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96편
대종과 양림은 계주성으로 들어가 공손승을 찾아 다녔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다들 이렇게 말했다.
“그런 사람은 모르겠는데, 아마 성중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혹시 바깥의 명산이나 사찰에 거주하지 않을까요?”
넓은 큰길을 걷다 보니, 멀리서 풍악을 울리면서 누군가를 영접하는 것이 보였다. 대종과 양림이 길가에 서서 보니, 앞에 두 옥졸이 오고 있는데 한 명은 많은 예물을 지고 또 한 명은 비단을 들고 있었다. 그 뒤에는 푸른 비단 양산 아래에 망나니가 하나 따라오고 있었다. 그는 잘생긴 인물이었는데, 온몸에 푸른 문신을 했고 두 눈썹은 귀밑머리에 닿고 봉의 눈을 지녔으며 피부는 약간 노랗고 가는 수염이 몇 가닥 있었다.
그는 하남 사람으로 이름은 양웅(楊雄)이며, 사촌형이 계주 부윤으로 부임할 때 따라와 이곳에 머물게 되었다. 후에 새로 부임한 부윤이 절급으로 삼았고 사형을 집행하는 망나니를 겸하고 있었다. 무예도 뛰어나고 얼굴이 약간 노랗게 때문에 사람들이 관우의 셋째 아들인 관색에 비유하여 ‘병든 관색’ ‘병관색(病關索)’이라 불렀다.
양웅은 무리 가운데 있었는데, 뒤에는 한 옥졸이 칼자루에 귀신 형상이 새겨진 사형집행도를 들고 있었다. 좀 전에 시내 중심에서 사형을 집행하고 돌아오는 길인데, 그를 아는 사람들이 붉은 꽃을 걸어주며 축하하고 있었다. 대종과 양림이 그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술잔을 들고 있었다.
그때 옆 골목에서 7~8명의 군인들이 튀어나왔다. 우두머리는 ‘양을 죽이는 자’ ‘척살양(踢殺羊)’이라 불리는 장보라는 자로서 계주성을 수비하는 군인이었다. 그는 몇 명의 군졸을 거느리고 성 안팎에서 돈을 뜯어내는 파락호였는데, 관아에서 수차 노력했지만 그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그는 양웅이 외지에서 온 자인데,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 아니꼽게 여기고 있었다. 그날 장보는 양웅이 많은 비단을 선물로 받은 것을 보고, 반쯤 취해서 몇 명의 무뢰배들을 데리고 시비를 걸려고 온 것이었다. 장보는 양웅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말했다.
“절급께 인사 올립니다.”
양웅이 말했다.
“형씨! 와서 한 잔 하시지요.”
“술은 필요 없고, 돈 백관만 빌려주시오.”
“내가 형씨를 알긴 하지만 돈을 주고받을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닌데, 어째서 내게 돈을 빌려달라는 거요?”
“당신이 오늘 백성에게 사기를 쳐서 많은 재물을 얻어 놓고는 어째서 나한테는 못 빌려준다는 거요?”
“이건 모두 사람들이 나를 좋게 봐서 준 것인데, 어째서 백성에게 사기를 쳤다고 하는 거요? 당신은 군인이고 나는 옥리로서 상관이 없는데, 왜 여기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거요?”
장보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고 무뢰배들을 불러 예물과 비단을 빼앗았다. 양웅이 소리쳤다.
“이 무례한 놈들!”
양웅이 앞으로 나서 물건을 빼앗은 놈을 막 치려고 하는데, 장보가 가슴을 붙잡고 뒤에서 두 놈이 손을 붙들었다. 나머지 놈들이 주먹을 휘두르자 옥졸들은 도망쳐 버렸다. 양웅은 장보와 두 놈의 무뢰배에게 붙들려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덩치 큰 어떤 사내가 땔나무를 지고 오다가 여러 명이 양웅을 꼼짝 못하게 붙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땔나무를 내려놓고 사람을 헤치고 들어와 말리면서 말했다.
“당신들은 왜 절급을 때리고 있소?”
장보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 질렀다.
“곤장을 맞고도 굶어죽지도 않고 얼어 죽지도 않을 거지새끼가 감히 어디서 간섭이냐!”
사내가 크게 노하여 장보의 머리를 한 대 치자, 장보는 한방에 나가 떨어졌다. 무뢰배 몇 놈이 그걸 보고 사내에게 달려들었지만, 모두 한 주먹에 한 놈씩 나가 떨어졌다. 양웅도 비로소 몸을 빼내 실력을 발휘하여 주먹을 휘둘러 몇 놈을 쓰러뜨렸다. 장보는 당할 수 없음을 알고 기어서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줄행랑을 쳤다.
