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국주의와 맞서 싸운 독립운동을 부정하고 친일 부역 세력을 옹호하는 김형석이라는 자를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한 것에 반발해, 광복회를 비롯한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은 정부 행사 참석을 거부하고 독자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
이게 오늘 보이는 어느 신문의 뉴스의 한 토막이다. 윤대통령의 팔일오 경축사는 참으로 이상한 것이었다. 아무리 좋게 해석해보려 해도 이건 아니라 싶다.
조선조 연산군이 폭정으로 쫓겨나고 중중반정이 성공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사람을 많이 죽이고 여자에 미쳐 채청사 채홍사를 풀어 이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던 그 황음이 아니었다. 유가 국가인 조선에서 '불효'라는 딱지가 붙으면 더 이상 설곳이 없어진다. 그가 할머니인 '인수대비'에게 폭행한 것이 반정에 명분을 준 결정적인 계기였다. 광해군 역시 개똥이를 데리고 홍홍한 난정이 인조반정의 명분은 아니었다. 계모인 '인목대비'를 유폐하고, 이복동생인 '영창대군'을 강화도에 귀양보내 죽게 한 것. 부모에게 불효, 동생에게 不弟한 점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나라 마다 시대마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아킬레스 건이 있다. 현대 한국에도 그것이 있다. 한 때는 그가 친북이나 공산주의자라는 딱지가 붙으면 살아날 길이 없었다. 그리고 위정자는 고의로 공산주의자라는 딱지를 덮씌워 생사람을 잡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엔 이승만 박정희 시대 같지는 않다. 허나 친일은 안된다. 애국지사를 부정하고 '일제 36년'을 찬양하는 발언은 안된다. 그런데 8. 15 해방의 1945년으로 부터 시간이 좀 흘렀다는 증거일까. 국민 일각에서도 '친일' 성향의 발언이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솔직히 이야기하건데 일제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나라가 그처럼 빨리 문화발달을 가져올 수 있었을까?' 이런 이야기들을, 이런 일각의 여론들을 윤대통령도 들었다는 말일까? 그런 세태 풍조를 반영이라도 하듯 이번의 대통령이 경축사는 아주 이례적이었다. 윤대통령은 그런 세태풍조가 절대다수라고 생각하였다면 그건 착각이다. 일제 36년을 잊기에는 시간적으로 아직 이르다. 일제를 살았던 사람들이 아직 많이 살아 있다. 대통령의 8, 15경축사를 들으며 자칫 광해군이나 연산군처럼 시대의 기휘를 건드리는 것은 아닌가 하고 아슬아슬한 심경이다. 대통령 부인이 명품 가방을 뇌물로 받았느니 안 받았느니 하고 있으나, 설사 받았다 한들 대통령의 자리에는 문제 될 게 없으나, 이번의 경축사는 그렇지 않다. 역사관이 잘못된 대통령을 용납할 국민이 과연 몇 사람이겠는가? 조선조 사회에서 불효를 참지 못하듯이 현대 한국 사회가 '친일'을 참지 못할 것이다. 호랑이 꼬리를 밟아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