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곳곳에 군인들을 상대로 하는 가게들도 심심찮게 보이고 가는 길 어귀에는 여지없이 군부대가 있다.
하지만 산골 오지마을인 양구는 더 이상 최전방에 있는 숨겨진 고장이 아니다.
경춘고속도로가 심리적, 물리적인 거리를 확 줄인 데 이어, 구불구불해서 위험하기도 했던 국도의
고개마루마저 곳곳에 터널을 만들면서 이제는 드라이브에 그만인 말끔한 길이 되었다.
지금 공사중인 국내 최장의 터널이 될 배후령터널이 완공되면 양구로 가는 길도 이제 1시간 30분이면 족하다.
파로호와 소양호라는 드넓은 호수들이 둘러싸고 그 주변을 높은 산들이 에워싸서 양구는 첩첩산중의
요새와 같은 지역이 되었다. 양구는 면적은 넓지만 대부분 군사지역이고 높은 산이 많아 정작 쓸모있는
땅들은 많지 않은 편이다. 인구도 2만여명을 조금 넘기는 수준.
군민보다 이지역에 상주하는 군인들의 수가 더 많기도 하다. 전국에서 가장 작은 군단위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곳 양구는 곳곳에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여행지가 많다. 민통선 안에 있는 맑다못해 눈부신
절경의 두타연과 읍내에서 멀지 않은 곳의 직연폭포와 방산자기박물관, 천혜의 견지낚시터인 수입천과
을지전망대, 제4땅굴, 대암산 용늪, 광치계곡과 자연휴양림, 그리고 소지섭길로 통하는 DMZ생태탐방길
등 자연과 한데 어울려 10년은 젊어진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청정함속에 자리한 고장이다.
그곳에 가면 마구 뿜어져나오는 청정의 때묻지 않은 산소탱크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
오늘 투어코스중의 하나였던 양구에서 파로호로 가는 길 방산면 방산자기박물관 뒷편에 있는 직연폭포를
둘러보았다. 사실 직연폭포를 보지 못할뻔했다. 방산자기박물관을 관람하다 뒷편 암벽에 인공폭포가 있길래
뭔가하고 물어보다 가본곳이다. 금강산에서 발원한 수입천은 곳곳에 폭포와 암반 등 기기묘묘한 자연의
예술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직연폭포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생소했지만 약간의 궁금증이 일어 가봤다.
방산자기박물관에서 잘해야 50여m 정도 거리니 가볍게 산책하는 정도로 가보면 된다.
방산자기박물관 뒷편으로 가면 바로 직연폭포로 가는길이 나온다.
저 계곡 뒷편 절벽에 있는 것은 새롭게 만든 45m의 인공폭포라는데, 사실 자연의 직연폭포 옆에 이렇게
인공폭포를 만들 필요가 있었을런지. 그래도 여름이 되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시원함과 멋진 풍경을
준다고하니. 직연폭포라해서 철원의 직탕폭포와 비슷한 모양일 줄 알았지만 그 형태는 사뭇 다르다.
두타연폭포를 보고 이곳에 온다면 다소 실망감이 들것이다.
높이 15m 라는데 막상 가서보면 잘해야 10여m정도 되어 보인다.
조금더 낙차가 있었다면 멋진 풍경을 선사했을텐데. 원래의 명침은 직소폭포란다.
이 폭포의 전설로는 마을의 어린송아지가 빠지자 거대한 메기가 몸둥이를 동강내면서 먹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단다. 뭐, 이무기나 용도 아니고 메기쯤이야.
메기들도 송아지나 고기류들을 뜯어먹을 수 있으니 실화일수도 있을것이다.
메기들이 1m면 큰놈이지만 이런 20여m 깊이의 소에는 한마리쯤 살지 않을까.
강원도는 높은 산들이 워낙 많다. 이 많은 봉우리 사이를 헤치며 흘러가야 하는 물길은
곧게 가고싶지만 이리 저리 돌 수밖에 없을것이다.
우기가 끝나고 한창 건조한 이때에는 수량이 줄어들어 폭포의 모습이 초라하다.
여름철 비가 많이 내릴때에는 암반과 다리 사이로 흘러드는 강한 물줄기의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한다.
