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낙서처럼 쓰는 일기」는 총 108편의 시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맨 마지막 108번째 시는 백지로 남겨두어 독자분들이 직접 시를 쓸 수 있도록 꾸몄다. 시인은 오랜 시간 동안 이 시집을 준비해왔으며, 독자와 공감하기 위한 시를 쓰기 위해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상처와 슬픔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내 삶이 흘러갈 때마다 방황하기도 하고 우울해하기도 한다.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속의 자아들이 서로 자신을 봐달라면서 소리친다. 이 책은 독자 여러분의 이러한 마음에 와닿을 수 있는 시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담은 시집이다.
<본문 詩 ‘겨울바다’ 중에서>
파도는
해변에 남은 발자국들을 지우려 굳이 애쓰지 않는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면 모두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에
서럽도록 차가운 비가 몇 번 더 내리더라도
바다는
지금처럼 무너지지 않는 모습으로 그 곳에 머무르겠지
만약 지금의 내가 스무살의 나와 거울처럼 마주친다면
나름 열심히 살아왔고
그런 시간의 증거들이
내 모습과 표정 속에 담겨있노라 말할 수 있을까...
저녁 무렵
바람은 더 차가워지고
해변 너머 찻집에는 네온등이 켜진다
그리고, 저 멀리 가로수에 반달이 걸릴 때 쯤
어디엔가 숨겨져 있던 가을날의 낙엽 하나가
내 앞을 스쳐 지나며 파도 위로 떨어진다
시인은 시를 쓰는 것이 꿈이자 취미이다. 그렇게 쓰고 쉬고를 반복하며 지낸 세월 동안 습작이 쌓여갔다. 누가 그에게 “왜 시를 쓰는가?”를 묻는다면 이렇게 답한다. “나는 시가 세상을 구원하리라고 믿지 않는다. 다만 시를 쓰는 것이 나의 일상이기에 시를 쓰는 것뿐이다.” 이러한 시인은 「낙서처럼 쓰는 일기」라는 시집에 최근에 썼던 시들로만 구성할까 하였으나 그가 오래전부터 써왔던 시들 하나하나를 보면 떫은 감들이어도 시인 자신에게는 생인손을 앓던 손가락 같은 존재여서 오래전부터 써왔던 시들까지 시집에 모아 이번 시집을 내놓게 되었다. 어느 새부터인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독자 여러분에게 마음의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시집으로서 추천하는 바이다.
(겨울강 시집 / 보민출판사 펴냄 / 148쪽 / 신국판형(152*225mm) / 값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