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주야간 교대근무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로 근무형태를 바꾼 지 1주일이 지나면서 울산시 전체의 ‘밤 문화’마저 급변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7일부터 시범 실시한 주간 2교대는 1조가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근무하고, 2조가 이어 다음날 오전 12시 20분까지 근무한 후 잔업을 처리하고 오전 1시 30분에 귀가하고 있다.
이 같은 주간 2교대로 인해 진장·명촌 지역의 영업 시간대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과 함께 이 영향이 울산시 전체 상권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오는 3월 본격 시행 때는 그 여파가 더욱 심각할 전망이다.
그런가 하면 염포·양정지역은 주간 2교대로 점심시간이 20분 단축되자 공장 밖으로 식사를 하러 오는 직원들이 대폭 감소한 것은 물론, 이른 퇴근 시간으로 술손님이 거의 없어 울상을 짓고 있다.
종전, 주야간 맞교대 근무 때는 1조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50분까지 근무하고 2조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야간 근무를 해 절반이 정상적인 퇴근으로 유흥업소를 많이 찾았고 또, 근로자 부인들의 모임도 심심찮게 보였지만 주간 2교대로 바뀌면서 이런 풍속도는 아예 사라졌다는 게 유흥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대차 직원들과 가족들의 생활패턴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특히, 삼산 등에 위치한 유명한 나이트클럽은 대폭 줄어든 여성손님들로 인해 남성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져 극도의 불황에 빠지자 벌써부터 업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주변 지역을 분석한 결과 나이트클럽이 가장 타격이 심하고 이어 진장·명촌, 염포·양정 지역의 타격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협력업체 직원들이 주로 찾는 진장ㆍ명촌 지역과 염포·양정 지역 유흥업소들은 1조 퇴근 손님을 받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영업을 시작해 밤 늦게까지 문을 열어 놓고 있는 실정이지만 손님의 발길이 뜸한 편이다.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일찍 문을 열지만 손님들이 많지는 않다”며 “1조 퇴근 손님들도 오후 6시정도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영업에 지장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스크린골프장과 당구장, 휘트니스센터 등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넘쳐나고 있다.
북구에 거주하는 현대차 직원인 박모씨는 “일찍 퇴근 후에는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시간을 떼우기 위해 직원들과 당구나 스크린골프를 치기도 한다”며 “집으로 들어가기도, 술 마시기에도 이른 시간”이라고 말했다.
진장·명촌에서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그전에는 오후 4시대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지만 주간 2교대가 되면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라며 “아예 여기서 간단하게 술과 음식을 시켜 먹는 경우가 많아 굳이 유흥업소에 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른 퇴근시간으로 시간 활용의 폭이 넓어지면서 근로자들이 충분한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저녁이 있는 생활’로 돌아오고 있다.
한편, 현대차 울산공장 직원과 전체 협력업체 직원 등을 합치면 10만여 명으로 지역 상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