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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을 떠난 판테온 티탄들의 영혼은 아제로스의 수호자들을 향해 날아갔다. 판테온은 아제로스에서 깃들 육체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만약 그릇이 될 생명체를 찾지 못한다면 그들은 약해진 영혼이 곧 망각 속으로 사라지는 두려운 최후를 맞이해야 했다.
티탄의 영혼들은 힘이 크게 빠진 채 아제로스에 도착해 우선 자신의 손으로 창조했던 수호자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수호자들은 마음속에서 티탄의 힘이 이는 것을 느끼고 바로 압도되었다. 그러나 그 힘은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희미해졌다.
수호자들 대부분은 울두아르에 기거했다.
수호자들은 여전히 원래 성격을 유지했으며 그 이상한 현상에 당혹스러워했다. 그들은 창조자의 마지막 흔적이 자신들의 몸에 스며들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 했다. 다만 답을 주지 않는 판테온의 긴 침묵에 혼란과 불안을 느꼈을 뿐이었다.
울두아르에 갇혀 있던 고대 신 요그사론은 수호자들의 그 불안감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이 잠시나마 마음의 나약함을 보이자, 우선 가까이서 울두아르의 관리를 맡고 있었던 수호자 로켄의 마음 속에 스며들어 그의 타락을 유도했다.
요그사론의 첫 타겟이 된 수호자 로켄
로켄의 타락은 그의 은밀한 사생활로부터 시작되었다. 로켄의 형이자 수호자 토림은 브리쿨 여성 시프를 아내로 맞이했었다. 그러나 로켄은 비밀스럽게 시프를 만나며 금지된 사랑을 하고 있었고, 이 감정에 들러붙은 요그사론의 사악함은 급기야 로켄이 시프에게 집착한 나머지 그녀를 살해하게 만들었다.
아내를 잃은 토림
요그사론은 시프의 환영으로 로켄에게 나타났다. 그리고 로켄의 이성을 점점 마비시켜 아무것도 모르는 토림을 울두아르에서 떠나게 만들었고, 그 틈을 타 요그사론은 울두아르 '의지의 용광로'에서 만들어지는 티탄의 피조물들에게 육체의 저주를 은밀히 퍼뜨렸다. 이 기이한 병은 감염자를 피와 살로 이루어진 필멸자로 바꾸어버리는 무서운 저주였다.
로켄은 그제서야 자신이 요그사론에게 놀아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을 수습하기보다는 점점 자신의 죄악을 숨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심지어 그것이 요그사론의 힘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로켄은 울두아르에 봉인된 요그사론의 힘을 쓸 수 있다면 남은 수호자들을 물리치고 모든 죄악의 증거를 지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요그사론이 퍼뜨린 '육체의 저주'
로켄은 먼저 수호자 오딘을 무력화하고자 했다. 그동안 오딘은 자신만의 영역과 강한 군대를 만들고자 하는 욕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자신의 수양딸 헬리아의 도움을 받아 울두아르의 한 구역을 떼어 공중으로 띄웠고, 그곳을 용맹의 전당이라 불렀다. 그리고 브리쿨들에게 전투에서 영광스러운 죽음으로 용맹을 증명한 자는 용맹의 전당에서 '발라자르'라는 위대한 존재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 선포했다.
용맹의 전당 중심에 서있는 오딘
하지만 이를 위해선 브리쿨의 영혼을 전당으로 데려오는 역할을 맡을 자들이 필요했다. 로켄은 헬리아를 강제로 '발키르'라는 유령과 같은 존재로 만들어 그 역할을 맡겼다. 헬리아는 자신을 원치 않는 모습으로 만들어버린 오딘을 증오했지만 따를 수밖에 없다.
강제로 발키르가 된 헬리아
로켄은 이 증오를 품은 헬리아에게 접근했다. 오딘이 건 복종의 사슬을 끊어주는 대가로 용맹의 전당을 봉인해달라고 요구하자 그녀는 흔쾌히 수락했다. 약속대로 자유의지를 되찾은 그녀는 오딘과 발라자르들을 전당과 함께 봉인한 후 그 자신은 헬하임이라는 안식처를 만들어 은거했다. 이후 죽은 브리쿨들의 영혼은 헬하임의 저주를 받아 '크발디르'가 되었다.
