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12시 김포에서 출발후 상해,
그리고 쿤밍 공항에선 연체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바로 옆에 대기하고 있던 운남의 끝마을 샹그리라행 비행기로 갈아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니 밤 10시(이하 중국 시간)가 되었다.
3번이나 갈아타며 반나절에 고도 3200m 고지의 섭씨 13도 기온에 노출되니
대합실에서 갑작스런 한기에 견딜 옷들을 꺼내 입느라 고산증 느낄 여유도 없더구나
아주 늦은 시각, 숙소에 짐만 두고 나와 꼬치로 저녁을 대신하며 서로 인사를 나눈다
30대 처녀부터 45년생까지 3부부팀을 포함한 12명과
kc대장등 13명이 이번 20일을 같이 지낼 동료들이다.
고소증 예방을 위해 샤워는 물론 머리도 감지 말자
온탕기를 이불에 넣고 1시 넘어 취침.
아마도 차차 적응하면 추위 견디기는 익숙해지겠지
침대 속에서 부부간의 거리를 좁혀야 되는 한기(寒氣)라지만
몸이 무리하면 고소증에 쥐약이라니 안전 거리를 확보해야...
816. 일
당장 입을 옷이 혼란스럽다
어제 공항서 기념으로 받아온 부채가 생뚱맞고 외로워 보인다
전체가 모여 갈 곳에 대해 의견을 나누려 10시에 집합했는데
한 팀이 벌써 시장에 들려 생 송이버섯을 한근에 80위안씩 구입해 왔다
대장 얘기론 작년에 40위안 했다는데 올해는 흉년이라 비싼듯 하다고..
(거리산책중 한 식당의 인테리어를 감상중)
3년전 이곳에 며칠 머물면서 대부분 답사한 곳이라
시간 보내기겸 고소적응을 위해 우리 부부만 별도로 뒷산에 오르기로 결정했다
고성(古城) 동내는 작년의 대 화재로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은 사라지고
복구 공사가 아직 한창이지만 아직도 손 안 된 곳도 있는 등...
대체적으로 어수선하고 복잡해 샹그릴라의 이미지하고는 매우 거리가 멀더구나.
신축 공사를 하며 골조를 H빔과 콘크리트로 견고하게 짓는 것은 다행인데,
한편으론 자꾸 예전의 전통 모습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으나
주변의 관광지도 몇 곳 있으니 한번은 들려볼만한 도시이다.
고성 뒷편의 가장 높은 사원인 백령사(고도차 200m 정도?)를 오르는 중
매우 어지럽고 울렁거려 잔뜩 깔려 있는 에델바이스(솜다리)를 핑계로 자주 쉬었다.
딱히 갈곳이 없을 때는 무조건 위편으로 올라가본다는 게 우리 부부의 철학이다.
이 곳도 나름대로, 아랫 마을과 저 멀리 전에 다녀온 4500m의 석하설산 산봉우리의 조망이 펼쳐졌다.
아마도 오늘 같은 날은 고산에서의 전망도 여의치 않으리라.
(천개의 지붕이 있다는 샹그릴라의 옛 거리에 공사하는 곳이 많아서인가?
웬지 신부가 화장하다 만 것처럼 어색해 보인다)
(기념으로 박물관에 있는 차마고도의 사진을 올려 봅니다)
길거리의 풍경 역시 화재의 영향으로 관광객이 적으니 아직 활발치 않은데
한산하지만 엄격하게 교통 신호를 준수하는 차량들과 시민들이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의 관광거리이다.
아마도 이러한 작은 소도시의 착한 교통질서는 내 경험으로 중국 최상의 수준이었다
박물관도 들리고 냄세나는 시내의 물가를 산책해도 시간이 남아
차라리 숙소에서 쉬다
5시경 다시 나와 재래시장을 찾아가니
송이의 집산지답게 제법 나와 있더구나...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로비에 돌아가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대장이 kg당 180위안짜리
상태 좋은 1등품 송이를 잔득 사다 놓았다.
날로 먹고 야크 고기 찌게에 넣어 익혀 먹고..
불안해서 독주는 못 마시지만 맥주라도 감지덕지이다.
아침에 구입했던 팀도 오늘 중 전부 먹어야 된다며 모두 꺼내 놓으니
내 생애 최대의 송이 파티...
이름뿐인 어거지 짝퉁 샹그릴라에서
그나마 평생 가장 푸짐한 송이 만찬을 했으니 송그릴라?
내일 점심 먹을 장소가 불확실하다니 비상식량을 준비했는데
계란과 과자를 사면서 슬그머니 고량주 작은 것 하나 함께 놓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