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공명점에 대한 통제력은 최고 수준 '리듬-발음-필링'의 삼위일체 정통 '올드 소울' 보이스를 다듬어 씨스타스럽게 접목
바이올린-첼로-기타와 같은 현악기의 공통점은 소리의 공명을 얻기 위해서 모두 울림통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울림통이 크면 그만큼 유리하다. 크면 클수록 더욱 큰 볼륨감의 소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바이올린보다는 몸체가 큰 첼로의 울림이 더 크고 육중한 것이 그 좋은 예다.
인간의 몸 역시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체가 울림통이 될 수 있다. 물론 선천적으로 큰 공명이 가능한 신체적 조건의 소유자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걸 그룹 씨스타의 리더이자 메인보컬 효린(25·본명 김효정)은 후자에 가깝다. 몸이 약했던 관계로 어릴 때부터 병치레를 자주 하는 등 악조건을 극복하며 노래 연습에 매진했던 것이다. 이런 단면만 봐도 목표를 이루고자하는 끈기가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씨스타에서도 유독 효린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걸 그룹 멤버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가창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걸 그룹하면 밝은 톤, 명랑, 상큼, 발랄 등의 코드가 통념인 반면 효린은 허스키한 음성과 짙고 어두운 보이스 톤을 가졌다. 다시 말해 흑인음악의 정수인 소울풀한 목소리, 그것도 옛스러운 정통 ‘올드 소울’이 느껴지는 그런 보이스다.
그런데 효린과 같은 보이스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맹렬한 연습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한 번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이런 류의 소리의 탁함은 단순한 탁함이 아니라 소리를 지르고 또 질러 뚝살이 밖혀 새롭게 살이 돋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가능한 그런 탁함, 즉 숙성이 필요한 탁함이다. 엄청난 연습벌레가 아니고는 감히 이룰 수 없는 영역이다.
이처럼 걸 그룹의 통념적 코드가 아닌 보이스 임에도 불구하고 효린이 씨스타의 무게중심인 것을 보면 역시 소속사의 팀 운용의 탁월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씨스타의 곡만으론 좀처럼 효린의 가창력의 진수를 직접적으로 느끼긴 쉽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것은 효린이 아니라 씨스타라는 그룹에 포커스를 둔 음악스타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효린의 씨스타’가 아니라 ‘씨스타의 효린’이란 말이다.
효린의 가창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건 이선희, 백지영 등 다른 가수들의 곡을 부르거나 타 가수들과 함께 노래할 때 잘 나타난다. 효린이 예전 MBC ‘나가수’ 등 몇몇 프로에 출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가창력에 감탄했던 사실을 기억해 보자.
효린의 특장점은 고음을 구사할 때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고음역에서 소리를 단순히 지르지 않고 ‘당겨서’ 들 수 있는 수준에 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소리를 위로 띄울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로, 윗 배음만 사용하며 소리 위치를 자유로이 바꿀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역량이다. 소리 공명점에 대한 통제력이 최고 레벨에 와 있는 셈이다.
또한 효린은 노래와 율동 모두 잘 소화할 뿐 아니라 ‘리듬-발음-필링’의 삼위일체도 흠잡을 데가 없다. 약골이었던 어릴 때와는 달리 성인이 된 지금은 체력적으로도 강해졌다는 걸 증명하는 부분이다. 율동과 함께 소리를 구사함에도 이처럼 세 가지를 무리 없이 구사한다는 건 보통 체력으론 힘들다.
음악성보다는 비주얼과 전략으로 1차 승부를 거는 일반적인 걸 그룹에 비한다면 효린의 이런 능력은 가히 대단하다. 효린 이름 앞에 단순히 ‘걸 그룹’이라는 단어만 붙이기엔 너무 내공이 큰 음악인인 것이다.
씨스타는 오는 21일 0시 네 번째 미니앨범 [몰아애(沒我愛)]를 발매한다. 여름을 겨냥한 씨스타의 또 다른 전략이지만 그럼에도 효린의 가창력은 비록 잠깐의 훅일지라도 임팩트가 상당하게 다가올 거라 기대해 본다.
조성진기자 / 스포츠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