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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인 11월 17일 춘천에 있는 금병산에 가다.
참석자는 자연인, 제니, 포랜나들, 훈장 이렇게 4명.
8시 45분 춘천발 ITX 열차를 타기 위해 청량리역에 8시 10분쯤 도착하니 조금 뒤 자연인님 예의 환한 미소로 나타나고.
일부 2층 객차로 구성돼 있는 ITX 열차는 첨 타보는데 차량의 외부나 내부나 정갈하기 그지없어 KTX 버금가더라는.
포랜나들님과 제니님은 김유정역에서 10시에 만나기로.
ITX 열차가 김유정역에 서지 않는 관계로 남춘천역에 내려 일반 전철로 다시 한 정거장을 거꾸로 가서 내리다. 이 때 시간이 9시 58분. 예전 간이역이던 신남역이 김유정역으로 이름이 바뀌고 경춘선이 전철이 되고는 이렇게 한옥식 신역사가 위치를 조금 바꿔 새로 들어섰다. 기온은 조금 낮으나 햇살이 눈부실 정도로 밝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다.
김유정역 바로 옆에는 레일 바이크 타는 곳도 생겼더라는. 아마도 현재로서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이 레일 바이크를 탈 수 있는 곳이 이 곳이 아닐까 싶다.
10시 15분경 김유정역에서 포랜나들님과 제니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비로서 4명이 된 우리 일행은 김유정 문학관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추수를 진작 끝낸 텅빈 논엔 곡식을 털고 남은 낟가리가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찬 서리가 내린 밭에 초록색이 반가워 바라보며 이 것이 무얼까 궁금해 하는데 제니님이 아욱이라 알려준다.
김유정 문학관 앞에서 오늘 산행의 동지들 단체 사진 한 장 찍는다. 좌로부터 포랜나들, 오늘의 홍일점 제니, 자연인, 훈장. 날씨 정말 좋다.^^
김유정 소설인 동백꽃에서 점순이가 닭싸움을 시키는 장면이 새로이 조형물로 구성되어 있다.
10시 40분 김유정 문학관을 떠나 금병산 정상을 향해 본격적인 산행 시작, 초입에 있는 잣나무 숲에 도착하는데 숲 향기가 그윽하다. 이때 시간이 오전11시.
낙엽이 떨어지고 겨울 기운이 완연한 산길을 묵묵히 걸어 오르는 자연인님.
계속되는 오르막을 오르느라 힘든 제니님도 잠시 휴식을 취하고
김유정 문학관에서 2.3km 걸어와 만나는 산등성이. 이 곳에서 정상까지는 약 1.6km
이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물 한 모금 마신다. 이 금병산은 김유정의 생가이자 29세의 짧은 나이로 요절한 실례마을의 뒷산인데 마을을 마치 병풍처럼 포근하게 깜싸 안고 있다. 산행로 이름도 만무방길, 금따는 콩밭길, 들병이가 넘어온 길 등 김유정 소설과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름을 붙여 더욱 친근감이 있고 소설 속의 인물들과 내용이 사실감으로 느껴진다.
조금은 힘들 법도 한데 날씨가 좋은 탓일까 모두의 표정이 환한 햇살 만큼이나 밝다.
잠시 휴식을 마치고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르는 중에 만나는 풍경. 저 멀리 춘천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12시 15분 김유정 문학관을 떠나 본격적인 산행 시작한 지 1시간 30분 만에 정상 도착. 뒤로는 역시나 춘천시내의 모습.
우리는 이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자리를 찾는다. 바람도 없고 불펴기에도 안전한 곳을 물색하는데 어데선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 돌아보니 자신은 점심식사 다 했으니 이 곳에서 식사를 하라고 자리를 내준다. 오호라! 양지바르고 바람도 없는 명당인데 웬 플라스틱 의자까지. 물어보니 예전에 누군가가 이 곳에서 산행객을 상대로 막걸리를 팔던 곳이라 한다. 암튼 우리는 덕분에 참 편안하게 점심식사를 하다.
자연인님이 준비해온 버너, 코펠에 포랜나들님이 가져온 묵은지에 참치를 넣어 맛나게 김치찌개를 끓이니 그 맛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더라는.
막걸리와 포랜나들님이 몇년 전 완도 청산도에서 따온 다래로 담근 술을 한 잔 하며 김치찌개에 라면까지 넣어 끓여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포랜나들님은 백두대간을 두번이나 종주할 정도로 베테랑 산행꾼.
점심식사를 1시간 이상 여유있게 마치고 1시 40분경 다시 짐을 꾸려 하산길. 한 때 은빛 물결로 가을을 수놓던 억새가 이제는 메말라 겨울바람에 서걱대는데 그래도 분위기는 괜찮다. 그 모습 담으려는 제니님의 모습이 꽤나 진지하다.ㅎㅎ
자연인님 빨간 타월을 목도리 삼아 목에 감았는데 파란색 점퍼와 그야말로 자연스레 잘 어울린다.
