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그
길에서
One Day On the Road ( http://blog.naver.com/ecofilm
)
대지의 거주자들이여, 일어나 이야기하라.
이 길의 끝은 어디인가.
감독: 황윤 | DV | 99min.
| 2006 | Korea|서울환경영화제 사전제작지원 작품
부산국제영화제 /
서울독립영화제 장편경쟁부문 / 인디다큐페스티발
서울환경영화제 /
부안영화제
개막작 / 대구평화영화제
광주인권영화제 /
강릉인권영화제
일민미술관 독립다큐멘터리 상영전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현재 전국순회 대안상영중
Synopsis
도로
갓길에는 장갑, 신발, 음료수 병, 과일 껍질 등이 있다. 그리고 인간이 버린 물건들 옆에는, 바로 몇 분 전까지 인간처럼 붉고 뜨거운 피를
가졌던 하나의 생명이 걸레처럼 나뒹굴고 있다. 그것은 건너편 숲으로 가고 싶었던 토끼였고, 건너편 옹달샘으로 가서 물을 마시고 싶었던 고라니
가족이었다. '인간'이라는 포유동물과 그 동물이 소비하는 온갖 물건들의 빠른 이동을 위해 고안된 도로에서, 먼지처럼 사라지는 생명들의 종(種)과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그 실상은 밝혀지지 않고 있고, 오히려 은폐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로는 야생의 서식지를 침탈하며
계속 확장되고 있다.
태영,
천권, 동기는 국내 최초로 본격적인 로드킬(Roadkill, 야생동물 교통사고) 조사를 한다. 그들은 조사를 위해, 나는 촬영을 위해, 차들이
질주하는 위험한 도로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간다.
Director’s
words
대지의
거주자들. 그들과의 대화에 몰두했다. 어쩌면 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하는 선무당을 자처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넋을 불러 마이크를
들이대고 인터뷰할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다. 그럴 수 없기에 대신, 나는 그들이 사고를 당하기 직전 무엇을 하려고 했었고, 그들에게
어떤 욕구가 있었으며, 그들이 인간들의 길에 발을 들여놓게 될 때 무엇을 느꼈을까, 그들에게 자동차라는 물건은 어떻게 보일까 등등을 상상해
보았다.
나는
단순히 야생동물 보호를 외치는 영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들을 ‘야생동물’이라고 부르는 것조차도 그들을 ‘인간 이외의 것들’ 로 싸잡아
대상화하는 것 같아 피하고 싶었다. 이 거룩한 대지에서 나와 함께 태어나 살아가는 자매이고 형제인 ‘대지의 거주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로 직접
이야기하도록 하고 싶었다. 이 땅에 깊은 상처를 내고 그 땅의 오래된 거주자들을 소수자, 약자, 그리고 멸종의 단계로 파멸시켜 가는 동안,
인간은 단 한번이라도 허락을 구한 적이 있었던가? 도로라는 구조물을 전속력으로 달려, 우리가 다다르게 될 곳은 어떤 곳일까?
감독 황윤
인간(구경꾼)이
아닌 철창 안에 갇힌 야생동물들(감금된 자들)의 관점으로 동물원을 바라 본 <작별>을 시작으로 인간중심적 세계관과 현대산업문명을
성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다. <겨울밤, 이야기를 듣다>(2000), <작별>(2001), <침묵의
숲>(2004), <어느 날 그 길에서>(2006) 등을 연출하였으며, 2005년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에서 수여하는 환경예술인
대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