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홧병일까, 화병일까 』
옛날에는 '냇과'로 썼는데 요즘은 왜 '내과'로 쓰느냐는 독자의 질문에 답한다.
지난 1989년 맞춤법이 바뀌어 시행되면서 한자어는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를 빼고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다고 정리됐다. 이 때문에 '齒科, 馬廐間, 汽車間'을 칫과, 마굿간, 기찻간'이 아닌 '치과, 마구간, 기차간'으로 적는 것이다. 그래서 '內科'도 '내과'로, '火病'도 '홧병'이 아닌 '화병'으로 적는 것이다. ('화병'은 '울화병鬱火病'과 같은 말).
사이시옷을 적지 않는 또 다른 환경은, '합성어의 뒷말이 거센소리(격음)나 된소리(경음)일 때'이다. 즉 '아랫턱'이나 '뒷풀이', '뒷뜰'은 모두 사이시옷을 뺀 '아래턱, 뒤풀이, 뒤뜰'로 적어야 한다. 사이시옷을 쓰는 까닭이 발음을 분명하게 하기 위한 것인데, 이미 뒷말이 된소리나 거센소리로 분명하게 나는 환경에서는 굳이 사이시옷을 넣어 앞말을 폐쇄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왜 '숫총각, 숫처녀'로 적느냐고? 이때 나온 '숫'은 '수+사이시옷'이 아니라 '숫' 자체가 그냥 '순수하고 깨끗하다'는 뜻의 접두사이기 때문에 이 말들은 사이시옷 규정과는 상관이 없다.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 또 다른 환경은 '합성어의 뒷말이 외래어일 때' 이다. 이 때문에 '뒷범퍼, 뒷타이어'는 뒤(쪽)범퍼, 뒤(쪽) 타이어'로 써야 한다. '뒷트렁크'도 잘못이다. 원칙적으로 사이시옷을 쓸 필요가 없는데다, 아예 그냥 '트렁크'로 써도 된다. 폴크스바겐 비틀은 앞에 트렁크가 있고, 포르셰 박스터는 앞뒤에 모두 트렁크가 있어 구별해 써야 하지만, 그 밖의 다른 차들은 모두 그냥 '트렁크'면 된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
첫댓글 사전엔 <화병>으로 되어 있음.
'火病'도 '홧병'이 아닌 '화병'으로 적는 것이다. ('화병'은 '울화병鬱火病'과 같은 말). 네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