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국에서 돌아와서 골프장에도 들락거릴 때 친구들 사이에
'3행시'라는 게 있었다. '진달래'도 유행을 탔던 그중의 하나다.
남자의 속성이란 치마만 둘렀다 하면 추근대는 족속임에 틀림없다.
골프를 치면서 공보다는 캐디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년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들 송년회니 망년회니 하면서 아쉬움을 달랜다.
모임에는 술이 빠질 수가 없다. 술에는 또 건배사가 빠질 수 없다.
리더가 아니더라도 멋진 건배사는 좌중을 휘어잡는데 특효약이다.
앞에 나온 '3행시'나 '건배사'는 엄격히 말하면 시가 아니라 끝말잇기다.
오늘 아침 한국일보 고두현의 문화살롱에 '서정시학 ' 100호 집중 조명이란 기사가 났다.
최근 출간된 계간 <서정시학> 100호는 서정춘 시인을 비롯한 26명의 4행시를 특집으로 꾸몄다. 참여 시인들의 연령대는 80대 원로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문장은 짧지만 빼어난 서정과 서사를 겸비한 작품이 많다. 길고 난해한 ‘해체시’, 수다스러운 ‘장거리 시’에 잠식당한 국내 시단에 ‘4행시 운동’이 새바람을 일으키는 모양새다.
최동호 시인은 4행시의 구조적 측면에 관해 “기승전결을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을 구비한 형식이 4행시에 있다”며 “기승전결 구조의 묘미는 시가 완결돼 가는 과정에서 한 번은 ‘뒤집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행시에는 노래의 음악적 자질도 있고, 시가의 구조적인 자질도 있는데 이는 내가 지금까지 제안해온 극서정시의 특징과도 상통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하석 시인은 4행시의 호흡에 주목해 “우리에게 익숙한 호흡과 맞는 언어 형식으로 이뤄진 그 체계가 문화적인 유전자 속에 각인돼 있다”고 말했다. 또 짧은 시가 보여주는 ‘번뜩임’을 언급하면서 “시는 길든 짧든 어떤 섬광을 보여주며, 시적 섬광을 통해 어떤 세계를 보게 되는데 그것은 언어의 섬광이나 사유의 섬광, 이미지의 섬광일 수 있다”며 “이를 아울러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집약적인 구조가 4행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