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3571]두 보 - 立秋後題 (입추후제)
立秋後題 (입추후제)
두 보
日月不相饒 (일월불상요)
節序昨夜隔 (절서작야격)
玄蟬無停號 (현선무정호)
秋燕已如客 (추연이여객)
平生獨往願 (평생독왕원)
惆悵年半百 (추창년반백)
罷官亦由人 (파관역유인)
何事拘形役 (하사구형역)
입추 뒤에 쓰다
해와 달이 봐주지 않아
절기가 어제 밤에 바뀌었다
매미는 쉬지 않고 울고
가을 제비는 이미 나그네 같다
평소 홀로 가고자 하는 바램
나이 반백이라 마음이 슬프구나.
벼슬 그만두는 것도 또한 남의 결정에 따르는 터,
무슨 일로 육신의 부림에 구속되나?
*이 시는 건원 2년 입추 다음 날에 쓴 시로,
당시 두보는 화주사공참군으로 있었다.
시 속에 벼슬을 버리고 떠나려는 심사가 드러나 있다.
* 饒(요) - 너그럽게 대해주다.
이 구는 '세월이 무정하게 흘러간다' 는 뜻이다.
* 節序(절서) - 절기. 여기서는 입추를 가리킨다.
昨夜隔(작야격) - 어제가 입추였다는 뜻이다.
* 玄蟬(현선) - 가을 매미.
* 客(객) - 두보 자신을 두고 한 말이다.
이 구는 '제비가 두보 자신처럼 멀리 따나고자 한다' 는 것이다.
가을 제비는 공이 스스로를 비유한 것이다.
화주를 떠나려는 것이 제비가 둥지를 떠나는 것과 같음을 말하였으니,
그래서 '나그네와 같다' 고 한 것이다.
* 獨往願(독왕원) - 홀로 가고자 하는 바람.
세속을 떠나 홀로 자유롭게 놀고자 하는 바람을 뜻한다.
* 惆悵(추창) - 마음 아파하다. 탄식하다.
年半百(연반백) - 나이가 오십 세이다.
당시 두보는 48세였다.
* 罷官(파관) 구 - 벼슬을 그만 두는 것도 남의 결정에 달렸음을 말한다.
* 形役(형역) - 마음이 육신에 의해서 사역되는 것을 뜻한다.
도연명 <귀거래사歸去來辭> :
이미 스스로 마음이 육신에 부림을 받았는데,
어찌 마음 아파하며 홀로 슬퍼하리오.
(旣自以心爲形役, 奚惆悵而獨悲.)
전반부 4구는 입추 후의 경물이고,
후반부 4구는 시를 지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