헬하임과 저주받은 크발디르
토림은 떠나고 오딘은 봉인되었다. 로켄의 다음 목표는 수호자 미미론이었다. 그동안 수상한 징후를 발견하고 조사 중이었던 미미론은 로켄에 의해 불의의 사고로 가장되어 처리당했다. 미미론의 충성스러운 기계 노움들이 미미론의 영혼을 거대한 기계 몸에 서둘러 주입했지만 영혼에도 상처를 입은 미미론은 스스로를 울두아르의 거대한 작업장에 가둔 채 태엽장치 발명 따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점차 요그사론의 힘을 더 많이 받아들여 세를 불린 로켄은 이어서 수호자 프레이야와 호디르의 군대를 상대로도 승리했다. 두 수호자는 울두아르 내부에 감금되었다.
로켄에게 패배한 수호자들
남은 수호자 중 세 명, 티르와 아카에다스, 아이로나야는 근처 폭풍우 봉우리로 몸을 피했다. 울두아르를 완전히 장악한 로켄은 의지의 용광로를 망가뜨리고 성채를 봉인했다. 그리고 저 멀리 남쪽 끝에 있는 대수호자 라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라는 그동안 판테온이 죽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좌절한 그는 자신의 몸에 남아 있는 티탄 아만툴의 힘을 추출해 영원꽃 골짜기 지역 산속에 조심스럽게 보관해 두었다. 그는 위대한 창조자가 남긴 작은 흔적이 그곳에서 보존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북쪽에서 일어난 동료들의 사건에 관심을 끊은 채 조용히 은거했다.
남은 수호자들
수호자 티르는 절치부심했다. 그는 과거 갈라크론드를 쓰러뜨렸던 다섯 용의 위상들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그동안 로켄은 자신이 창조한 화염거인과 용암 골렘, 호전적인 브리쿨 부족 '윈터스코른', 그리고 마법 올가미를 통해 원시 용군단까지 노예로 삼아 세력을 불리고 있었다. 용들까지 건드린 것에 분노한 용의 위상들은 그들에게 주저 없이 마력을 쏟아부었고, 마침 점차 육체의 저주 증세가 나타나고 있었던 브리쿨들은 위상들의 위압적인 공격에 패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윈터스코른 전쟁에서 승리한 티르는 로켄이 있는 울두아르 성채에 눈을 돌렸다. 그가 다음으로 생각한 든든한 우군은 관찰자 알갈론이었다. 그에게 로켄의 악행을 알리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로켄을 없앨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것을 위해선 먼저 아제로스의 역사가 기록되는 '노르간논의 원반'을 얻어야 했다. 울두아르 성채에 몰래 잠입한 티르는 계획대로 원반을 훔쳐 달아났다.
로켄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티르 무리가 알갈론에게 원반을 보여준다면 자신은 끝장이었다. 절박한 심정이 된 로켄은 기어코 고대 신의 수하였던 '크트락시(느라키의 장군들)'에게까지 손을 빌렸다. 크트락시 자카즈와 키틱스는 검은 제국에서 활약했던 잔혹한 괴물들이었다. 두 괴물은 로켄의 마음속에서 요그사론의 흔적을 읽고 기꺼이 그의 명령에 따라 티르 무리를 추적했다.
자카즈와 키틱스
티르 일행은 동쪽의 어느 숲에 도착했다. 크트락시가 그들을 추적해오자, 티르는 시간을 벌기 위해 홀로 그들과 싸웠다. 비전 에너지와 암흑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며 숲을 갈랐다. 결국 티르는 남은 모든 힘을 방출해 생명력을 대가로 눈부신 비전 에너지의 폭발을 일으켰다. 그 충격은 아제로스의 지축을 흔들 정도였다.
