도 민족주의가 유일한 해결 방법이 아니라고 여긴다. 민족은 객관적으로 오랜 기간 일정한 지역에서 혈연, 언어, 문화, 역사, 경제 등을 공유하며 주체적 측면에서 운명공동체의 의식을 공감하는 사회적 집단이다. 지금, 이곳에 민족이 실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족을 단지 허위의식으로만 파악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분단체제하에서 남과 북 그리고 해외까지 약 8천만의 민족이 존재한다. 민족 문제가 분명히 있는 상태에서 그 해결 방법은 다양하게 모색될 수 있지만, 그 가운데 민족주의는 신자유주의에 맞서면서 민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이념이다.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서구 중심주의에 종속된 지식인들은 민족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실제로 지난 세기 서구 자본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난 제국주의 즉 침략적 민족주의나 파시즘의 문제 속에서 민족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서구적 맥락에서는 타당하다. 그러나 일부 지식인들이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저항적 민족주의를 계승하고 있는 지금의 민족주의 흐름을 단지 서구 중심주의에 서서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는 것이다.
민족주의는 민족의 이익을 가장 중요한 가치 기준으로 설정하는 강력한 신념체계이고, 민족의 이익을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하는 사람을 민족주의자라 한다. 그런데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분단체제하 휴전선 이남은 민족주의자가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던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민족주의가 제대로 형성되기는 거의 어려웠다. 군사 독재와 자본 독재에서 민족의 이익을 추구했던 통일과 평화의 민족주의자는 죽임을 당했고, 반민족행위자들이 민족의 이익을 철저히 배반하고 외세에 빌붙어 득세하였던 것이다. 그 결과 지금 이곳에서는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자영업자 등과 같은 민중의 삶은 급격히 피폐해지고 반민족행위자들의 계보를 이은 자본가 계급은 나날이 그 이익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와 진보적 민족주의 그렇다면 분단체제하 금융자본의 독재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칭 뉴라이트는 금융자본의 세계화는 불가피한 현상이므로 민족 이념을 버리고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태도는 민족 모순을 방치하고 반민족행위를 통해서라도 자본의 노예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보를 추구하는 지식인들 가운데 일부가 금융자본의 세계화에 대해 낡고 위험한 민족주의를 버리거나 땅에 묻어버리고 자본에 맞서는 국제 계급연대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제 계급연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곳의 민족주의가 결코 낡은 과거의 문제는 아니며, 금융독점자본의 신자유주의에 맞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할 수 있는 이념이 바로 진보적 민족주의인 것이다. 서구 민족주의의 경우 발생 초기에 봉건제를 붕괴시키는 데 민족주의가 진보적 역할을 했지만, 자본주의가 제국주의의 단계로 접어든 이후에는 민족주의가 자본가 계급의 보수 우익의 이념으로 되었다. 이에 비해 지금 이곳의 분단체제하에서는 신자유주의의 탈민족 이념에 맞서는 대항이념으로서 진보적 민족주의가 절실히 요청된다.
민중 중심의 민족주의 그렇다면 민족주의의 주체는 누구인가? 민족주의의 주체를 단지 포괄적인 민족으로만 설정할 경우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엉뚱하게 악용될 수도 있다. 민족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반민족과 반민중으로 악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민족주의에는 반드시 계급의 관점이 필요한 것이다. 계급의 측면에서 볼 때, 민족주의는 자본가 계급이나 노동자 계급과 같은 단일 계급이 아니라 민중이라는 계급들의 연합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민중 중심의 민족주의이다. 민중 중심의 민족주의는 민족주의가 자본가 계급에게 독점되거나 악용되지 않게 만들 수 있으며, 민족주의의 탈계급의 문제 또한 경계할 수 있게 한다.
민중 중심의 민족주의는 분단체제하 민족의 모순과 함께 계급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민족 통일의 중요한 이념이기도 하다. 바람직한 민족 통일을 지향한다면 민중 중심의 민족주의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 동안 분단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몇 가지 방법들이 있었지만, 분단체제하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반민족 세력들은 결코 민중 중심의 민족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민중 중심의 민족주의는 한편으로 자주적인 통일을 지향하며, 다른 한편으로 계급 연합으로서 민중 중심을 확고하게 견지하는 지금 이곳의 진보적인 실천 이념이다. 지금 이곳의 절실한 과제는 이 민중 중심의 민족주의라는 촛불을 민족 모순과 계급 모순 극복의 광장에서 구체적으로 일상 생활의 횃불로 타오르게 만드는 사회적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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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필제님항상 건강하세요.필제님
항상 반갑게 맞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박 현채님의 "민족경제론"을 추천합니다.
추천하신 책 꼭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민족주의랑 진보랑 무슨 상관이죠?민족주의가 때에 따라 봉건제를 무너뜨리는 진보로 작용하였다가 기득권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보수로 작용하였다가 다시 범세계적인 자본의 힘에 맞서는 진보로 작용해야한다면 그것은 말하기 좋은 명분에 불과한 것 아닙니까?
민족주의는 다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