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하면 으례 떠오르는 문구가 '할머니가 보내셨구나. 이 많은 감자를!'이다
아마 국민학교(현 초등) 3~4학년 때 교과서에 나왔던 문장으로 기억된다.
세살적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과 같이 어릴 적에 뇌리에 꽂힌 기억은 오래도록 남는다.
감자하면 먼저 먹는 김이 무럭무럭 나는 삶은 감자나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등에서 갓튀겨내는 감자칩을 연상하기 쉬우나
주식,경영 분야에서 쓰는 한자어인 감자(減資)도 있다.
여기서 감자(減資)란' 주식회사나 유한회사가 결손을 보전하거나 과대자본을 시정하기 위하여
법원에 등록되어 있는 자본의 총액을 줄이는 일'이다. 예문을 들면,'정부는 A사에 대하여
부실경영 책임을 물어 감자 명령을 내렸다' 와 같다.
우리가 영국에 잠시 살 적에 IMF 사태를 맞아 원화 가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져 내가 받는 봉급으로는
방세도 낼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모든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다.
그래도 굶고는 살 수가 없으므로 식료품값도 최하로 낮추다 보니 싼 식재료를 찾아야 했다.
차를 타고 큰 농산물 시장에 가서 20kg짜리 푸대에 든 감자를 사왔다. 삶아서도 먹고 된장에 넣어 반찬으로도 먹었다.
영국이 모든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싸지만 감자만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다. 또 감자종류도 많다.
어제 내가 소유하고 있는 스킨앤스캔 주식이 감쪽 같이 사라졌다.
며칠전부터 감자 노티스가 와 있던 터였다. 년초에 한 주에 300원 정도에 샀는데 계속 하락하다가 유커가 돌아온다는 뉴스에 반짝했다가 다시 고꾸라졌다.
도중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절반가 이하에서 손절하고 한 주만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남겨 놓았던 것이다.
회사에서 1/10로 감자를 시행했으니 내가 가진 한 주는 0.1주가 된 셈이다. 아마 한 주 미만은 사사오입을 하는지 내 계좌에서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