티르는 죽었다. 자카즈 역시 그 자리에서 함께 사망했고, 키틱스만이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 살아남아 저 멀리 서쪽으로 도망쳤다. 수호자 아카에다스와 아이로나야는 구덩이 주위의 숲을 티르가 쓰러졌다는 뜻을 담아 '티르의 몰락지'라고 부르며 그의 명예를 기렸고, 그 이름은 브리쿨의 언어로 티리스팔이 되었다.
티리스팔의 기원이 된 수호자 티르
티르와 함께 망명하던 브리쿨들은 티리스팔에 남았다. 수호자 아카에다스와 아이로나야는 토석인과 기계 노움들을 데리고 동쪽 끝 울다만으로 향하여 그곳에 노르간논의 원반을 숨겼다. 하지만 이들 티탄의 피조물들은 점차 육체의 저주 징후가 심각해지고 있었다. 급기야 토석인들은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후일을 기약하며 울다만에서 스스로 동면에 들어갔다.
아제로스 동쪽에 자리 잡은 브리쿨, 토석인, 기계노움
로켄은 노심초사했다. 비록 티르는 죽었지만, 노르간논의 원반은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봉인된 울다만을 쳐들어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민 끝에 로켄은 가짜 원반을 직접 만들어 울두아르에 가져다 놓기로 했다. 그리고 알갈론을 직접 불러낼 수 있는 교신 장치를 모두 파괴했다. 이제 알갈론을 불러내는 방법은 울두아르의 제1관리자인 자신이 죽는 것뿐이었다. 혹시나 아카에다스와 아이로나야가 자신에게 해를 가한다면, 알갈론은 로켄이 만들어놓은 가짜 원반(로켄의 과오를 지우고 역사를 왜곡시킨 원반)을 보고 아제로스의 모든 생명체를 말살할 것이다. 그 정도면 로켄에게도 만족할 만한 복수였다.
언젠가 아제로스의 운명을 결정 지을 노르간논의 원반
브리쿨 부족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갈라져 왔다. 그들 중 일부인 윈터스코른 부족은 용의 위상에 의해 대다수 멸족되었고, 일부 브리쿨의 영혼은 저 구름 위 용맹의 전당에 봉인되었다. 또 일부는 티리스팔 숲에 남았다.
브리쿨의 왕 이미론이 통치하는 용약탈 부족은 아직 아제로스 북부에 남아 있었다. 그들은 원시 용을 사냥의 동반자로 삼아 사나운 곰 종족들을 몰아내고 북부에 확실히 정착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육체의 저주 탓에 용약탈 부족의 여인들은 작고 기형적인 아이들을 낳기 시작했다. 이미론 왕은 급기야 그 아이들을 죽여서 부족을 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러한 잔혹한 명령을 따르지 못한 몇몇 부족원들은 갓난 아이들을 티리스팔에 있는 브리쿨들에게 몰래 맡기고 떠났다.
이미론 왕이 이끄는 브리쿨, 용약탈 부족
수 세대 동안 육체의 저주에 걸린 아이들과 그들의 아이들은 계속 퇴화를 거듭해 인간이라 불리는 필멸의 존재가 되었다. 기계 노움은 노움으로, 토석인은 드워프로. 그 외에도 톨비르, 모구, 거인 등 다른 티탄의 피조물들도 비슷한 운명을 맞이했다. 아주 극소수만이 그 고통을 물리칠 수 있었다. 요그사론은 흡족한 마음으로 탈출에 집중했다. 이제 고작 수천 년만 기다리면 되었다.
피와 살을 가진 연약한 종족이 되어버린 티탄의 피조물들
한편, 초목이 우거진 칼림도어의 중심부. 비전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영원의 샘 근처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트롤이라 불렀다.
8. -16,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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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세대가 지나고 생명이 만개한 칼림도어에 가장 먼저 활발한 활동을 보인 건 트롤들이었다. 아제로스의 숲과 밀림에서 번성한 그들은 놀라운 신체 회복 능력과 민첩성을 자랑했다. 또한 이들은 야생 신들을 '로아'라 부르며 숭배했다.
