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류미야
없어져야 할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어떤 것의 얘기다
어제가 아름다웠던, 아이였던 모두의
물오른 종아리는 그리움을 발명했다 길 위에 올라서면 멀리 뻗는 새 길들, 낮은 키로 안 보이던 골목 안쪽 풍경들이 악다구니에 부딪혀 소문으로 피어나고 끊임없이 아가들은 울고 방향 없는 바람이 불고 지친 다리를 쉬면 발 뿌리가 자랐다 지상에 붙박여 들뜨지 않는 마음, 열매 흐드러질수록 그늘은 짙어졌다 어느새 기둥이 된 그리움을 베어내고 그루터기로 남은 흔적까지 밀어내고 높이 올린 처마 끝에선 새들도 다 떠났다 조도를 높일수록 창백하게 비는 방들, 그 사이 별똥별들은 밤하늘을 건너고
아장아장 요람에서
자장자장 요양까지
주름진 아이 하나
집에 돌아갈 거야
연신 중얼거린다
단 한 번, 아침이었고
저녁은 곧 닥쳤다
⸻ 《포지션》 202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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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미야 시인
1969년 진주 출생. 경상대학교 사범대 국어교육과 졸업.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 전공.
2015년 월간 《유심》 시조 등단
시조집 『눈먼 말의 해변』 『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발행인 겸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