양웅이 분노하여 큰 걸음으로 추격했다. 장보는 보따리를 빼앗아 도망가는 놈을 뒤쫓아 달아났는데, 양웅이 그 뒤를 추격하여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덩치 큰 사내는 쉬지 않고 골목 입구에서 무뢰배들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대종과 양림은 그걸 보고 갈채하면서 말했다.
“대단한 사람이군! ‘길 가다 억울한 일을 보면 칼을 뽑아 도와준다.’고 하더니, 바로 이 사람이네. 진정 장사로다!”
대종과 양림은 사내에게 다가가서 말리며 말했다.
“호걸! 우리 두 사람의 체면을 봐서라도 이제 그만 하시오.”
두 사람은 사내를 인도하여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양림은 그를 대신해 땔나무를 지고 대종은 그의 손을 이끌어 주점으로 들어갔다. 양림도 땔나무를 내려놓고 함께 주점 안쪽의 방으로 들어갔다. 사내가 손을 마주잡고 인사하며 말했다.
“두 분께서 말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종이 말했다.
“우리 형제는 외지에서 온 사람인데, 장사의 의기에 탄복했습니다. 다만 주먹을 너무 세게 사용하면 자칫 인명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에 나섰던 겁니다. 술이나 한 잔 하시면서 얘기를 나누시지요.”
“두 분께서 말려 주신 것도 고마운 일인데, 이렇게 술까지 대접해 주시니 과분합니다.”
양림이 말했다.
“천하가 모두 형제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거북해 하지 마시고 앉으시지요.”
대종이 상석을 양보했지만, 사내는 끝내 사양하였다. 대종과 양림이 나란히 앉고, 사내는 맞은편에 앉았다. 양림은 점원을 불러 은자 한 냥을 주면서 말했다.
“아무 것도 묻지 말고 먹을 게 있으면 가져오너라. 계산은 한꺼번에 하마.”
점원은 은자를 받고 돌아갔다가, 채소와 과일 등의 안주를 가져왔다. 세 사람이 몇 잔 마시고서, 대종이 물었다.
“장사의 이름은 무엇이고 고향이 어디입니까?”
사내가 말했다.
“저는 석수(石秀)이고, 금릉 건강부 사람입니다. 어릴 때부터 창봉을 배웠는데, 고집이 있어서 억울한 일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도와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의에 목숨을 바치는 사나이’ ‘반명삼랑(拚命三郎)’이라고 부릅니다. 숙부를 따라 외지를 다니면서 양과 말을 팔았는데, 뜻밖에 숙부께서 도중에 돌아가시는 바람에 본전을 모두 까먹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 이곳 계주로 흘러들어 땔나무를 팔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종이 말했다.
“우리 둘은 이곳에 볼 일이 있어서 왔다가 장사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런 호걸이 땔나무나 팔아서 어떻게 입신출세할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강호에 투신하여 남은 반평생을 즐겁게 지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석수가 말했다.
“저는 창봉만 좀 쓸 줄 알지 그 외엔 별다른 실력이 없는데, 어떻게 입신출세해서 즐겁게 지낼 수 있겠습니까?”
대종이 말했다.
“요즘 시절에 누가 진짜 인재를 알아보겠습니까? 첫째는 조정이 밝지 못하고, 둘째는 간신들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나는 무식한 자인데도, 양산박의 송공명에게 투신하여 금은을 저울에 달아 나누어가지고 매일같이 옷을 갈아입고 있습니다. 조정에서 초안이 내리기만 하면 조만간에 관리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석수가 탄식하며 말했다.
“저도 가고 싶지만 들어갈 문이 없습니다.”
“장사가 만약 가겠다면, 내가 추천해 주겠소.”
“두 분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나는 대종이고, 이 형제는 양림입니다.”
“강호에서 말하는 신행태보가 바로 족하이십니까?”
“내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대종은 양림에게 은자 열 냥을 꺼내 석수에게 주게 하였다. 석수는 재삼 사양하다가 받았다. 양산박의 신행태보라는 것을 알고 석수도 마음속의 얘기를 꺼내고 입당하려는 말을 하려는 찰나, 바깥에서 사람을 찾는 소리가 들렸다. 세 사람이 내다보니, 양웅이 관인 20여 명을 데리고 주점으로 들어왔다. 대종과 양림은 소란한 틈을 타서 주점을 빠져나갔다.
석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양림을 맞이하며 말했다.
“절급께서는 어디서 오는 길입니까?”
양웅이 말했다.
“형씨!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더니 여기서 술을 마시고 계셨군요. 제가 아까 그놈들에게 붙잡혀 꼼짝 못하고 있었는데, 족하께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놈들을 쫓아가 보따리를 빼앗아 오느라고 족하를 일순간 내버리고 갔었습니다. 여기 형제들이 제가 싸운다는 것을 듣고 달려와 도와주어, 빼앗겼던 예물과 비단을 찾아 왔는데, 족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