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텃치
김광한
지나칠 정도로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 간혹 있어요.자신의 몸이나 주위의 환경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분들이 그런 유형인데 청결한 것은 좋은데 사람들이 잘 모이지를 않아요.물고기도 조금 흐린 물이 좋아서 그런 곳으로 모이는데 사람이라고 별다르겠어요.그런데 보통 사람이라도 이런 경우는 만져 지기를 꺼려하게 되지요.유난히 만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반가운 것을 표현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괜히 친한척하면서 만나면 면도도 하지 않은 얼굴을 비벼대고 손을 쓰다듬고 코를 주무르고 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것이 단둘이 있을때는 여간 불쾌감을 조성하지 않아요.아주 옛날 제가 살결이 하얗고 얼굴색이 그럴듯할때, 즉 군대 시절의 이야기에요.훈련을 마치고 퇴계원의 모 자동차부대로 전입을 갔는데 거기 내무반장을 하던 전라도 출신 조병장이 저를 보더니 침상을 자기 곁에 마련해주면서 이것저것 여간 친절한 것이 아니에요.그때는 제 얼굴이 그가 보기에 귀여웠던 거같아요.지금이야 누가 제 얼굴 만져나 보겠어요.그날밤 점호를 마치고 잠을 자는데 조병장의 오징어발 같은 끈적끈적한 손이 제 몸의 여기저기를 더듬는 거에요.저는 졸병이고 그래서 거절하면 불이익을 받을 거같아서 그대로 나눴더니 이제는 아래위 사방 팔방을 더듬으면서 그 니코친 밴 구린내 나는 입을 들여대면서 요동방정을 치는거에요.나중에 조병장 곁에서 지낸 여러 신병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의 별명이 더듬이 병장이라고 해요.사이코 변태였지요
그래서 그 이틑날 밤 오징어 발이 들어는걸 깨물어 버렸지요.그리고 벽력같이 소릴 쳣어요
."노터치! 만지지 말아요!"
구한말에 미국인 탄광업자가 한국의 금광을 사서 캘때 혹시나 한국인 노무자가 금가루를 묻혀갈까봐 하던말이 노터치!라지요. 그래서 노다지가 됐다지요.20여년전에 제가 열심히 성당에 다닐때 30대 후반의 얼굴이 아주 예쁜 수녀님이 오셨어요. 그 수녀님과 친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질때 손을 내밀면 어색하게 제 손을 잡는 것이 아마 손잡히는 것이 탐탁치 않은 것같아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조심했어요. 그리고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그 수녀님이 대전의 수녀원의 원장으로 있게 돼 우연한 기회에 거길 찾아 갔더니 반색을 하면서"어이구 안드레아(세례명)씨!얼마만이에요!"하면서 먼저 손을 내미는 거에요.수녀님의 머리에 서리가 내려져 있고,얼굴에 잔주름이 잡힌 것이 인생의 연륜이 묻어 있는 거같아서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지요.
요즘에는 허락을 받지 않고 손을 만지거나 더듬는 것이 성추행의 범주에 들어가 경을 친다고 하네요.그래서 반가운 사람도 이런 말을 필히 해야할 것같아요.특히 여자의 경우...
"손좀 만져도 되겠습니까?원하시지 않으면 거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