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 카레를 잘 만든다는 아주머니의 요리 실력이 궁금합니다.
아주머니가 만든 음식을 한 번쯤 먹어보고 싶습니다.
“아주머니가 해주신 음식 먹고 싶어요.”
“내가 해주지.”
“제게 무슨 요리 만들어 주고 싶으세요?”
“카레 해줄게.”
“그러면 이따 장 보러 갈까요?”
“스카이 가자. 나 카레 잘 끓여요.”
오랜만에 요리하려니 신이 나셨는지 웃음꽃이 활짝 피셨습니다.
장 보러 가기 전, 카레에 들어갈 재료를 아주머니께 물으며 무엇을 사야 할지 확인해 봅니다.
아주머니의 카레에는 돼지고기와 호박, 버섯이 들어갑니다.
과연 어떤 맛일지 기대를 품고 스카이마트로 향했습니다.
“호박 어딨어요?”
카레 재료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땐, 주변 분들께 여쭈며 찾습니다.
처음에는 마트 직원이든 손님이든 상관없이 여쭤봤지만,
시간이 지나니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만 쏙쏙 골라 묻습니다.
카레 재료를 의논할 때 나오지 않은 양파도 함께 삽니다.
아주머니 뒤를 졸졸 쫓아다니니, 엄마와 함께 장 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주머니는 마트에 오면 물티슈를 꼭 삽니다.
분명 아주머니 댁에 물티슈가 많은 것을 봤는데, 오늘은 아주머니가 대용량 크기로 3개를 담습니다.
잔소리로 들릴까 노심초사하며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아주머니 집에 물티슈 많은 것을 봤는데, 3개나 더 필요하세요?”
“필요해요.”
“집에 충분히 많으신 것 같은데, 사는 개수를 조금 줄여보는 게 어떨까요?”
아주머니께서 망설이시더니 바구니에서 물티슈 1개를 빼십니다.
2개는 꼭 사야 한다고 하니 삽니다.
집에 돌아온 후, 손 씻고 오시더니 재료 손질부터 시작하십니다.
“아주머니, 칼 하나 더 있어요? 알려주시면 저도 도울게요.”
“손 베일까 봐. 내가 할게. 저기 앉아서 쉬고 있어요.”
아주머니를 향해 선풍기를 맞춘 후, 정말 편히 쉬었습니다.
주방에서 들리는 칼질 소리가 정겹습니다.
아주머니 칼질 솜씨를 잠깐 봤는데, 예사롭지 않습니다.
저보다 요리를 잘하시는 것은 확실합니다.
양파를 손질할 때, 눈 따갑지 않은지 물으니 세수하면 괜찮다고 합니다.
아주머니의 요리 열정이 양파의 쓰라림을 이겨냅니다.
궁금한 마음에 오뚜기 카레 뒷면 카레 조리법을 몰래 보려고 했는데, 아주머니께서 눈치채셨는지 바로 치우십니다.
아주머니만의 방법이 있겠거니 믿고 맡깁니다.
손이 큰 아주머니, 2명이 먹을 카레양을 훌쩍 넘겼습니다.
재료가 한 솥 가득합니다. 카레양이 많으니 잘 끓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불을 조심해야 한다며 가장 약한 불을 맞춰놓으셨는데, 카레가 끓지 않으니 답답하셨나 봅니다.
스스로 불을 세게 키우십니다.
“이제 된 것 같아요.”
1시간이 넘게 저은 카레가 완성되었습니다.
제가 한 거라곤 아주머니의 땀을 식히기 위해 선풍기를 맞춰놓은 것뿐입니다.
모두 아주머니가 하셨습니다.
밥 한가득 퍼서 카레에 비벼 먹었습니다.
카레덮밥인지 카레국인지 모르겠지만, 맛은 정말 좋습니다.
“아주머니, 카레 정말 맛있어요. 특히 버섯이 예술인데요? 재료가 딱 먹기 좋게 썰려있어서 좋아요.”
“내가 만들어서 그런지 진짜 맛있네.”
한솥 가득 남은 카레를 어떻게 하실 건지 물었습니다.
아주머니께서 냉장고에 보관하고 드시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맛있는 걸 저 혼자 알기엔 너무 아쉬워요. 주변 분들과 나눠 드시는 거 어떠세요?”
“원장님께 드리고 싶은데, 카레를 안 좋아해요.”
원장님이 당뇨가 있으셔서 카레를 안 드신다고 합니다.
“아주머니, 권사님께 드리는 건 어때요?”
고개를 저으십니다. 1시간 동안 땀 흘리며 만든 카레이기에 아주머니에게는 그 무엇보다 귀한 음식인 듯합니다.
귀한 음식 대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잘 먹었습니다.
첫댓글 1. 카레덮밥인지 카레국인지 모르겠지만, 맛은 정말 좋습니다. -> 이 장면에서 빵 터졌어요.
2. “내가 만들어서 그런지 진짜 맛있네.” -> 아주머니가 자기 삶을 산다는 증거.
3. “이렇게 맛있는 걸 저 혼자 알기엔 너무 아쉬워요. 주변 분들과 나눠 드시는 거 어떠세요?” -> 간접 칭찬. 어른들에게는 간접 칭찬이 좋다고 배웠지요.
4. 요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먹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기 위함도 있죠. 송지우 선생님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맛있게 먹어주어 아주머니 기분이 좋으셨을 것 같습니다.
송지우 선생 대접해 주신 강자경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혼자하는 식사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식사는 더 좋다.'고 강자경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셨죠. 저녁 활동 나눔 시간에 이야기한 것처럼 송지우 선생님 계시는 동안 두 분이 자주 식사하면 좋겠습니다. 요리의 즐거움, 선생님과 함께하는 풍성한 밥상이 두 분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