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을 하는 회원님들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지만
미국 일류대학생들의 생활은 어떤지 알고 있는 것은 좋을 것 같습니다.
[여성조선] 예일대 엄친딸, 이래나의 리얼 다이어리.
당연한 말이지만 시간관리를 잘하는 사람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예일대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진리를 수시로 되새겨야 한다.
하루가 부족하다!
예일대 입학 이후 첫 수업. 본격적으로 수업을 들으면서 든 생각은 ‘하루가 부족하다’였다. 수업이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것은 익히 들었고 짐작도 했지만, 실제 들은 수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학생도 교수도 정말 뜨겁고 치열했다. 예일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배우려고 왔으니 열심히 하겠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지식 앞에서는 남을 개의치도 않는다. 전통적으로 아카데믹하다고 알려진 학교의 분위기 때문인지, 모든 학생들은 어딘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열심히 공부에 매진한다.
자존감이 강하고 똑똑한 학생들이다 보니 수업시간 열기가 굉장히 뜨겁다. 한국에서는 교수의 말을 경청하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수시로 치열한 격정의 토론이 열리기도 한다. 교수의 말이 본인의 생각과 다르면 당당하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어필하면서 한 주제를 두고 치열하게 파고드는 분위기다. 보통 이런 학생이 한두 명인데, 이곳에서는 대부분의 학생이 비슷한 성향이다. 모두가 질문할 시간이 모자라서, 한 명이 많은 분량의 질문을 하면 민폐가 되는 분위기다. 모두가 질문에 목말라하고, 배우려고 온 금과 같은 시간이기에 허투루 쓸 수가 없다.
수업은 굉장히 재미있다. 수준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고, 내용은 깊다. 두꺼운 전
공책을 모조리 읽어 가야 수업시간 진도를 따라갈 수 있을 만큼 타이트하게 진행된다. 물론 학생들의 수용 능력을 가늠한 분량이겠지만, 진도를 나가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생긴다. 미리 공부를 해두지 않으면 수업이 끝나고 따로 복습을 하는 데 몇 배의 시간을 들여야 해서, 미리미리 공부하는 것이 몸에 배게 된다. 기본적으로 투자해야 할 시간에 각종 과제까지 해내다 보면 시간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느껴지는 이유는 또 있다. 예일대는 각종 클럽 커뮤니티가 활발하기로 유명하다. 대학은 단순히 학점을 따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접해보고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예일대의 교육철학이기도 하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비리그가 비슷한 문화이지만, 예일대는 그중에서도 특히 클럽활동이 체계적으로 잘 이루어지는 곳이다. 나는 펜싱부 소속인데, 시합에 나가고 훈련을 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펜싱부 멤버들끼리 또 스터디 그룹을 만들기도 하고, 별도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대학생활이 채워질 정도로 훌륭한데 예일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두세 개의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관심 분야 혹은 연구 대상이 있으면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룹을 만든다. 시간관리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으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룹 스터디는 시간관리 전략?
예일에서 혼자만의 공부는 불가능하다. 상대평가라서 모든 사람의 점수가 잘 나올 수 없다. 수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친한 아이들끼리 그룹을 만든다. 각자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다가 ‘이런 부분이 필요하겠다’ 하는 부분이 있으면 필요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룹 스터디를 시작한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예일대생이라고 해서 전혀 새로운 공부법이 있는 건 아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불변의 학습법, 각자 노트를 해서 구글닥 같은 인터넷에 그룹을 만들어 내용을 공유하는 식이다. 도서관에 있는 스터디룸에서 토론이 진행된다. 내가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도서관에는 그룹 스터디를 할 수 있도록 룸이 마련되어 있다. 방음은 기본이고, 프로젝터 등 공부를 하는 데 필요한 장비들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이다.
이렇게 그룹을 짜서 공부를 하면 혼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을 챙길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캠퍼스 안에서 인맥 형성도 가능하다. 각자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문화지만, 학교에서 권장하는 부분도 있다. 수업에 따라 선생님이 9명 정도 짜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준다. 혼자 풀면 못 푸니까 공유를 하라는 시스템이다. 졸업 이후 사회 진출을 했을 때 정말 소중한 ‘예일 인맥’을 미리 만들라는 숨은 의도도 있다.
