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약도 하지만, 제약도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을 인식해야
우크라이나전에서 활용되고 있는 무인지상로봇 UGV
드론은 현대전에서 필수적인 무기체계로 자리 잡았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하늘을 나는 드론과 달리 지상에서 움직이는 무인 로봇은 아직 본격적으로 운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무인 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최현호 밀리돔 대표/군사컬럼니스트
TM-62 대전차지뢰를 탑재한 우크라이나(좌)와 러시아(우) UGV들
1. 본격적인 도입이 이루어지지 못한 UGV
공격도 가능한 이스라엘 엘빗이 개발한 로버스트 UGV
에스토니아 밀렘 로보틱스의 데미스 UGV
시리아 내전에도 파견되었던 러시아의 우란-9 UGV
우크라이나전쟁은 드론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드론들이 활약하고 있다. 전쟁 초반에는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 TB2 드론이 활약했고, 현재는 일인칭 드론으로 불리는 FPV 드론과 샤헤드 같은 자폭 드론들이 활약하고 있다. 바다에서도 우크라이나가 만든 무인 드론 보트가 활약하면서 러시아 해군 흑해함대 소속 함선들이 여러 척 격침되었다.
하지만, 하늘과 바다에서 활약하는 드론과 무인 드론 보트와 달리 지상에서 움직이는 무인 로봇은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무인지상차량(Unmanned Ground Vehicle. 이하 UGV)으로 불리는 무인 로봇도 드러나지 않지만 활약하고 있다.
UGV는 여러 나라에서 정찰 및 감시, 물자 운반은 물론이고 전투 임무까지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가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미 육군의 로봇전투차량(RCV) 프로그램처럼 미래 군을 위한 도입 사업 정도로 남아있거나, 업체 제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UGV 배치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이스라엘은 국경지대 감시용 가디움(Guardium)과 본격적인 전투 임무를 위한 로버스트(ROBUST) 등 다양한 UGV를 도입하고 있다. 이스라엘 제품 외에 현재 가장 많이 도입되는 UGV는 에스토니아 밀렘 로보틱스가 개발한 데미스(THeMIS)가 있다.
궤도형 하이브리드 모듈식 보병 시스템(Tracked Hybrid Modular Infantry System)의 약자인 데미스는 중량 1,630kg, 기본 탑재중량 750kg, 최대 탑재중량 1,200kg, 최대 속도 시속 20km로 움직이는 궤도형 UGV다. 전기모터와 디젤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으로 최대 15시간까지 움직일 수 있으며, 배터리만으로는 1.5시간 동안 조용하게 움직일 수 있다.
원격 조종도 가능하지만, 인공지능을 탑재하여 사전에 입력된 경로로 움직이거나 선두 차량을 따라가는 자율 주행 기능도 갖추고 있다. 기본형은 양쪽 무한궤도 사이에 물건이나 사람이 올라탈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수송형이지만, 필요에 따라 기관총을 장착한 원격조종 무인포탑(RCWS)이나 대전차미사일, 또는 연막탄 등을 장착할 수 있다.
데미스 외에 전쟁에 투입된 것으로 시리아 내전에서 시험된 러시아의 UGV가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울란(Uran)-6 지뢰 제거 로봇과 우란-9 전투로봇 등을 투입했다.
우란-9은 중량 12톤에 무선으로 조작되며 PKTM 기관총, 30mm 2A72 기관포 및 대전차 유도 미사일을 장착하는 등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했지만, 실제로는 짧은 거리에서도 잦은 통제 불능 상황 발생, 낮은 험지 돌파 능력, 기관포의 낮은 신뢰성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밝혀졌다. 하지만,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UGV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되고 있고 서방 매체들이 주목하고 있다.
2.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UGV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UGV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전선이 동부지역에서 고착된 이후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UGV 활용도는 지뢰 제거, 전선의 아군에게 물자 전달, 부상자 운반, 지뢰 및 폭발물 운반 및 자폭, 기관포 등을 사용한 공격 등 다양하다.
1) 러시아
로고진이 우크라이나에 투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마르케르 UGV
좌측에 볼로네즈 C-UAV 재머가 달린 부상자 운반중인 러시아군 UGV
러시아는 전투 및 재난구조 이외에 극한 환경의 북극 지역 경비에 무인 로봇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UGV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러시아의 UGV는 2010년대 중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전투용으로는 우란-9, 네르흐타(Nerekhta), 소라트니크(Soratnik) 등이 있으며, 지뢰 제거용으로 우란-6가 있다. 2016년 말에는 네르흐타와 소트라니트가 러시아군 훈련에 참가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여러 종류의 UGV를 시리아 내전에 파견했고, 성과를 자랑했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성과는 부풀려져 있었다. 시리아에서의 평가를 기반으로 러시아 UGV 업체들은 제품 설계를 보강하는 등의 작업을 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 국방부와 UGV 제작사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UGV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보낼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실제로 얼마나 효용성이 있었는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UGV 배치 주장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3년 1월 러시아 부총리와 연방우주국 로스코스모스 대표를 역임했던 드리트리 로고진이 독일이 지원한 레오파드2 전차를 파괴하기 위해 마르케르(Marker) UGV 4대를 현장에 투입하여 시험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마르케르는 2018년부터 러시아 로봇기술개발센터와 안드로이드 기술연구소가 개발한 것으로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시설 경비 임무에 사용되었다. 무게는 5톤이며, 전기 모터로 움직이고 시속 8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알려졌다. 5km 거리에서 무선으로 조종이 가능하고, 기관총 등으로 무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로고진의 주장과 달리 개발사는 마르케르 로봇의 우크라이나 전장 투입은 정찰 시스템과 화물 운송 시스템 시험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름이 알려졌던 러시아의 UGV들은 전선에서 활약이 크지 않지만, 최근 러시아군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UGV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X(옛 트위터)나 텔레그램 등에 의하면 러시아군은 다양한 종류의 UGV를 이용하고 있다.
