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정중앙, 한반도의 배꼽이라 자부하는 고을, 양구를 방문하면 10년이 젊어진다는 슬로건처럼
청정자연을 간직하고 있는곳에는 과연 어떤 맛이 숨어있을까.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것이 바로
그 지역만의 독특한 먹거리 찾기다. 이게 또한 쉽지 않은것이 넘쳐나는 정보에 비해 기대에 못미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럴땐 그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지역주민들에게 물어보는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어떻게 주민들에게 물어볼까. 그렇다면 바로 그 지역의 공무원들에게 물어보는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군청이나 시청 직원들은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근무하고 지역을 잘 알기에 맛있다는 식당들은
대부분 섭렵한다. 그리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특히 외부인사들을 접대하거나 다른 지역에서의 방문객을 많이 만나는 문화관광과 직원들이야말로
뛰어난 입맛은 아니지만 맛있다는 식당들은 꿰고있다고 봐야한다. 양구하면 대부분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를정도로 오지이다. 첩첩산중인 곳, 인제와 양구하면 군인들이 우글대는곳.
물론 펀치볼, 두타연, 제4땅굴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곳이지만 그저 군인들이 많고 휴전선과
맞닿아 있는 곳쯤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양구를 방문해보면 곳곳에 숨어있는 여행지와 청정한 공기,
감미롭게 불어오는 바람, 높은 고봉들과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단풍으로 인해 눈과 입, 오감이 즐거워진다.
오늘 만난곳은 양구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오골계구이를 잘한다고 말해준 석장골.
양구에 오는 여행객들이라면 한번쯤은 맛본다는 양구의 별미중의 하나인 오골계구이.
장수오골계와 석장골오골계 두곳이 유명한데 오늘 가본곳은 양구읍내 한전 뒷편에 있는 석장골오골계이다.
원래 이곳에서 영업한것은 아니고 올해 새로 건물을 신축해 새롭게 오픈했다고 한다.
그래선지 외관도 펜션처럼 깔끔하다.
오골계면 닭인데 주로 백숙이나 탕으로 먹지만 양구에서는 오골계를 구이로 먹는다.
내부로 들어가니 룸으로 된 방들이 곳곳에 있고 단체손님을 위한 길게 터놓은 방도 있다.
이곳은 양구지역주민들의 모임때문에 예약을 해놓아 미리 셋팅했다고 한다.
내부도 외부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숯불구이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게 정갈하고 깨끗한 인테리어가 보인다.
맛집들이 그렇듯이 이곳도 메뉴는 단촐하다. 오골계를 전문으로 하는지라 구이와 백숙, 매운탕이 전부.
가격도 몸에 좋고 쉽게 맛볼 수 없는 오골계임을 감안한다면 그리 비싸다고는 볼 수 없다.
근교의 닭고기나 오리탕을 팔고있는 가든에서는 보통 4 ~ 5만원을 받으니깐. 숯불구이 한마리가 35,000원.
오골계 숯불구이가 식탁위에 올랐다.
식기에 담긴 오골계는 고기와 간, 모래집 등이 한약재와 비밀소스에 잘 숙성되었다.
처음에 나왔을 때엔 오골계가 아니라 무슨 해물모듬인줄 알았다. 홍합과 해삼, 굴 등을 넣고 버무린줄 알았다.
뼈속까지 까만 오골계는 의외로 살이 퍽퍽하지 않아서 숯불에 구워먹기에 그만이다.
오골계가 너무 크면 질기기 때문에 보통 60 ~ 70일 자란 중오골계를 쓴다고 한다.
오골계를 참숯위 석쇠에 올려놓는다.
닭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만큼 이채로운 구이의 모습이다.
숯불위에서 익어가는 오골계를 눈으로 귀로 콧속으로 느껴본다.
오골계의 맛은 딱 잘라 표현하기 어렵다. 이곳사람들이 하는 말로는 닭과 참새를 섞어놓은 맛이란다.
얼마전에 먹은 메추리구이와 맛이 비슷하다고 할까.
상차림은 간단하다. 뭐, 맛난 주인공이 있으니 딸려 나온 반찬들은 맛보는 정도로 해둔다.
그중에서 빠알간 물김치는 오골계숯불구이와 잘 어울린다.