직연폭포 관람데크에서 바라본 방산면을 가로질러 흐르는 수입천은 평화롭고 한가하다.
수입천 지류는 양구군내 어디를 가도 이만한 경치는 기본으로 제공한다.
왠지 저 흐르는 물에 플라이를 던져보고 싶은 맘이 굴뚝같다. 텐트하나치고 다리 아래에서 주워온
장작과 솔가지로 불을 피워내 잘볶은 커피의 진한향을 맡으며 깊어가는 산촌의 향기를 느껴보고 싶다.
수량이 줄었다고는 하나 역시 폭포는 폭포다.
아래를 향해 좁은 골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보는이의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해준다.
폭포 위쪽에는 보가 있는데 여름철 캠핑족과 낚시꾼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하지만 아래쪽 폭포의 소는 20여m는 족히 되보일만큼 물색이 검푸르고 짙어보였다.
위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간담히 서늘해지고 등에 땀이 식을정도. 물론 두타연의 느낌보다는 덜하겠지만.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많이 벌어지는 전방지대 양구에는 가을도 그만큼 빨리 찾아온다.
산하에는 온통 울긋불긋 몇만개의 물감을 짜서도 그 색감을 표현하지 못할만큼 자연의
팔레트에서 찍은 붓으로 형형색색의 추색을 그려놓았다. 이런 멋진 계곡가에 소담한 집 하나
지어놓고 자연을 벗삼아 유유자적한 삶을 보내는 꿈을 꾼다.
저 깊은 직소안에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산다고 한다. 산천어, 열목어를 포함해 꺽지와 미유기 등등.
물론 미터급의 메기도 저 바위아래 검푸른 곳에서 깊은잠을 자고 있겠지.
자연이 억만년동안 만들었을 조각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름철에는 저 바위에 올라 물아래로
떨어진다는데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그냥 바위위에서 수박과 백숙정도를 먹는것이 좋겠다.
방산자기박물관 옆 도자체험장 2층에 있는 양구포토갤러리에서 담아온 직연폭포 할머니상의 모습.
포토갤러리에는 이 지역의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사진전시관이 있는데 양구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사진들이 많아 한번 둘러볼만하다. 직연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이 할머니의 턱을 쓰다듬고 있다.
직연폭포 입구 직연정 가는길에서 바라본 방산면소재지가 있는 현리의 모습.
길가에는 예쁜꽃들이 가을빛을 머금고 하늘하늘 춤을 추고 있다.
직연정은 직연폭포를 감상하기에 좋은 전망을 보여주는 나무로 만든 정자인데,
근처 주민들의 사랑방구실도 하고있다. 여행하다가 간식을 먹기에도 괜찮다.
이곳 직연폭포에서 평화의 댐과 비수구미계곡, 팔랑계곡, 두타연, 천미계곡 등이 지척이다.
조선시대 시인이나 화원들도 이곳을 찾아 수입천을 따라 흐르다 기암괴석을 만나 우렁찬 소리와
신령스런 물줄기로 떨어지는 폭포를 노래하고 화폭으로 옮겼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곳을 지나
금강산을 둘러봤다고 하니. 엉겹의 세월동안 휘돌며 흘러가던 수입천의 물줄기가 결국은 기암괴석에
구멍을 만들었고 그 구멍을 지나면서 폭포가 생겼다고 한다.
아래로 내려가 맑은 청정수에 발이라도 담가보고 싶었지만
그냥 직연폭포에서 흘러나리는 물길로 만들어진 계곡을 바라만본다.
가파른 강원의 산세를 타고 내려온 물줄기로 직연폭포를 지나 소양호에서 합쳐져 북한강으로 흘러간다.
저 맑은 직연소에는 20여가지가 넘는 다양한 일급수의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유영한다.
여름에는 이런 시원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소가 깊고 차가워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
심심찮게 익사사고도 있고 깊은 소를 멍하니 바라보다 물귀신에게 끌려들어갈 수 있으니. 지금도 물속에는
한길이 넘는 오백년묵은 검고 미끄러운 거대한 수염을 가진 메기대왕이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첫댓글 해리슨포들님 내가 미쳐 못본 장소들까지 섬세하게 둘러보고 자세한 설명도....이런면이 있을줄이야..
네, 자기박물관 둘러보고 살짝 옆에 다녀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