하산길은 완만한 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길.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마치 고향집 뒷동산과 같다. 중간중간 포랜나들님이 사진 찍어준다며 돌아보라 하는데 오히려 우리 쪽에서 바라본 포랜나들님 있는 곳 배경이 더 좋아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아무도 가지 않은 낙엽 쌓인 오솔길을 따라 내려간다. 이 곳부터 길을 잃어 잠시 헤매기도. 물론 금방 계곡길과 만났지만 아쉽게도 제니님 머리에 쓴 선그래스를 낙엽 속에 잃어버리다.ㅉㅉ
길이 없는 내리막을 나뭇가지 헤치고 내려와 만난 정상 루트인 계곡길. 그 길 위로 낙엽송 이파리가 마치 눈처럼 수북히 쌓여 있다.
반갑게 만난 계곡물 일대에도 낙엽송 이파리가 수북히 쌓여 있다. 사람 없는 금병산 골짜기엔 가을이 이렇게 지고 있었다.
2, 30M가 훌쩍 넘는 잣나무길. 아무도 없는 이 길을 우리만이 호젓하게 걷는 기분, 마치 명상을 하듯 마음이 절로 차분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금병산을 내려와 김유정 선생의 고향인 실례마을로 접어들다. 그 곳에서 만난 정겨운 김장 담그는 풍경. 정갈하게 다듬고 깨끗하게 씻어낸 무우와 대파 및 갓. 젊은 아낙은 소금에 저린 배추를 맑은 물에 씻어내고 있는 중.
그 옆에선 돼지고기 수육을 삶는 것일까 아님 구수한 배추 된장국을 끓이는 걸까. 그 모습이 따스하고 정겨워 사진을 찍자니 일부러 이렇게 멋진 포즈를 잡으며 환하게 웃어준다.
김장날 삶은 돼지 수육에 싱싱한 굴을 듬뿍 넣은 배추속을 고갱이에 넣고 쌈싸서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정말 최고인데. 갑자기 어린 시절 마치 잔칫날 같았던 김장날 모습이 떠오르다.
실례마을의 정경. 예전엔 춘성군 신동면 면소재지였던 조용한 산골마을이었는데 김유정 문학관이 생기고 경춘선이 전철화 되자 찾는 사람들이 차츰 많아지자 새로 생기는 음식점이 적지 않다. 이 곳까지 춘천시가지 확장계획이 결정되어 있는 바 머지 않아 아파트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실례마을에 이르면서 오늘 산행 종료. 이 때 시간이 오후 3시 30분. 문학관에서 산행 시작한 지 약 5시간 경과(점심시간 1시간 20분 포함)
산행을 마친 우리 일행은 기왕 춘천까지 온 거 춘천의 명물 닭갈비를 먹고 가자 결정을 하고 전철을 타고 춘천역에 내려 명동에 오다. 춘천의 구 시가지인 이 곳은 예전에 비해 변한 것은 별로 없는데 여전히 젊은이들로 북적거리고 생기가 넘친다.
춘천의 명동 닭갈비 골목. 예전엔 춘천에서 닭갈비 하면 이 곳이 가장 유명했는데 지금은 오래되고 유명한 집은 남춘천역 인근의 춘천 공용버스터미널 앞으로 많이 이전해서 그 곳이 더 유명하고 맛집도 많다. 하지만 춘천 명동은 젊은 날 추억과 낭만이 서려 있는 곳. 그래서 오늘은 일부러 이 곳으로 왔다.
닭갈비 골목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문
일행 네 명이 닭갈비 3인분을 시켰는데 양이 많아 배불리 먹고도 남을 정도. 춘천 닭갈비의 특징은 서울과는 달리 그 양념이 너무 강하지 않고 은근한 매운 맛을 내는 게 특징. 닭갈비를 맛나게 먹고는 역시나 춘천의 명물인 막국수를 두 그릇 시켜 넷이서 나눠 먹다.
밤이 내려 불을 밝힌 상점으로 그야말로 明洞이된 골목에서 자연인님과 제니님. 춘천은 '겨울연가' 로 인해 일본, 중국 한류팬들에게는 꼭 한번 들러야 하는 聖地와도 같은 곳.
배가 너무 불러 우리는 소화도 시킬 겸 명동에서 춘천역까지 걷기로 한다. 춘천역은 신역사 공사로 경춘선 열차가 남춘천역까지만 다녀 한동안 우리에게 멀리 떨어져 있던 곳. 경춘선 전철 개통과 함께 신역사가 완공돼 ITX 열차와 전철의 마지막 종착역으로서 명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미군부대로 인해 도심과 근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단절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미군부대가 철수, 춘천시민과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미군 부대가 철수, 그 넓은 땅의 이용에 관심이 높았는데 다행히 아파트나 상업시설이 들어서지 않고 춘천시민을 위한 대규모 공원이 조성된다고.
