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노래- 전체 목록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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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선트(crescent), 즉 부서질 것만 같이 가는 초승달이 어두운 푸른빛의 하늘에 떠있었다. 하늘엔 살짝 구름이 끼여 있고 초승달의 은은한 달빛이 정적에 하늘 아래를 비추는 그런 조용한 밤.
불조차 켜지 않아 어둠만이 가득찬 방에 열린 창을 통해서 은은한 달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창가에 놓인 침대, 거기엔 노엘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노엘을 여기까지 데리고 온 카인이 있었다.
깊이 박힌 얼음들로 인해 생긴 깊은 상처를 카인이 힘으로 치료해 그 상처는 나았지만 노엘은 그 충격과 출혈로 인해 여전히 창백한 얼굴로 기절해있었다. 또한, 그녀가 의식을 차리지 못한 데에는 카인이 자신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편히 쉴 수 있게 힘을 쓴 탓도 있었다. 이윽고 그런 노엘을 카인은 자신이 입고 있던 겉옷을 덮어주었다. 그리고는 카인은 열린 창을 통해 불어오는 차가운 밤의 냉기를 맞으며 그저 아무런 말없이 그녀를 옆에서 바라보았다. 그녀가 흘린 숨 막힐 듯 한 피의 향기를, 자신의 겉옷에 베인 피의 향기를, 밤의 냉기에 날려 보내 뱀파이어의 본능을 억제하려는 듯이. 하지만 그로도 부족한 지, 그는 오랫동안 피를 마시지 않아 닥쳐온 피에 대한 굶주림을, 뱀파이어의 본능을 자신의 머리를 꽉 감싸 쥐어 이성을 차리려 했다.
「있잖아, 카인.」
「카인.」
「카인?」
그리고 그런 그의 뇌리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 아득한 추억 속의 목소리. 자신을 향해 미소 짓던 소녀. 유일하게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주었던 이. 과거의 추억 속 기억은 카인의 뇌리에 선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의해 가까스로 이성을 차렸어도, 카인의 마치 보석 루비를 닮은 붉은 눈동자에는 슬픈 빛이 서려있었다. 입 또한 미소는 짓고 있었지만 쓸쓸함이 감도는 씁쓸한 미소였다.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소중히 간직해줘서……. 고마워.”
그런 카인의 마음을 달래주려는 듯이, 은빛의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고 노엘의 목에 걸린 펜던트의 붉은 장미가 우아하고 고풍스럽게 빛났다. 그녀를 서글픈 눈으로 바라보던 카인의 눈에도 그 붉은 빛이 보였다. 그 붉은 빛을 보고 카인은 잠시 주춤하더니 진심에서 우러나온 상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신을 잊지 않고 기억해준 그녀. 자신이 주었던 펜던트를 소중히 언제나 품안에 간직해준 그녀. 뱀파이어의 존재를 알고, 그들을 사냥하는 헌터가 되어서도, 자신이 뱀파이어라는 모든 사실을 깨달음에도, 변하지 않은 그녀. 하지만 뱀파이어헌터로서의 노엘 카를리아는 자신의 적.
하지만 그런 그녀를 잊을 수는 없었다. 단념할 수도 없었다. 그랬기에 스스로 그녀와의 인연은 더더욱 확실히 끊을 수 없었다. 진정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에 더더욱 그녀의 곁을 떠나지도 못했다. 그래서 자신의 적인 헌터가 되어버린 그녀를 어둠속에서 그저 바라보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헌터협회를 방관하고 그에 관여해서는 안 되는 신분이면서도, 결국 그녀를 구하고야 말았다. 그녀의 공포에 질린 얼굴을 보면서 차갑게 억지로 유지해오던 이성의 가면이 벗겨졌기에. 그렇게 그동안의 감정이 와르르 무너지기라도 한 듯 자신의 감정이 무너지고 자신은 자신도 모르게 그 뱀파이어를 죽였다.
