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서해西海를 보러 간다. 토요일 새벽, 눈 비비고 일어나 희부연 여명을 향해 길을 나선다. 해는 동쪽에서 떠오르지만 세상은 방향을 따지지 않고 고루고루 밝아져온다.
변산 반도, 부안 내소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지장암이다. 그 중에서도 산기슭에 경계해 있는 장독대와 땔나무를 쌓아놓은 풍경이 마음에 든다.
내소사 설선당에 있는 후원(절에서 부엌을 이르는 말)의 문이 닫혀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른편에는 땔나무가 가득 쌓여 있고, 왼편으로는 큰 아궁이와 무쇠 가마솥, 나무 선반, 그리고 부지깽이 몇 개가 놓여 있답니다. 하얀 벽면과 천정에는 온통 새까만 그을음으로 더깨가 앉아 있지요. 햇빛이 나무 창살 틈 사이로 꺾여 들어온 고적한 이 공간은 내가 큰 법당만큼이나 좋아 하는 곳이랍니다. 큰 법당이 부처님과 진리의 세상이라면 이 곳 후원은 먹물 옷을 입고 있지만 여전히 삶의 즐거움과 고통이 혼재하는 사람들의 세상이지요.
후원 아궁이에서 불을 땔 때면 나오는 연기가 나무 창살을 통해 나가면서 오랜 세월 동안 설선당 벽과 처마에 그을음을 입혀놓았습니다. 아궁이 앞에서 불을 때던 수많았던 사람들의 갈등과 번민들이 불꽃에 휩싸여 일부는 재가 되고, 그 나머지는 창살과 처마에 새까맣게 그을린 채 덕지덕지 발려 있군요. 마치 사랑처럼 진리의 맹세도 사람의 일인지라 고통과 번민 없이 이루어내기가 쉽지 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딸아이와 아내, 그리고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 가장.
부안 곰소 천일 염전 앞에서.
햇볕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크게 만세를 불러보았지요.
채석강에서 엄마와 딸아이.
아빠와도 한 장 찍자고 했지요.
시원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법 더웠거든요.
몇 년 전 늦가을에 홀로 왔을 때는 을씨년스럽던 개암사 큰법당 옆 산신각이 한 여름에 함께 찾아오니 훈훈하게 좋습니다.
햇살이 숲길 위로 부챗살 같은 빛줄기를 뿌려댑니다. 길의 밝음과 숲 안쪽의 어둠이 잘 어울리며 이 길을 더 걸어보라고 유혹합니다. 저 모퉁이를 돌아서면 내가 바라는 무엇이 있을 것만 같아서 또 걷고 또 걷고 하였답니다.
고창 선운사 만세루 토방 나무 댓돌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템플 스테이 수련생들의 마음입니다. 짚에 빨래 비누를 묻혀 흰 고무신을 박박 문질러 빨아 마루 한끝에 엎어놓으면 얼마나 마음까지 개운해지던지...
저만치 떨어져 앉으세요. 조금만 더 이대로 앉아 있으면 안 될까요? 마지막 경고입니다. 오십 센티 떨어지세요. 더워죽겠는데!
문이 활짝 열리고 포토 라인에 서서 기자들과 마주하게 되면 가슴을 좍 편 채로 더워도 조금 참고 가능한 다정한 자세로, 찰칵!
지장암에서 아내의 현재와 미래.
첫댓글 一期一會, 삶이란 과거에 사는 것도 미래에 사는 것도 아닌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사는 것! 더없이 즐거워보이는 부인과 따님, 그리고 긴울림님의 미소에서 살아가는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가족 나들이의 행복한 순간들이 긴울림으로 범초의 가슴에도 남을 겁니다.
범초 님, 몸은 좀 우선하신지요? 다시 글을 올려주시고 답사에 참여 신청 하시는 모습을 뵈니 제가 마음이 참 좋습니다. 조만간 뵙기를 기대합니다.
따님의 얼굴에 빛이 한 가득입니다..... 늘 잘 지내시지요....
토깡이 님, 잘 지내시지요. 송골 농가에 다녀가신 모습이랑 즐거운 시간들을 사진으로 올려주신 모습을 반갑게 보았답니다. 언제 한번 뵈어야 할 텐데요.
참 행복해보입니다.
대장님이 오셨군요. 그러기에 모놀가족이지요. 더운 여름이지만 일도 많이 하시고 행복도 많이 만들어가세요.