사실 처음에 나는 같이 수업 듣는 친구들에게 먼저 (그 어떤 질문이라도) 안 물어보는 편이었다. 한국에서는 혼자 공부하는 스타일이기도 했고, 처음 만난 사이인데 모르는 것을 먼저 물어보는 것은 어쩐지 자존심이 상하는 행동인 것 같았다. 상대가 ‘이것도 몰라?’ 하고 생각하진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승부욕과 자존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룹 스터디가 보편화되어 있는 이곳에서 공부를 하면서, 내 생각과 행동이 정말 불필요한 것이었다는 것을 금세 알았다. 오히려 내가 먼저 말을 건네면 더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혹시 내가 못 하고 있더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라는 것도 배웠다. 왜냐하면 나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내가 이 부분을 못 하겠는데 도와줄 수 있니?’라고 먼저 손을 내밀면 ‘그래? 그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하면서 방법을 찾아주면 그만이고, 혹시 도움을 줄 수 없으면 ‘미안한데 그 부분은 내가 모르는 부분이다’ 하면 그만이다. 예일대생은 불필요한 감정으로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다. 친구에게 무언가를 요청했을 때 거절을 당하면 ‘나는 이만큼 해줬는데, 넌 왜 안 해줘?’라는 마음이 들면서 혼자 얼굴이 빨개지고 서운해지게 되는데, 이곳에서 지식을 얻는 것 이외의 모든 일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그런 문화를 점점 알아갈수록 미국의 ‘노(No)’ 문화를 알게 되었고, 오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모습들이 자칫 ‘남에게는 관심도 없는 이기적인 사람들’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 예일대 학생들의 예의범절이나 애티튜드는 그야말로 ‘신사적’이다. 이렇게 시간에 쫓기는 처지지만, 캠퍼스에서 길을 물어보는 간단한 질문에도 상대가 완전히 알아들을 때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매너를 가진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예스’와 ‘노’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미국 대학생활에서 꼭 필요한 정서인 것 같다. 다들 공부에 있어서는 정말 쿨하다. ‘노’라고 대답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합리적인 사고는 내가 예일대에서 배운 첫 번째 소중한 자산이다. 물론 나도 시행착오는 있었다. 한번은 내가 도움을 준 친구에게 부탁을 한 적이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너무 차갑게 ‘안 된다’고 거절을 해서 서운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가까운 사이니까,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 너도 이만큼 해주는 게 당연한 거다’라고 생각했던 터라 당황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합리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캠퍼스 문화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학교가 지켜보고 있다!
대학에 들어왔으니 열심히 놀기도 하면 좋으련만, (물론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겠지만) 다들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 상상을 초월하게 열심히 공부한다.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 이상해 보일 정도다. 옷을 아무리 예쁘게 입어도 커다란 배낭 패션을 피할 수 없다. 나는 평소에 단정하고 깔끔하게 입고 다니라는 엄마의 조언으로 항상 패션에 신경을 쓰는 편이지만, 수업을 소화하려면 커다란 배낭은 선택이 아닌 필수 아이템이다. 한국의 패션 피플들이 보면 기겁을 할 만한 치마 패션에 커다란 배낭을 멘 모습은 예일에서는 흔한 풍경이다.(평소엔 이렇게 다니던 학생들도 일요일 파티가 열리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따로 들려드리겠다.)
한 시간에 두꺼운 전공책 한 권씩 쑥쑥 진도가 나가는 ‘빡센’ 수업은 절로 시간관리를 하게 만든다. 그 이면에는 예일 측의 고도의 전략도 있는 것 같다. 커리큘럼 자체가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으로 맞은 가을방학을 보내면서 학교의 전략과 숨은 의도를 깨닫고 무릎을 친 적이 있다.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예일에도 일주일 반 정도의 가을방학 기간이 있다. 방학이란 자고로 몸과 마음이 자유롭게 푹 쉬어야 하는 때인데, 돌아오는 날 시험을 본다는 비보를 접했다. 짧지만 자유와 해방의 시간을 가지려고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일주일 반이라는 시간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공부했던 것을 다 날려버릴 수도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실라버스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일정이라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했는데, 학교의 고도의 전략이었다. 방학기간에 놀지 말고 계속 리뷰하고 한 번이라도 더 공부하라는 전략 말이다. 방학이 끝나고 이 사실을 알았다. 긴장해서 열심히 공부를 해 갔는데, 가을방학 이후의 시험은 성적에 반영되는 시험이 아니었다. 신입생들만 겪는 일이고, 아예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복불복인 시험은 방학에도 바짝 긴장해서 시간관리를 하라는 학교의 가르침이다.