그들 중 가장 먼저 집단성을 보인 건 가장 호전적이고 강력한 잔달라 부족이었다. 이들은 영원의 샘 남쪽 산맥 고원에 사원을 짓고 그곳을 줄다자르라 이름 지었다.
최초의 트롤, 잔달라 부족 (준성콱님 팬아트)
잔달라 부족의 결집 이후에도 트롤은 구루바시 부족, 아마니 부족, 드라카리 부족 등 여러 부족이 따로 두각을 보이며 칼림도어의 무성한 숲 지대를 장악했다.
어느 날 일군의 트롤 무리가 로아에 의해 접근이 금지된 지역에서 돌무덤 하나를 파헤쳤다. 그것은 과거 수호자 티르와 싸우고 도망쳤던 크트락시 괴물 키틱스가 잠들어있던 곳이었다.
깨어난 키틱스는 검은 제국의 몰락 이후 지하 땅굴에 들어가 숨어있던 아퀴르 종족을 불러냈다. 키틱스는 경멸스러운 트롤 문명을 쓸어버리고 위대한 고대 신의 이름으로 다시 한번 아제로스의 패권을 되찾고자 했다.
다시 깨어난 사악한 고대 신의 종복들
아퀴르 종족 중 일부는 고대 신 요그사론이 봉인되어있는 대륙 북쪽에 나타나 지하 왕국 아졸네룹을 건설했다. 그들은 요그사론의 영향을 받아 거미족 네루비안으로 변형되었다.
또 한 일부는 대륙 남서부에 있는 고대 신 크툰의 영향을 받아 퀴라지라 불리는 종으로 진화되었다. 퀴라지들은 아누비사스들을 타락시키고 크툰의 봉인처 안퀴라즈에 둥지를 틀었다.
대륙 남쪽으로 간 아퀴르들도 있었다. 이들은 고대 신 이샤라즈의 정수를 받아들여 사마귀라는 종으로 변형되었다. 사마귀들은 영원꽃 골짜기 근처에 거대한 군락 만티베스를 세우고 이샤라즈의 금고를 감시하는 모구 종족들과 끊임없이 분쟁을 벌였다.
뿔뿔이 흩어진 아퀴르의 후예들
트롤들은 점차 세를 불리는 그들을 가만두고 보지 않았다. 잔달라 부족은 트롤 연합 '줄 제국'을 선포하고 야생 신 로아들과 함께 선봉에 서서 키틱스를 비롯한 적의 핵심 세력을 격파했다.
아마니 부족은 북동쪽으로 도망친 키틱스와 아퀴르 잔당들을 추적해 완전히 끝장냈다. 그리고 다시는 땅굴에서 기어나오지 못하도록 그 영토 위에 거대한 줄아만 제국을 세웠다. 이후 이들은 환경에 적응하여 숲 트롤이라 불렸다.
구루바시 부족은 남서쪽 안퀴라즈에 있는 퀴라지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이들은 퀴라지와의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하지 못하고 흩어져 줄파락과 줄구룹이라는 터전을 세웠다. 이들은 훗날 각각 정글 트롤과 모래 트롤이라 불렸다.
강성하는 트롤들의 문명 도시
드라카리 부족은 대륙 북부의 네루비안들을 쫓았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줄드락이라는 군락을 세워 네루비안들을 견제했다. 드라카리 부족은 얼음 트롤로 변화되었다.
세력은 소소하지만 어둠이빨 부족이라는 트롤들도 있었다. 이들은 다른 트롤 분파와 달리 도시를 세우지는 않고 하이잘 산 근처에 조용히 자리 잡아 달빛을 좋아하는 야행성 어둠 트롤로 진화되었다.
아제로스 종족 분포도
아퀴르 세력이 분열되고 그 위에 트롤 문명이 자리 잡자 전쟁은 소강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이번엔 칼림도어 남쪽에서 새로운 갈등이 시작되고 있었다.