다이센등산때 주은이한테 도시락도 나눠 주시고..춥다고 비옷도 주셨다고 주은이가 감사하다고 하더니만...주은이 또래 따님이 있었군요...가족이 함께 나들이 하는 모습...참 보기 좋습니다.
레오 님, 밥줘 님 부부께서 몽골 다녀오신 그림을 넋을 놓고 들여다보았답니다. 제가 몽골, 티베트. 인도, 미얀마를 유별나게 좋아하거든요. 다이센 등산 때 주은 양과 동행한 덕분에 내가 오히려 즐거운 추억을 함뿍 갖게 되었답니다. 카메노 님, 레오 님, 주은 양이 보고싶군요.
아빠에게 딸이 있다는 건 또 다른 연인.. 갑자기 딸 없는 소산이 너무 불쌍... 사모님이 참으로 인상이 좋습니다.^^
소산님이 딸 잇으면 호주머니에 넣어 다닌다고 하셨데이~~ㅎㅎ 주은이가 아빠랑 붙어 다니는거 보고 엄청 부러워하더라..지금이라도 어찌 안될까여~ㅋㅋ
팔색조 님, 빨갛게 익은 팔은 이잰 괜찮습니까? 팔색조 님께서 올려주신 그림이나 글을 읽으면 맑은 기운에 전염되어서인지 내가 힘이 난답니다. 참으로 좋은 계절입니다.
질문] 마지막 사진이 왜 [아내의 현재와 미래]입니까? 제 짧은 생각으로는 [아내의 과거와 현재]가 아닙니까? 따님이 아내의 과거 스물살 꽃띠때를 말해주고 있으니..... 아내의 [미래]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겁니까? 참, 염전밭에서 쌍수들고 찍으신 사진은... 어찌된 영문인지... 제 귀에 굵고 우렁찬 긴울림 목소리까지 들립니다. ^^
아버지가 아들을 통해 꿈과 소망을 대물림하며 키워가는 것처럼 어머니들은 딸을 통해 끝이 없는 먼 미래까지 생명의 근원을 이어갑니다.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어머니들의 미래는 딸을 통해 전해지는 영원한 생명의 번창이랍니다.
음.... 한 단계, 한 번 더 생각을 해야하는 것이였군요. 아항~~ 이제 이해됩니다. 그럼, 딸은 엄마의 과거이자, 미래군요. 친정엄마가 제 딸이 저를 닮았다고 했었습니다. 어릴때 흑백 사진을 보면 지금 제 딸이랑 닮았구요. 그래서, 상상해 보았습니다. 내가 여덞살땐 이랬을까? 그럼, 지금 저는 제가 기억하지 못 하는 제 유년을 딸을 보며 끼워 맞추면 되겠네요.
[질문2] 딸이 엄마 인생을 밟아 온다면, 딸을 통해 엄마는 과거와 미래를 본다면, 딸과 엄마 시간의 흐름에서 교차점은 없나요? 커가는 딸을 보며 엄마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고, 딸은 엄마를 통해서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고.... 어디쯤에서 한번은 마주칠 것 같은데.... 제 사고가 막혔습니다. 교차점이 있나요? 현재가 교차점인가요?
와~~~~ 너무 보기좋습니다.
제가 송골농가를 그림으로 볼 때마다 와~~~ 참 좋은 곳이다.라고 혼잣말을 한답니다. 작은사랑 님께서 좋게 보아주시니 마음이 흐뭇합니다.
선남선녀인 두 분의 작품이 참으로 곱고 청초합니다...아드님도 궁금하구요~~~
아이구, 토끼여행 님 오셨습니까? 더운 여름날이지만 잘 지내신지요? 딸아이가 며칠 뒤면 출국할 때가 되어서 그저 여기저기 데리고 다녔답니다. 아들아이는 어제 귀국을 했는데 다음 주에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고 하는군요. 꼭 그래서 만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아이들을 다 볼 수 있는 여름을 언젠가부터 무척 좋아한답니다. 여름을 친구로 받아들이는 방법도 참 다양하다 싶습니다. 반가운 여름을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사모님의 후덕하신 인상이 참 보기 좋습니다. 소중하게 키워가시는 가정에 항상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
아름다운 모습 잘보고갑니다
긴울림님 '팔불출'스러운 모습이 참으로 보기에 아름답습니다 ㅎ ㅎ ㅎ ㅎ
따님이 사진으로 보기에도 상냥스러워요 ~~~
더워도 좋아라 사랑스런 이들과 함께라면...
가족의 행복한 여행길 ............ 오래도록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