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24년 1월 23일) 참 춥습니다. 이곳 화야산방은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의 시베리아라고 부르는 지역속에 철원,봉화, 제천,가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있는 화야산방은 가평에서도 춥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최저기온이 영하 20도 정도이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30도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겨울에는 추워야 합니다. 겨울이 상대적으로 따뜻하면 병해충도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됩니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한 추위와 더위가 업습하면 동식물 모두 대처를 제대로 못해 여러가지 불상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올해 전세계에 불어닥친 이상 기후가 바로 그러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북극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이로 인한 사망자가 8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저체온 증세나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국 북동부와 중서부 일대에 폭설이 내리고 혹한이 엄습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혹한과는 차원을 달리 하는 모양새입니다. 더욱 요상한 것은 일주일 넘게 맹위를 떨쳤던 북극 한파가 물러가자 이번엔 미국 곳곳에 폭우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유럽의 이상 기후는 더욱 심합니다. 북극쪽에 가까운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지역에는 영하 40도를 육박하는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파로 인해 전기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소식이 연이어 들려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부 유럽 등지에서는 때 아닌 폭우가 쏟아져 홍수가 나는 요상한 기후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정말 비정상적인 날씨가 지구를 강타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자연재해는 인간이 자연을 너무도 파괴해 생기는 일이지요. 지구온난화로 인한 역설적인 혹한에다 폭우 상황을 맞고 있는 것입니다.
비정상적인 상황은 기후뿐만이 아닙니다.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분쟁도 비정상적인 모양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미국을 비롯한 나토국들이 우크라에 대한 지원을 끊거나 축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과 나토를 철석같이 믿고 전쟁에 나섰던 우크라이나만 죽을 맛입니다. 지금 엄청난 혹한속에 에너지 강국인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자니 힘도 떨어지고 지원도 줄고 싸울 맛이 전혀 나지 않을 것입니다. 젊은층들이 없어 지금 우크라 병사들의 평균나이가 43살이라는 소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병사들이 나이가 20대 초중반인 것을 감안하면 참으로 답답한 형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 정치의 경우는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자국을 믿고 전쟁을 벌이는 우크라에게 미국내 공화당과 민주당의 힘겨루기 더 나아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리전을 치르는 미 의회의 갈등으로 우크라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구촌에서 가장 서러운 참담함을 겪는 나라가 바로 우크라이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미국은 오는 11월 대선을 향한 후보선출전이 한창입니다. 민주당은 현 대통령인 바이든이 후보선출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반면 공화당은 여러 후보들이 나와 지금 선출전이 한창이지만 거의 종교화된 트럼프의 지지도는 더욱 공고히 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구설에 각종 사건 연루로 인한 기소에도 트럼프의 지지자들의 충성도는 하늘을 찌릅니다. 이런 현상도 비정상 또는 혼돈스런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자 민주주의의 수호자라 자평하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을 미국의 선각자들인 조지 워싱턴이나 토마스 제퍼슨 같은 분들이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지구촌의 또 다른 전쟁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전쟁도 마찬가집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은 실로 너무도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그 오랜 원수관계를 일일이 다 언급할 수도 없지만 지금 벌어지는 전쟁은 또다른 혼돈과 비정상적인 판단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양국에게 중재안을 제시안 미국의 두 나라 해법을 이스라엘은 그냥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이제 팔레스타인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입자가 이제 집주인을 몰아내겠다는 심보로 해석됩니다. 이스라엘의 총리인 네타냐후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들의 반감도 깊어지고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도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전쟁중에 장수를 퇴진시키겠다는 국민들에 맞서 팔레스타인을 없애겠다고 나서는 네타냐후의 무모한 결단도 비정상적으로 읽혀집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개가 주인을 물듯이 자신을 고용한 주인에게 마구 대드는 양상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국민보다는 자신의 영달과 요구충족에만 열을 올리는 리더들이 지구촌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신의 돈이 아니면서 앞뒤 가리지 않고 그냥 펑펑 사용하는 인기영합주의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인물 됨됨이는 따지지 않고 그냥 자신이 믿으면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가리지않는 요상한 판단법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나는 인간이 깨우치고 이성적인 훈련을 많이 받으면 인간애와 인류애가 고양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젊었을때 이야기입니다. 인간들이 교육을 받고 과학이 발달하고 문명화되면 지구촌에 전쟁도 갈등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았습니다.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주를 이루는 평화상태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가 되고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혼돈상태가 점차 더 강도를 짙게 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이들이 무시당하고 비웃음 당하는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이상 기후나 전세계를 강타하는 이해못할 전쟁들도 그런 요상한 세태속에 태어나는 것같아 보입니다.오늘의 추위만큼이나 이 세상이 과연 어떻게 되어갈까로 우려스런 그런 날이 될 것 같습니다.
2024년 1월 2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