9. -15,000년 ~ -1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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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모구가 거주하는 영원꽃 골짜기에선 새로운 종족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짓궂은 원숭이 종족 호젠, 물고기를 닮은 종족 진위, 유목 생활을 해온 야생 소 종족 야운골, 작은 몸집의 그루멀, 야만적인 파충류족 사우록, 그리고 무엇보다 두각을 보인 건 뛰어난 지성과 지혜를 갖춘 판다렌 종족이었다.
영원꽃 골짜기에 나타난 새로운 생명들
영원꽃 골짜기의 생명들을 인도한 건 네 명의 야생 신이었다. 옥룡 위론, 백호 쉬엔, 주학 츠지, 흑우 니우짜오. 판다렌들은 이들 반신들을 자애로운 신으로 여기며 '위대한 천신회'라 칭했다.
영원꽃 골짜기의 야생 신 천신회
이들이 번성하는 가운데, 모구 종족은 점차 가속화되는 육체의 저주와 사마귀 종족의 습격에 시달리고 있었다. 사마귀 종족은 알을 낳고 침공하는 식으로 100년 주기마다 한 번씩 모구들을 힘들게 했다.
모구 족의 젊은 전사 레이 션은 대륙을 떠돌며 배신과 분열로 몰락해가는 모구들에 대해 깊게 사색했다. 답을 갈구하던 그는 이윽고 과거 모구들을 영원꽃 골짜기에 정착시켰던 대수호자 라덴('라'를 모구들은 라덴이라 부른다.)을 찾아갔다.
티탄의 죽음을 느낀 이후 골짜기 지하 석굴에 은거하고 있었던 라덴은 레이 션을 아만툴의 힘을 보관한 장소로 데려가 '창조주의 죽음'이라는 진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레이 션은 라덴과 달리 오히려 분통을 터뜨렸다. 그동안 라덴이 어떤 위대한 목표를 갖고 모구들을 시험에 들게 한 게 아니라 그저 무기력한 좌절에 빠져 은거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를 화나게 한 것이다. 레이 션은 돌연 라덴을 공격해 무력화한 다음 천둥산에 가두었다.
레이 션에 의해 감금된 수호자 '라'
레이 션은 라덴의 힘, 그리고 위대한 아만툴의 힘까지 차지했다. 그의 영혼에 상상할 수 없는 힘이 밀려들었다. 그는 즉시 모구 부족으로 돌아와 자신을 '천둥왕'이라 칭하고 갈라져 있던 모구 종족을 하나로 평정했다.
레이 션은 일부 모구들의 육체의 저주를 되돌리기까지 했다. 또한 거대한 성벽 '용의 척추'를 쌓아 지긋지긋한 사마귀 종족의 위협으로부터도 어느정도 해방시켜주었다. 모구들은 처음엔 그를 두려워했으나 곧 환호했고, 레이 션의 통치 아래 번영을 갈구했다. 그것은 모구에게 새롭고 영광스러운 제국의 탄생을 의미했다. 하지만 다른 종족에게는 폭정의 시대가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폭정의 시대를 여는 천둥왕 레이 션
레이 션은 영원꽃 골짜기 주위에서 노예 정복 전쟁을 시작했다. 진위 종족은 그에 맞서 용감히 싸웠으나 결국 무너졌다. 호젠 종족은 스스로 모구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판다렌 종족은 야생 신 쉬엔의 힘을 빌려 맞서보았으나 티탄의 힘을 훔친 레이 션을 당할 수는 없었다. 결국 천둥왕의 이름 아래 영원꽃 골짜기의 모두가 언어를 비롯한 문명을 철저히 파괴당하고 노예 신세로 전락했다.
반신 쉬엔도 당하지 못한 천둥왕의 힘
모구 제국은 곧 다른 문명의 주의를 끌었다. 특히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던 잔달라 트롤들은 모구들에게 동맹을 제안하며 아제로스 정복자로서의 연대를 주장했다. 그들은 모구에게 아제로스 전반의 환경적인 지식을 제공해줄 수 있었다.