2023년 12월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영상에는 러시아군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소형 UGV로 군인들에게 물자를 보급하고, 부상자를 운반하는 장면이 찍혔다. 부상자를 수송하던 UGV에는 우크라이나군 FPV 드론에 대응하기 위해 볼노레즈(Volnorez) C-UAV 재머도 달렸다.
러시아군의 UGV 가운데 가장 많은 활약을 하는 것으로는 전선 뒤에서 지뢰 제거에 사용되고 있는 우란-6다. 무게 6톤의 우란-6는 운용자가 약 1km 떨어진 곳에서 휴대용 콘솔로 조작할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의 경험을 통해 성능을 개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 우크라이나
2021년 전시회에 출품된 우크라이나 RSVK-M2 UGV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언클래드 UGV
우크라이나군이 시험한 부상자 수송용 UGV
브레이브 1 기술 그룹이 개발한 소형 지뢰제거용 UGV
현재 우크라이나가 운용하고 있는 UGV들은 물자 전달, 부상자 수송, 지뢰 살포, 그리고 고정 및 이동 목표 폭파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외국에서 지원된 UGV와 자체 개발한 UGV를 사용하고 있다.
외국에서 지원된 것으로는 에스토니아 밀렘 로보틱스의 테미스(THeMIS)가 대표적이다. 테미스는 보병부대를 위한 물자 수송, 원격 무기 스테이션, IED 탐지 및 처리 장치 등의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이를 위해 폭넓은 확장성을 자랑한다. 테미스 외에도 체코의 이소리트-브레이브(Isolit-Bravo)가 개발한 트레일-블레이저(Trail-Blazer) UGV도 운용하고 되고 있다.
외국제 외에 자체 개발 UGV도 사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2016년부터 UGV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시기에 팬텀이나 미로트보르체(Myrotvorets) 같은 UGV가 공개되었다. 일부는 돈바스 내전에 투입되어 운용되기도 했지만, 시험적 성격이 강했다.
현재까지 사용이 알려진 것으로 미로트보레츠, 아이언클래드, 리스, 라텔, 무라하 등이 있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난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무라하(Murakha) UGV는 물자 운송용 궤도형 UGV로 1톤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다. 아이언클래드(Ironclad) UGV는 물자 운송 또는 RWS를 달아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소형인 라텔(Ratel) UGV는 위에 지뢰나 폭발물을 탑재하여 자폭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개발한 UGV 가운데 일부는 브레이브(Brave) 1 같은 민간 기술자 집단에 의해 개발되었다. 브레이브 1이 개발한 것으로 지뢰 운반 및 설치 UGV, 지뢰 제거 UGV, 부상자 수송용 UGV, 정찰 및 타격 로봇 시스템 모로즈(MOROZ), 정찰용 UGV 시르코(Sirko)-S1 등이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의하면, UGV 개발에는 몇 가지 우선순위가 있다. 첫 번째는 군수 보급용이며, 두 번째는 경무장 전투 플랫폼, 세 번째는 기관총이나 정찰감시 센서가 장착된 고정식 시스템이다.
3. 전장에서 드러난 한계
상용 리모트 콘트롤러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의 야시르 지뢰 제거 UGV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두 나라가 사용하는 UGV들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적용된 UGV보다 기술이 떨어지는 급조품 수준이 대부분이다. 서방 분석가들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현장에서 급조된 형태의 조잡한 UGV들을 전장에 투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잡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양측에서 쓰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기존 차량에 비해 크기가 작아 널리 사용하는 정찰용 드론에도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두 번째는 가격이 기존 차량에 비해 저렴하다. 어떤 종류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전차 파괴가 가능한 UGV의 가격이 약 500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세 번째는 전쟁터에서 가장 값비싼 자원인 사람이 탑승하지 않기 때문에 병력 손실의 위험이 적다.
하지만,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첫 번째로 전파로 통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FPV 드론 등의 공격용 드론을 막기 위한 전자전 시스템이 보급되면서 운용이 어려워지고 있다. 두 번째, 속도가 느리다 보니 하늘에 떠 있는 드론에 발견되어 공격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 외에도 UGV 개발자에 의하면, 우크라이나의 경우 제작에 필요한 부품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저렴하고 신속하게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소개한 것처럼,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UGV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장에서 사용되는 양측의 UGV는 지금까지 자랑하던 것들이 아닌 현장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임시변통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도, 전자전 등 대응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에 급조된 UGV도 운용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SNS를 통해 벌어지는 양측의 프로파간다 성 주장만으로 이들의 효용성을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우리 군 등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다양한 교훈을 도출하고 있지만, 무인 기술 등 장밋빛 전망만 보기보다 전자전 상황에서의 운용 제약 등 현실적인 문제도 포함하여 군에 도움이 되는 교훈을 도출해 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