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당신을 생각하던 그 여름, 가을, 겨울과 봄
당신으로 인해 내 마음에는 한 여름에도 폭설이 내렸지만
세포들 하나하나 살아 숨쉬며 당신을 찾아 헤메던
그토록 풍요롭던 그 날들은 이제 다시 오지 않을테니
아주 먼 훗날에라도 우연히 당신을 만난다면
이 말만은 꼭 해주고 싶어
고마워.
당신을 보내고 나는 이렇게 살아남았어.
황경신, Paper - '어느 특별한 날씨에 대한 기록'
사람이 좋아지는 마음은
반드시 언젠가는 옅어지기 마련이다.
먼저 마음이 시들해진 쪽이 상대에게 쫓기게 되고
마음이 남아 있는 쪽은 이러쿵저러쿵 사랑을 이야기한다.
요시다 슈이치, 동경만경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 만큼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노희경,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中
누군가의 눈빛 하나, 걸음걸이 하나가
우주만한 무게로 다가오는 것은 두려운 일일까, 황홀한 일일까?
그 사람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울고 웃고
그 사람이 좋다고 한 책, 좋다고 한 영화, 좋다고 한 음악은
갑자기 세상에 둘도 없는 걸작으로 위상이 급변하는,
스스로 생각해 봐도 줏대를 상실한 반응들
사랑은 그렇게 정체성의 혼돈과 함께 온다.
내가 나라는 사실보다 더 절실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마음에 들고 싶다는 생각'
'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라면
이전의 나를 기꺼이 포기할 수도 있다는 생각'
사랑이 위대한 것은 이처럼 자기의 정체성을 자진해서 허물어뜨리도록
만드는 유일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나의 취향, 나의 습관, 나의 개성, 나를 보호하고 있던 낡은 틀이 깨지면서
우리는 '살짝' 죽고 다시 태어난다.
사랑 때문에, 우리는 인생을 다시 배울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아주 성공적인 경우,
사랑은 우리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 준다.
황경신, paper 中
기억들은 마치 바람처럼
그저 스쳤던 바람처럼 스칠 때는 그렇게 절실하더니
지나고 나면 한낱 바람이었다.
김종원, 기억에 마음을 묻는다
저는 그가 그립고 또 그리워요.
이 세상이 텅 빈 것 같고 고통으로 가득 차 있어요.
달빛은 너무도 아름다운데 그가 이 곳에서
저와 함께 달을 볼 수 없어서 달빛이 싫습니다.
아저씨도 아마 누군가를 사랑해보셨기에
제 마음을 이해하실 수 있겠지요.
그런 경험이 있으시다면 설명할 필요가 없을테고
그런 경험이 없으시다면 뭐라고 설명드릴 수가 없습니다.
진 웹스터, 키다리 아저씨 中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보고싶다고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나의 사랑이 깊어도 이유없는 헤어짐은 있을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없어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사람의 마음이란 게 아무 노력없이도 움직일 수 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움직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 속에 있을 때 더 아름다운 사람도 있다는 것을.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듯
사람도 기억도 이렇게 흘러가는 것임을.
* 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그대 아는가,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다는 것을.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다는 것을.
그대와의 만남은 잠시였지만
그로 인한 아픔은 내 인생 전체를 덮었다.
바람은 잠깐 잎새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 때문에 잎새는 내내 흔들린다는 것을.
아는가 그대, 이별을 두려워했더라면
애초에 사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이별을 예감했기에 더욱 그대에게
열중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상처입지 않으면 아물 수 없듯
아파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네.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여 진정 아는가.
이정하, 사랑했던 날보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황동규, 즐거운 편지 中
테오야 그런 건 생각도 하지말자.
우리가 사랑에 빠졌다면
그냥 사랑에 빠진 것이고 그게 전부 아니겠니.
반 고흐, 영혼의 편지中
깊이, 앓으십시오, 앓음답도록, 아름답도록.
-김형태, 너, 외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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