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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가 열리는 은행나무 암그루에 그물망을 설치해 둔 모습 ⓒ윤혜숙
은행나무 열매가 익어서 황색으로 바뀌면 그물망 아래로 떨어진다.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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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가을철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악취와 보행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도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9월 셋째 주부터 본격적으로 자치구와 함께 은행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지기 전 은행 열매를 채취하기 위한 작업을 펼치고 있다.
모든 은행나무에서 열매를 채취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로, 암나무와 수나무가 있다. 열매는 암나무에서 열리며, 수나무에서 꽃가루가 날아와 수분한다. 가을이면 은행나무 암그루에서 열매가 열린다. 그 열매가 떨어져 바닥에 뒹굴면서 심한 악취가 난다. 작업대상은 은행 열매를 맺는 암나무 2만 5,127그루이며, 전체 은행나무 가로수 10만 2,794그루의 24.4%에 해당한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을 운영하고 있다. ⓒ윤혜숙
바닥에 떨이진 열매를 쓸어 담고 있다.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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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 9월 1일부터 25개 자치구에서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을 편성·운영하고 있다. 열매가 많이 맺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은행 열매가 떨어지기 전 미리 채취하고, 시민 불편 민원 접수 시 신속하게 처리하는 ‘은행 열매 수거 즉시처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 열매로 인한 불편이 있을 경우, 서울시 응답소(☎ 120) 또는 자치구(공원녹지과, 푸른도시과)에 전화 접수를 하면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다. ☞ [관련기사] 가을 맞아 은행 털어요! 악취 유발하는 열매 조기 채취에 총력
행인이 많은 곳에 있는 은행나무 암그루에 그물망을 설치해 뒀다. ⓒ윤혜숙
은행나무 열매가 그물망을 거쳐 아래 자루에 담긴 모습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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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길을 가다가 신촌 경의⋅중앙선역 앞 가로수길에서 진귀한 풍경을 봤다. 은행나무에 그물망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게 뭐지?” 하면서 그물망이 설치된 나무를 올려다봤다.
아직 단풍이 물들지 않은 녹색의 잎사귀 사이에 황색의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은행나무였다. 나무에 열매가 열리는 것은 수확을 의미하는 좋은 징조다. 그런데 가로수길의 은행나무라면 열매의 존재가 반갑지 않다. 황색의 열매가 바닥에 떨어지면 심한 악취를 풍긴다.
그물망으로 떨어진 열매는 나무 아래의 자루로 이동하게 되어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자루를 열어보니 은행 열매가 낙엽 더미와 함께 담겨 있다. 하지만 모든 은행나무 암그루에 그물망을 설치하진 않았다. 그물망 설치 수량과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통행량이 많고 역 주변, 민원이 많이 발생했던 구간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설치했다. 그리고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이 은행나무길에 출동해서 열매 조기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진동수확기가 은행나무 암그루를 흔들면 바닥으로 열매가 떨어진다. ⓒ윤혜숙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이 바닥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를 쓸어 담고 있다.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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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는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진동수확기를 활용해서 은행나무 열매 조기 제거 작업을 진행했다. 26일 오전에 아현가구거리에서 신촌역 방향으로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신촌로, 통일로, 모래내로를 중심으로 서대문구 암그루 1,297주 중 약 523주가량을 대상으로 작업한다고 했다.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은행나무 열매 조기 제거 작업을 지켜볼 수 있었다. 길을 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고 있다. 교통을 통제한 뒤 진동수확기 차량이 멈춰서서 암그루의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그러자 나뭇가지에 매달린 열매가 우수수 떨어진다.
바닥에 수북이 떨어진 열매를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으로 출동한 서대문구 푸른도시과에서 빗자루로 쓸어서 부대에 담고 있다. 은행나무 암그루를 식별하기도 쉽지 않았다. 나무의 외관상 암수의 차이가 거의 없다. 가을에 열매가 열리는 것으로 쉽게 암수를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푸른도시과에서 암그루에 표찰을 달아두기로 했다고 한다.
은행나무 열매를 조기 채취하는 모습을 길 가던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윤혜숙
은행나무 열매 조기 제거 작업을 오랜 시간 지켜보는 시민이 있어서 인터뷰했다. 식물을 연구하는 시민은 은행나무 열매를 조기에 제거하는 작업을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예전에 은행나무 암그루를 베어버리는 것을 봤어요. 그것보단 은행나무를 살려둔 채 열매만 제거하는 게 훨씬 낫긴 합니다. 하지만 은행나무 열매를 조기에 제거하면 그 열매를 활용할 수 없어요.”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렇다면 그에게 대안을 물어보니 “신촌 쪽에서 은행나무에 그물망을 설치한 것을 봤어요. 그물망을 설치해두고 열매가 익어서 저절로 떨어지게 한다면 그 열매를 약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텐데요. 모든 암그루에 그물망을 설치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 방안이 은행나무를 위해선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시민의 의견처럼 서울시에서도 은행나무 암그루 자체를 제거하는 것은 가급적 지양하고 있다. 대신 열매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열매를 조기에 채취하고, 암나무 표찰을 설치하여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채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