카인은 노엘을 향해 손을 뻗으려다가 잠시 주저했다. 하지만 결국엔 안타깝게 창백한 노엘의 뺨을 만졌다. 어둠속에서 지켜보고 또 지켜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뻗을 수조차 없었던 마음을 달래려는 듯이. 그녀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그런 그리움이 주체하지도 못할 만큼 자신의 마음을 깊이 파고들었기에 카인은 그런 그리움의 감정으로 그렇게 노엘의 뺨을 어루만졌다.
“언제나 나를 향해 미소지어주고 나를 걱정하고 함께 했던 그때처럼. 너만은 변하지 알았으면 좋겠어.”
유일하게 자신이 미소 짓게 되는 존재. 외로운 고독의 시간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향해 미소지어준 존재. 단 하나뿐인 존재. 뱀파이어에 대한 진실을 알아버린 그녀.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 모습이, 그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지금은 그것만으로 만족한다고 진심으로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결코 보답 받지 못한 다해도.
“비록 이렇게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
카인은 어루만지던 노엘의 뺨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는 침대 위 뻗어있는 노엘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언제나 따스하던 그녀의 손이 지금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카인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려는 듯이 차가운 노엘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안녕―. 노엘.”
망설임 없이 그는 노엘의 손을 놓았다. 이윽고 카인은 열려있는 창가로 올라서서는 밑으로 뛰어내렸다.
잠시 후, 카인의 속삭임은 얼어붙을 듯 차가운 밤바람에 휩쓸려 그 반동에 닫힌 창문 너머 밤의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이윽고 노엘의 주위엔 검은 빛의 깃털 하나가 하늘거리며 내려왔다.
안녕하세요? 은빛카린입니다.
다시 1주일만에 찾아왔답니다.
이제 거의 써놓은 분량이 바닥이 보이네요.ㅜ
요즘 들어 영 본래의 묘사실력이 나오지 않아 카린은 속상하기만 합니다.
영 소설을 못 쓰겠어요. 슬럼프인가봐요.
그럼 즐겁게 감상해주세요. 오늘 하루종일 소설쓰기에 매달려야겠어
요!ㅠ
첫댓글 감정에 충실한 녀석이군요. [...]
...만화식으로 표현하면 노엘콤이라니깐요. 카인은...;
좋게 말하면 순수하고 나쁘게 말해 노엘콤이라 이거군요 ㄱ-
바로 그겁니다. 후훗.
제가 제일 재밌어하는 소설이 카린님의 소설이랍니다. 그래서 항상 벌써 끝났나? 하고 아쉬워요. 음악도 잘 고르셨네요. 여전히 묘사나 표현은 잘 쓰시는데 ㅎㅎ.
이거 쓸 때는 풀 버닝 모드였으니까요...; 일명 미친 듯이 필받아서 써내려가고 있었지요. 저는 음악을 꼭 들으면서 소설쓰는 지라 음악을 고르는 것도 고민한답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카린씨 요즘 슬럼프가 자주오네요 ㅠ.ㅠ 어서 슬럼프 극복하시고 필받아서 소설쓰기를 기다릴게요 !! 이번편도 재미있게 보고갑니다. 카린씨 화이팅 !!
꾸역꾸역 열심히 쓸께요~ 이번화도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으음 .. 이거 설마 베드엔딩이려나 ㅠ.ㅠ... 잘봤습니다!
베드엔딩이라...아직 엔딩에 관한 부분은 쓰지도 않았습니다. ;;
해피엔딩이면 좋을텐데..ㅋ
햇빛에 닿으면 증발하려나?
네...증발합니다.
... 막상 보고 싶어지는.
뭐...물방울 증발하듯이 그렇게 증발하지는 않고요. 모래가 되어사라집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오타 지적 감사 ! 뒷 부분은 미리니즘이 되므로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음.
제가한동안 바빠서 못본 < 슬럼프라니 ... 빨리 슬럼프 극복하시길
뭐...극복해야죠. 열심히 쓰면서요.
새독자랄까요 흠.. 한동안 소설란에 오지 않은걸 무지막지하게 후회중이랄까요... 흑흑흑
새로운 독자는 언제나 반긴답니다...+_+ 아, 그동안 좀 업데이트를 빨리 했죠...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