야욕에 차있던 천둥왕은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연합은 먼저 영원꽃 골짜기 서쪽에 위치한 울둠에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울둠에 있는 시초의 용광로와 톨비르들을 수중에 넣는다면 아주 강력한 전력이 되리라 판단했다.
잔달라 트롤과 모구의 야욕에 찬 동맹
하지만 톨비르들은 호락호락 당하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천둥왕이 대수호자 라를 배신했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비록 그들은 전력 상으로 모구와 잔달라 연합을 상대할 수 없었지만, 그들에겐 시초의 용광로가 있었다. 톨비르들은 용광로 출력을 조정하여 아제로스 전체가 아닌 주변 지역에만 영향이 가도록 수정했다. 그리고 천둥왕 연합이 가까이 왔을 때, 용광로를 가동시켰다.
그날, 울둠 주위에 있었던 거의 모든 생명체가 즉사했다. 울둠 주변 지역은 갈라지고 찌그러져 메마른 사막만이 남았다. 수천 년 동안 수많은 동식물이 뛰놀았던 그 광대한 밀림은 더 이상 없었다.
울둠 내부에 머물렀던 톨비르는 살아남았다. 일군의 모구 무리는 천둥왕의 시체를 모구 제국으로 가져와 무덤에 안치했다. 이 일로 모구와 잔달라 두 제국은 모두 한동안 회복하기 힘든 커다란 치명타를 입었다.
황폐화되어버린 울둠 지역
천둥왕의 죽음으로 결속이 약해진 모구 제국은 그럼에도 타 종족의 핍박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만에 하나 일어날 반란을 방지하고자 판다렌의 무기 소지를 금지하고 계속 노예로 부렸다.
어느 날부터인가 위대한 판다렌 캉은 무기 대신 자신의 몸을 무기로 사용하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그것을 춤을 추는 것이라 위장했다. 이 기이한 전투 방법은 모구 제국의 억압받는 노예들 사이에 급속히 퍼져 나갔다. 수많은 노예들이 캉의 가르침을 받아들였고 헌신적으로 새로운 무술을 익혔다.
맨 몸으로 전투하는 법을 익힌 판다렌 노예들
모구들이 판다렌의 심상찮은 움직임을 감지했을 때, 이미 혁명은 시작되었다. 판다렌들은 천신회를 비롯해 진위, 호젠, 그루멀, 야운골 등등 함께 반란을 일으킬 세력을 규합했고, 노예들에게 의지하느라 많이 약해졌던 모구들은 결국 그들의 혁명을 저지하지 못 했다.
그렇게 모구 제국은 몰락했다. 이어서 잔달라 트롤까지 침공해 왔지만 지앙이라는 판다렌이 운룡을 길들여 싸우는 방법까지 동족들에게 알려주면서 전쟁은 혁명군의 완전한 승리로 끝났다.
무술과 운룡을 이용해 승리한 판다렌
전쟁이 끝난 후 유목 민족 야운골은 다시 골짜기를 떠나 북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각각 칼림도어 북부와 중부에 자리 잡았다. 이때 영원꽃 골짜기에 그대로 남은 자들은 야운골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북부로 올라간 자들은 타운카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차가운 토양에 적응해 갔다. 중부에 정착한 이들은 자신들을 타우렌이라 불렀다. 다만 타우렌들은 똑같이 유랑 종족이면서 매우 호전적인 성격을 가진 켄타우로스들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
유랑 생활을 고수하는 타우렌과 켄타우로스
판다렌들은 모구 종족에게 복수하기보다는 위대한 캉의 가르침대로 평화를 택했다. 영원꽃 골짜기 일대에는 평화와 번영의 시기가 열렸고, 판다렌은 그 지역을 고향으로 여기는 다른 종족들과 함께 번성했다. 이른바 판다리아 제국은 그렇게 한동안 평화로웠다.
더욱 다양해지는 종족 분포
한편, 하이잘 산 근처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어둠 트롤들에게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칼림도어 대륙 역사상 가장 거대한 변혁의 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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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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