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현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유혈 기습을 감행하여 전쟁이 발발하자 이 사태가 이스라엘의 완전한 정보 실패를 의미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는 듯합니다.
50년 전 1973년 9월에도 이스라엘은 정보 실패로 이집트와의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당시 욤 키푸르 전쟁은 진주만 기습(1941)이나 바르바로사 작전(1941)과 함께 대표적인 정보 실패 사례로 거론되었는데, 이스라엘의 50년 전 정보 실패는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전쟁 발발 2주 전 요르단 국왕은 극비리에 이스라엘을 방문, 이집트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알려주었고, 이집트 권력 핵심부의 정보원 역시 모사드에 같은 경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군 정보국은 이를 모두 무시했고, 점차 분명해진 이집트군의 이상 징후도 군 정보국은 ‘방어훈련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했습니다.
군 정보국 책임자 제이라 장군의 관점은 이집트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려면 장거리 전폭기와 스커드미사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련이 그들에게 이를 제공할 때까지 이스라엘에 전쟁은 없다고 보았습니다.
차기 참모총장 후보로 떠오르던 제이라는, 정보들은 언제나 모순적이므로 헤매지 않으려면 올바른 판별 기준이 필요했는데, 불행히도 이 경우 ‘올바른 기준’이란 질 게 뻔한 전쟁을 이집트가 시작하지 않을 거라는 그의 확신을 뜻했습니다.
결정적인 정보가 있어도 언제나 자신의 관점을 앞세운 인간적 실패가 이 사태의 본질입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정보라는 건 사실 없을 겁니다. 그것은 나중에 되짚어볼 때만 존재합니다.
이번 모사드의 정보 실패는 우리 대한민국에 큰 교훈을 주고 있을 것인데 우리 국정원은 이 상황을 어떻게 분석하는지 궁금합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는 압도적 군사 우위에 있는 이스라엘의 허를 찔렀다. 근래 보기 힘든 기습전이다. 정보·방공망이 동시에 뚫렸다.
이스라엘의 해외 첩보와 공작을 총괄하는 모사드는 2년간 기습을 준비한 하마스 동태를 알아내지 못했다. 왜 세계 최강의 벽에 구멍이 생겼을까. 국가정보원과 오버랩된다.
모사드가 뚫린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테킨트(기술 정보)에 치중해 휴민트(인적 정보)에 소홀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2021년 모사드 총책임자에 취임한 다비드 바르니아는 1996년 모사드에 들어가 공작원 양성 및 공작 임무를 수행하는 초메트(Tzomet)에서 잔뼈가 굵었다.
이후 전자기기 도청 부문인 케셰트(Keshet)에서 간부가 된다. 현대전의 총아인 사이버 공격이나 해킹, 빅데이터·인공지능(AI)으로 하마스를 감시하고 이란의 핵개발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모사드 총책임자 자리에 올랐다.
사이버·정보기술(IT)은 정보기관이라면 다 하는 일이다. 하지만 휴민트를 소홀히 함으로써 디지털 기술로는 잡아낼 수 없는 깊숙한 아날로그 정보 습득에 실패했다.
그 실패가 1500명의 사망자를 낳고 74년 모사드 역사에 치욕을 얹었다. 힘들고 위험한 스파이 활동을 하려는 사람이 줄고, 하마스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정은 국민을 희생시킨 대참사 앞에선 핑계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는 간첩 잡고 북한의 동태를 수집하던 국가정보원을 북한과 대화하는 한낱 행정기관으로 전락시켰다.
정부 출범 초기 국정원 적폐를 청산한다며 국정원 메인 서버를 개혁발전위원회 민간인들에게 공개하는 우도 범했다. 대부분 좌편향 인사들로 구성된 개혁위에는 친북 성향의 인사들도 있었다. 메인 서버의 공개는 재앙이 가득한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과 같다.
이 바람에 휴민트를 통한 해외 첩보가 노출됐다. 국내 여러 기관 및 개인들과의 정보 협력이 드러났다. 개인·기관이 민감한 첩보 공유를 꺼렸다.
