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곳곳에 군인들을 상대로 하는 가게들도 심심찮게 보이고 가는 길 어귀에는 여지없이 군부대가 있다.
하지만 산골 오지마을인 양구는 더 이상 최전방에 있는 숨겨진 고장이 아니다.
경춘고속도로가 심리적, 물리적인 거리를 확 줄인 데 이어, 구불구불해서 위험하기도 했던
국도의 고개마루마저 곳곳에 터널을 만들면서 이제는 드라이브에 그만인 말끔한 길이 되었다.
지금 공사중인 국내 최장의 터널이 될 배후령터널이 완공되면 양구로 가는 길도 이제 1시간 30분이면 족하다.
양구는 면적은 넓지만 대부분 군사지역이고 높은 산이 많아 정작 쓸모있는 땅들은 많지 않은 편이다.
인구도 2만여명을 조금 넘기는 수준. 군민보다 이지역에 상주하는 군인들의 수가 더 많기도 하다.
전국에서 가장 작은 군단위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곳 양구는 곳곳에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여행지가 많다. 민통선 안에 있는 맑다못해 눈부신 절경의 두타연과 읍내에서 멀지 않은 곳의 직연폭포와 방산자기박물관,
천혜의 견지낚시터인 수입천과 을지전망대, 제4땅굴, 대암산 용늪, 광치계곡과 자연휴양림,
그리고 소지섭길로 통하는 DMZ생태탐방길 등 자연과 한데 어울려 10년은 젊어진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청정함속에 자리한 고장이다. 그곳에 가면 마구 뿜어져나오는 청정의 때묻지 않은 산소탱크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 국토의 한가운데 즉 한반도의 배꼽, 국토정중앙이라 부르는데, 처음엔 왜 이곳 강원도의
치우친 작은도시가 정중앙인지 몰랐다. 하지만 북한지역과 도서를 포함한 한반도를 기준으로 하면
정중앙이라고 한다. 한반도의 최서단은 북한 신의주 마안도이고 최남단은 제주도의 마라도,
최동단은 영원한 마음의 고향인 독도 최북단은 함경북도 온성인데 이 지점들을 연결해서
그 가운데 점을 찍으면 양구란다. 양구하고도 남면 도촌리 일대. 동경 128도 북위 38도.
그래서 이곳에서 매년 아리따운 여인네들이 화려한 춤을 추며 후꾼하게 달아오르게 만드는 배꼽축제가 열린다.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고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한국전쟁의 최대격전지였던 산촌 양구는
지금 청정자연과 생명력 넘치는 볼거리들로 한걸음 한걸음 사람들을 향해 그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오늘 가본곳은 양구를 가로질러 흐르는 서천과 강태공들의 파라다이스인 파로호가 만나는 곳에 조성된
인공습지인 한반도섬이다. 원래는 이곳이 이렇게 멋진 풍경의 수변이 아니었는데, 서천 아래 파로호와
만나는 지점에 보를 만들고 버려졌던 습지의 퇴적물들을 준설하고 물을 담아 아름답게 조성하였다.

한반도섬을 한눈에 보려면 양구읍에서 10여분정도 떨어진 한반도섬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넓은 수변 한가운데 있는 한반도섬은 데크를 통해 강변 양쪽에서 들어갈 수 있다.

한반도섬 전망대 가는길 입구에 있는 파로호 인공습지 안내판. 한반도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영월의 한반도지형이 자연이 만들어 낸 예술작품이라면 이곳 한반도섬은 인간이 만든
인공습지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직 제대로 한반도를 나타내지는 못한다.
물론 한반도의 지형과 제주도, 울릉도, 독도 등 모양은 그려냈지만
그 안에 각 도를 대표하는 조형물들이 점차 설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반도섬 위쪽 병의 목처럼 물길이 좁아지는 곳이 파로호로 연결되는 저류보를 만든지점이다.

전망대에 올랐지만 한반도섬의 모습은 잘 알아볼 수 없다.
그냥 한반도 지형이려니 생각하고 보니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정도.
한반도섬 양안에는 호수를 따라 강변길이 조성되어 있어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면서 바람을 느끼기에 좋다.

한반도섬을 제대로 보려면 열기구를 타거나 헬기를 타야겠다.
제주도는 한반도섬에서 따로 떨어져나와 나무데크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전망대에서 한반도섬을 감상한 후에 직접 한반도섬으로 간다.
완연한 가을날씨에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 기분이 설레인다.
푸른 강물을 바라보며 버드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사색을 해본다.

한반도섬으로 들어가는 500여m는 될듯한 데크앞에 파로호 인공습지 안내판이 있다.
과거의 사진을 보면 좁은 시냇물이 흐르는 실개천과 그 옆으로 경작지와 습지들이 보인다.
이렇게 메마르고 버려졌던 습지가 위 사진처럼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과 쾌적함을 주는
습지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개발이 능사는 아니지만 자연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환경을 보존하면서
그에 맞춰 개발하는 것은 참 바람직하다. 인공습지로는 국내최대이며 최초라는 말이 보인다.
인공습지도 있지만 국내 최고의 다양한 습지생물들이 서식하는 대암산 용늪도 있다.

한반도섬으로 들어가는 나무데크. 긴 데크를 따라 물길위를 떠다니는 기분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긴다.
저곳은 더이상 분단된 조국이 아닌 새들과 꽃, 사람이 함께하는 완전한 한반도이다.

밝은 가을햇살을 맞으며 걷는 한반도길은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피로가 싹 없어지는 듯하다.
가슴이 뻥뚫리고 몸은 솜털마냥 가벼워진다.
강변을 걸으며 산책하면 몸속 노폐물이 없어지고 피부도 좋아진단다.

오후의 가을햇살이 호반을 금빛으로 물들인다. 빛나는 물길을 향해 작은 소원을 가슴속으로 말해본다.
바닥이 평평해서인지 그리 깊지 않은 습지에는 갈대같은 긴 풀들이 곳곳에 자라있어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새벽 이른시간에 이곳 인공습지에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있을때 오면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기분이라고 한다.

데크 중간 한적하고 조용한 습지 근처에 작은 돛단배가 외로이 떠있다.
저 배를 타고 한반도섬을 한바퀴 여유롭게 돌수있다면.

한반도섬 가는 길 데크 옆에는 멀지만 소중한 동쪽의 고도인 울릉도와 그 동생섬인 독도가 떠있다.
독도에는 대한민국의 분명한 영토임을 알리는 태극기가 나부끼고 있다. 희망을 향해, 행복을 말하면서.
물가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중이던 새들이 인기척을 느꼈는지
물을 박차며 날개짓을 하더니 먼곳으로 날아가버렸다.


한반도섬의 중앙인 강원도 지역에서 바라본 남쪽의 모습. 잘 가꾼 잔디밭에 누워 달콤한 낮잠을 즐기고 싶다.
분수대 오른쪽에는 서울의 상징인 해치가 늠름한 모습으로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섬의 북쪽을 바라보니 조금 휑하다.
아직까지는 거리감이 있는지 아니면 북한쪽의 현실을 표현한것인지 모르겠다.

강원도의 상징인 웅비하는 반달곰.
언젠가는 북쪽의 반달곰과 자유롭게 뛰어놀수있는 그런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