숯불의 화력이 워낙 좋은지라 올려놓은지 얼마 안되 오골계가 하얀 연기를 내면서 식욕을 돋우며 익어간다.
원래도 까만 오골계는 숯불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니 제대로 블랙의 옷을 입어
익은건지 아직 안익은건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래도 조금 색이 변해가는 놈들을 입으로 가져간다.
까만껍질의 오골계 한점을 먹었는데 닭의 맛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고소하다.
기름기도 적고 탄력있는 살점에 자꾸 하나하나 젓가락질을 하게 만든다.
살코기보다는 껍질과 함께 먹어야 오골계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싱싱한 간을 구워 먹으려면 갓잡은 것이 아니고는 꿈도 못꾼다.
손대면 터질것같은 야들야들한 오골계간은 구웠어도 그 탱탱함이 살아있다.
간을 평소에 먹지못하는 사람일지라도 이곳에서 오골계간구이를 못먹는다면 후회를 할것이다.
동네 닭바베큐와는 바다와 강의 차이라고 할까. 참숯과 어울리는 오골계구이는 술을 부른다.
몸보신에 장어, 가물치, 토끼탕, 백숙 등이 좋다하지만 오늘 이것을 추가해본다.
노릇하게 잘 익은 오골계와 함께 청정한 국토의정중앙, 한반도의 배꼽 양구의 밤은 깊어간다.
오골계가 숯불위에서 잘 구워져 있다.
닭똥집도 간도 부드러운 살코기도 맛으로 치자면 비슷한 점수를 줄 수 있는 영양만점 오골계.
오골계구이를 먹고나면 살을 발라내고 남은 오골계뼈를 푹 삶아
고추가루와 대파, 양파, 감자 등을 넣고 주방에서 끓여온 오골계탕이 나온다.
솔직히 오골계탕은 조금 심심한 맛이었다.
평소에 자극적이고 매콤한 맛의 감자탕이나 걸쭉한 기름기가 떠있는 닭도리탕을 많이 먹은지라.
하지만 맑고 삼삼한 오골계탕은 개운한 뒷맛을 선사했다.
물론 밥한공기 뚝딱 말아먹고 이슬이도 함께 꾸역꾸역 먹었다.
가을에 만난 양구의 별미 오골계구이. 조금 일찍 알았다면 더 좋았을것을.
다음 양구여행때엔 필히 낚시대를 준비해 낚시도 해보고 오골계구이를 더 깊고 진하게 느껴봐야겠다.
양구는 지금 단풍이 한창이다. 아직 진정한 가을을 만나지 못했다면
양구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의 참맛을 느껴보자.
양구에는 괜찮은 음식점들이 꽤 있다.
얼큰한 돼지고기 내장국밥을 내놓는 중앙통의 옥천식당, 방산자기박물관이 있는 방산면의 신선한 제철
나물과 함께 비벼먹는 산채비빔밥을 잘하는 청수골, 막국수와 수육이 맛있는 남면 도촌막국수와 광치막국수.
이곳의 산채정식은 주변이 워낙 산이 많아 항상 신선하고 향이 좋은 산나물을 원료로 하기에 그 맛 또한
자연을 듬뿍 담고 있다. 섬에서의 생선요리가 맛이 있듯이 산촌에서의 산채정식도 일품이다.
그리고 사뎅이를 푹 삶은 육수에 굵은 무와 콩을 갈아 넣어 묽게 끓여낸 콩탕을 잘하는 중앙시장 근처의
동문식당도 손에 꼽히는 맛집이다. 콩탕에 맑은물과 좋은 햇살이 빚어낸 토속적인 강된장을 넣어 먹으면
그 맛이 더욱 진해진다.
더 자세한 여행정보는 양구군청 홈페이지 http://www.ygtour.kr/ 또는 경제관광과 033 - 481 - 2191 로
문의하면 잘 알려준다.
첫댓글 오나하고 같은방 쓰신 해리슨포들님 의외로 사진이 깔끔하네요.이틀째 되는날 술에 취한듯안취한듯한 행동이 인상에 남네요.
ㅎㅎ 만나서 방가웠어요! 투어짱님. 둘째날은 조금 피곤했지만 즐거운 여행이었던것 같네요~~ 등산에서 조금 버벅거렸지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