더 큰 문제는 해외 정보기관과의 교류였다. 국정원은 외국 정보기관들과 정례적으로 정보협력회의를 가진다. 국정원 서버가 열리면서 외국 기관들이 비밀을 못 지켜 주는 한국과의 ‘주고받기’에 손을 저었다.
국정원 메인 서버를 연 문재인 정부는 눈엣가시이던 이명박 정부 대북 공작의 최고 베테랑을 구속까지 했다. 심지어는 북한 공작 경험이 단 하루도 없는 사람을 대북공작국장에 앉혔다. 공작원에게 가던 돈마저 끊었다. 어렵게 구축한 휴민트는 하나둘씩 무너졌다.
문 정부 국정원에서 잘나가던 어떤 고위 간부는 대북 공작을 보고하면 공작원 명단을 요구했다. 간부가 알아서도 안 되고 알 필요도 없는 게 공작원 이름이다. 국정원 동료들은 젊은 시절 주체사상을 공부한 이 간부가 북한에 명단을 넘기려는 것 아닌가 의심을 했다.
이쯤 되면 하마스에 당한 이스라엘 꼴이 나도 이상하지 않다. 오죽하면 국정원에 몸을 담았던 전직 간부들이 하마스 기습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을까.
2021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모사드 최대의 임무를 “이란이 핵무기를 못 가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미국을 꾀어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만들었다. 5년간 김정은은 핵을 고도화했고, 화성19형까지 만들었다. 작년부터 김정은은 우리에게 전술핵 공격을 위협 중이다.
9·19 군사합의로 대북 정찰에 제약까지 받는 우리로선 지금이 가장 취약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동 분쟁까지 미국이 한반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북한이 기습 도발하기 딱 좋은 시기다. 대공수사까지 넘겨주는 국정원을 믿어도 좋은가. 내부에 적은 없는지.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정원을 총점검할 때다.>서울신문. 황성기 논설위원
출처 : 서울신문. 오피니언 칼럼, 모사드 실패와 국정원
대한민국 국정원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가 존립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입니다. 그러나 이 국정원이 문재인 정권 때에 완전 변질이 돼서 지금은 그 존재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생각입니다.
대공수사단장 등을 지낸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인 황윤덕 통합전략연구원장은 최근 '미래 한국' 주최 좌담회에서 "문재인 정권 동안 국정원에선 (수사 요원들이) 간첩 수사 착수 보고서를 올리면 간부가 휴가를 가 결재를 안 해 줬다. 또 (혐의가) 명백한 간첩 수사 보고서를 올리면 가장 중요한 부분인 북한 공작원과 만나 회합한 부분은 다 빼라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황 원장은 "당시 국정원은 (간첩 수사) 길목을 지키는 대공 정보 자료 분석 임무를 '남북교류 지원 협력'으로 바꿨고, 간첩 잘 잡는 요원들은 먼지떨이(좌천)를 했지만, 남북교류 협력 임무를 맡은 이들만 승진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국정원 간부는 "간부가 휴가를 핑계로 간첩 수사 결재를 피했다는 소문만으로도 대공 수사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게 당시 국정원 현실"이라며 "또 '북한 공작원과 회합한 사실을 보고서에서 빼라'고 한 것은 빼지 않으면 수사를 진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을 피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국정원 1차장을 지낸 전옥현 전 차장도 "황윤덕 원장은 국정원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대공수사 전문가라 그의 말은 사실일 공산이 크다"고 했는데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김승규 국정원장은 간첩 수사를 하면 본인이 경질될 가능성을 알면서도 대공 요원들에게 수사를 독려해 일심회 간첩단을 검거하는 개가를 올렸지만, 그 때문에 노무현에게 '그만두라'는 요구를 받고 국정원을 떠났다"고 회고했습니다.
좌파정권에서 대한민국의 국정원은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간첩 수사는 제외시켰고 국정원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요원들을 다 내쳤다고 하는데 이렇게 된 국정원이 현 시점에서 북한을 어떻게 파악하고, 그들의 침공 위험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