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오년전 웅산을 보기 위해 강남에있는 "야누스" 에 모인적이 있는데,
그 때 임강호동문이 파파에 올렸던글을 소개합니다.
어제 밤 두 번째 <야누스>모임이 있었다. 우리나이에는 어색할 수도 있겠는데,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장소가 된 듯하다. 희미한 어린 날을 들춰 얘기하며 소년소녀처럼 웃었다.
처음으로 김태현, 임정식, 정남인이 합세했다.
꼭 동참하리라고 믿었던 의문의 SUBO씨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모두는 아마도 李氏 姓을 가진 '바로 그者'라고 상정하고 맘대로 찧고 까불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그 자'는 콧등도 비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터리다.
어제 밤,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씨는 빨간 털모자를 벗고 맨머리로 무대에 섰다.
'아무래도 제 머리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한 여옥 씨(홍조 씨의 인생동무)가
'오늘 보니 제 머리칼이다'라고 수정한다.
뽀글뽀글 길게 아래로 내려뜨린 퍼머 머리가 내 눈에는 관능적으로 보였다.
입술은 역시 동백꽃 진홍색이다.
청바지도 지난 번 것 그대로인줄 알았는데 동석한 '망구'씨들에 의하면 다른 것이라고 한다.
허리에 찬 장식벨트의 무늬가 화려하다. 내보기에는 이슬람風이다. 배꼽춤이 어울릴성싶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妖艶 그 자체이다. 여자 보는 눈이 출중한 김태현 군도 인정한다.
첫 곡은 예외 없이 'Georgia On my Mind'. 이젠 식상하다.
다음엔 바꾸라고 얘기해줘야겠다.
10시가 지나서 나왔다. 밖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다.
불행한 시대를 을씨년스럽게 살았던 具本雄의 孤獨이거나 憂鬱, 또는 悲哀를 느끼기에
꼭 맞는 분위기다.
미리 차를 빼낸 사람들은 떠나고, 남은 사람은 정남인, 구광모, 나 셋이다.
속 깊이에 박혀있는 차를 끌어내는데 20여분이 걸렸다. 그 동안 구광모 군이 우산을 받혀주었다.
따뜻한 배려다.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 드러나는 행위, 그것이 교양의 모습이 아닌가?
오늘 비용도 광모 군이 혼자 처리했다.
친구들이 만든 축하모임이니 우리에게 맡기라고 해도 부득부득 고집을 피워서, 모두들 못이기는 척 넘어갔다.
처제의 귀국 때문에 미리 자리를 떴지만, 만약 이규영 군이 있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다.
동부 이촌동에 정남인 군을 떨구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具光謨의 堂叔, 具本雄의 영욕을 다시 생각했다.
불행한 시대의 불행한 천재를. 궂은 비가 내리는 날씨 탓이었을 것이다.
첫댓글 어 _ , 그때는 읽은 기억도 없는데 _ , posting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