다음에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시험기간의 시간관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파이널 기간이 되면 모든 학생들이 먹을 것들을 한가득 사둔다. 거의 전투식량 수준이다. 모든 먹을 것을 기숙사에 들고 오는데 단지 밥 먹는 시간마저 아까워서다. 기숙사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 같은 스위트 아이들끼리 기숙사 거실에 ‘식량’을 갖다 놓고 먹는다.(한 학기의 경험으로 이 시기의 체중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일대에는 ‘프레시맨 피프틴’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신입생들은 시험기간이 끝나면 체중이 기본으로 15파운드는 늘어난다는 말이다.)
잠을 자지 않는 예일대생?
나는 새벽 2시만 되면 잠이 온다. 시간은 늘 부족하지만, 잠자는 시간을 줄일 수는 없다. 시험기간에도 새벽 2시가 한계라서 깨어 있을 때 집중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런 내가 처음에 깜짝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새벽에 잠을 자지 않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내가 잠드는 새벽 2시에 도서관으로 가는 아이들이 있다. 그전까지는 클럽활동 때문에 너무 바빠서 혼자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 그 친구들의 말이다. 스스로 더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있어서 가는 친구들도 있다. 공부벌레 스타일은 아니고, 천재형으로 무언가에 꽂힌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밤에도 잠을 자지 않고 활동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낮잠 타임을 잘 활용하는 편이다. 학교에서 정해둔 공식적인 낮잠 타임이 있다.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오후에 한두 시간 쪽잠을 자두면 나머지 시간을 조금 더 쾌적하고 집중력 있게 보낼 수 있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가장 확실한 전략은 평소에 체력관리를 잘해두는 것이다. 몸이 건강하면 깨어 있는 시간에 정신도 맑다. 정신은 육체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라도 하듯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체육관이다. 예일대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바로 체육관인데, 그 어떤 지식보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진리를 빌딩이 은연중에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곳을 자주 활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설이 정말 잘 갖춰져 있다. 수영장, 레슬링, 펜싱, 카누, 카약, 요가클래스까지 거의 모든 종목을 입맛 따라 즐길 수 있다. 입이 딱 벌어지는 시설을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체육관 건물을 보고 있노라면 학교에 대한 애정이 절로 샘솟게 된다. 관심 분야에 따라 자유롭게 어떤 운동이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퍼스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전통파도 많다. 이들을 직접 인터뷰해본 건 아니지만,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체육관에 가는 시간도 아까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 약속은 칼처럼
모두에게 중요한 것이 시간이다. 그래서 예일에서 시간 약속은 칼이다. 30분은 기본, 한 시간, 두 시간 이상 늦거나 10분 전에 약속을 취소하는 코리안 타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간이 가장 귀한 이곳에서, 본인이 아니라 상대방의 시간을 빼앗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 이곳의 이런 시간개념에 철저한 문화는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라 적응하기 쉬웠다. 시간개념에 투철한 아빠의 가르침을 어려서부터 들어온 덕분이다. 어떤 약속이든 항상 30분 전에 도착해서 기다리라는 것이 아빠가 알려주신 좋은 습관이다. 젊은 시절 그룹 ‘코리아나’로 활동하셨던 아빠는, 공연으로 세계를 휩쓸고 다니며 시간개념에 철저한 분이 되셨다.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 시간에 늦지 않음으로써 상대를 존경하고 상대의 시간까지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예일대에 오니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시간에 늦으면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죄를 지은 것처럼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공평하지 못하게 된다. 손해도 이런 손해가 없다. 시간개념이 없을수록 성공에서 멀어진다는 아빠의 말은 사실인 것 같다.
다른 학교에서 특강을 듣거나 하게 되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 버스를 탔을 때 나는 이 친구들이 다르구나, 내가 배울 점이 많구나 새삼 느꼈다. 한국에서 학교 친구들과 캠핑을 가게 되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여자들끼리 혹은 남자들끼리 삼삼오오 뭉쳐서 이야기를 하거나 놀기 마련인데 여기 친구들은 띄엄띄엄 혼자 앉아서 자리를 잡았다. 짧은 이동시간이지만 혼자 책을 읽거나 에세이를 쓰거나 자기만의 시간을 보낸다. 수다를 떨거나 멍하니 잠을 자는 친구는 거의 없다. 문화 자체가 이렇게 형성되어 있으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절로 터득할 수 있는 것 같다.
- 더 많은 기사는 여성조선 02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구~무시라~~공부는 그렇게 하는것이군요..^^
앞부분만 읽어봐도 느끼는 바가 큽니다.. 밤에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문화가 다를지라도 좋은 생활습관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