사진은 미군부대가 있던 곳을 지나며 찍은 것인데 그 넓은 지역이 텅 비어 지나는 사람도 없이 을씨년스런 것이 유령도시같다. 사람 없는 보도 위론 마른 플라타너스가 바람에 뒹굴고 흔들리는 가로등불은 쓸쓸함을 더해 마치 한겨울 같더라는.
오늘 그 옛날 낭만을 실어나르던 경춘선 열차를 대신해 ITX를 타고 유정의 문학향기와 함께 금병산 산행도 하고 젊은 날 추억을 찾아 춘천 명동에 가서 닭갈비까지 맛보자니 하루가 마치 며칠인양 참으로 길게 느껴지고 행복하다.
이 행복한 여정에 동참해 즐거움을 함께 나눈 자연인, 제니, 포랜나들님 정말 즐거웠고 추억을 함께 공유한 사람들이기에 더욱 훈훈했습니다.
다음에 또 함께 산행하며 오늘의 즐거움을 떠올리며 환하게 웃어보도록 하시지요. 안녕 춘천, 안녕 젊은 날의 추억이여!
첫댓글 네분이서 오븟하게 다녀오셨네요. 춘천 닭비 먹어러 간것이 언제인지....
다음에는 눈내리는 겨울에나 가볼까 합니다.
금병산은 아직까지 산행객이 적고 코스도 무난해 사시사철 가벼운 산행하기 참 좋지요. 제다이님과도 올해가 가기 전 산행 함 해얄텐디요.ㅎㅎ
금병산의 억새가 정말 쓸쓸해 보이네요 닭갈비 먹으러 전에 무작정 전철타고 갔다가 춘천역에서 삐끼당해 봉고타고 갔던기억이 ㅋㅋㅋ
무작정 상경이 아니라 상춘이었네요. 설마 인신매매 당해 봉고 탄 건 아니지용? ㅋㅋ
정승님과 함께 갔는데 그럴리가요
오전일 마치고 점심사러 가기전에 아이패드로 들어와 훈장님 올려놓은 사진 잘 감상했어요.
특히 자연인님이 버너로 만든 참치 김치찌개 사진 보니 입안에 침이 한참 돕니다.
아이구 먹구 싶어라. 오늘같이 쌀쌀한 날에 딱인데.. 피자하고 햄버거 사러가는 저의 심정이 오죽하겠습니까 ~~
뉴욕도 이제 겨울이겠네요. 서울도 어제 오늘 제법 춥고 겨울분위기 납니다. 이런 날 뉴욕sunny님 점심으로 피자에 햄버거라니요? ㅎㅎ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꼭 따라갔다 온 것같은 착각이 들정도로 올리신 사진과 덧붙인 설명도 현장감과 더불어 상승효과^^
하마님 그리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하마님 은제나 함 뵐까요? ㅎㅎ
금병산은
습한 곳이 많아
잣나무도 많고
뱀도 많은데...
뱀은 보셨습니까?
아마
동면을...^^
얼마 전.
미국에서
친구가 와서
닭갈비 먹으러
춘천 다녀왔습니다.
철판에 많은
채소와 섞인 닭갈비가 아닌
양념한 닭갈비만을
석쇠에 바로 구워먹는데
최고입니다...^^
맛 있습니다...
3년 묵은
된장찌개와
산더덕도 최고구요.
따스한 봄날
소중한 친구와
한번 더 다녀올 생각인데...
훈장님께서도
춘천 가실 기회있으시면
한번 가보세요.
감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시간 날 때
맛집 코너에 올리겠습니다.
참고 하시길요...
맞아요. 김선생님 원래 춘천 닭갈비가 지금처럼 야채와 함께 익히는 건 아니었죠. 대학시절 춘천가면 1대, 2대 주문해서 석쇠에 구워먹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지금 방식이 되어 버렸네요. 참고로 82년 당시 춘천에서 닭갈비 한 대에 300원이었습니다.ㅎㅎ
카페의 첫정을 기억하며 늘 들려 갑니다
몇해전 참석했던 뮤지컬하우스의 추억 상기하며 친구랑 년말 정모를 가자고 날짜를 조정해보자며 이야기는 했지만 갈 수 있을지는 미정입니다
훈장님 산행길 여여하게 따라 가보며 김유정역 한번 밟아 봐야 겠다는 마음입니다
"춘천가는 기차"
음악 큐^^
훈장님 글과그림은 따뜻합니다
저도 동행하고 픈 마음이
Asus4님과 함께 심학산 갔을 때가 가을인데 어느새 겨울이 되었네요. 올겨울 모쪼록 따듯하고 훈훈한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마치 제가 등산하고 있는착각에 빠집니다
임상님은 산에 안다니시나요? 산행 종종 하시면 조만간 함께 가까운 산에라도 가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