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7국]
주작의 날갯짓이 대륙의 희망을 꺾었다.
3월 4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6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7국에서 한국의 이하진 3단이 중국의 판웨이징 2단을 158수만에 불계로 잡았다.
백을 잡은 이하진 3단은 초반부터 다소 느린듯한 움직임을 보이며 실리에서 뒤쳐져 힘겨운 중반을 맞았다. 두터운 세력바둑에서 실리바둑으로 재빨리 변신한 판웨이징 2단은 시종 가벼운 몸놀림으로 한 발씩 앞서나갔다.
승부의 명암을 뒤바꾸어 놓은 것은 역시나 초읽기였다. 초반부터 속기로 일관한 이3단에 비해 장고를 거듭했던 판2단은 일찍부터 초읽기에 몰렸고 판이 복잡해지자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서두르지 않고 기회를 노리던 이하진 3단은 흑이 빈틈을 보이자 번개처럼 상대의 실수를 낚아채며 역전의 실마리를 잡았다. 뒤늦게 실수를 깨닫고 자책하던 판2단은 하변 전투에서 반전을 노렸으나 이하진 3단의 완력에 밀려 돌을 거두고 말았다.
158수 백불계승중국은 기대를 모았던 판웨이징 2단이 1승에 그치며 힘없이 물러나자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탕이 2단이 다음 주자로 예상되지만 아직 관록면에서 한국과 일본의 기사들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주장으로 버티고있는 루이 9단의 일당백 활약을 기대해야 할 처지.
한편 대국이 없음에도 검토실에 나와 다음 상대를 면밀히 분석하던 일본팀은 만나미 가나 4단의 8국 출전이 유력시 되고 있다. 야시로 쿠미코 5단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8국에 출전할 가능성은 적다.
똑같이 3명의 선수를 남긴 한국과 일본의 8국은 중반전으로 접어든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작왕 이하진 3단이 절정의 컨디션으로 1승을 거뒀지만 지난 대회에서 3연승을 거둔 만나미 가나 4단도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가지고 있다.
사이버오로는 이어지는 8국을 박지은 9단의 해설로 생중계하며 정관장배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세계사이버기원(주), (주)바둑TV가 주최하고 (재)한국기원이 주관하며 한국인삼공사가 후원하는 제6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은 한-중-일 각국 선수 5명이 연승전 방식으로 대국을 벌여 우승팀을 가린다. 제한시간은 각 1시간에 40초 초읽기 3회이며 우승상금은 7500만원이다.
이하진 3단 토막 인터뷰
승리를 축하한다. 검토실에서는 백이 줄곧 어려웠다고 하던데 대국 당시 느낌은 어땠나?
나는 초반부터 좋다고 생각했다. 대국후에 민진이 언니가 그런 얘기를 해서 깜짝 놀랐다. 원래 형세판단이 약하다(웃음).
바둑의 승부처는 어디였나?
판웨이징 2단이 초읽기에 몰려 중앙에 못 끊는 곳을 끊는 바람에 바둑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첫 승을 거둔 소감이 궁금한데?
작년에도 대표로 나왔는데 1승도 거두지 못해서 한국팀과 팬들에게 미안했었다. 일단 1승을 거뒀으니 부담감은 없다. 편안한 마음으로 대국에 임할 수 있어 기쁘다.
자신감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컨디션도 좋은 듯 보이는데 연승을 기대해도 되나?
연승은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웃음). 그저 매 판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보였으면 좋겠다.
내일 대국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만나미 가나 4단이 나오리라고 예상된다. 지난 대회에도 3연승을 하는 등 상당히 강한 기사라고 생각하고 있다. 재미있는 바둑이 예상되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
◇ 각 국 대표 선수 명단(파란색이 남아있는 기사)
- 한국 : 박지은 9단, 이민진 5단, 이하진 3단, 김세실 2단, 이슬아 초단
- 중국 : 루이나이웨이 9단, 탕이(唐奕) 2단, 판웨이징(范蔚菁) 2단, 송롱후이(宋容慧) 초단, 왕판(王磐) 초단
- 일본 : 야시로쿠미코(矢代久美子) 5단, 가토게이꼬(加藤啓子) 5단, 만나미가나(万波佳奈) 4단, 아오키기쿠요(青木喜久代) 8단, 우메자와유카리(梅沢由香里) 5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