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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푸른 사슴이 나오는 꿈을 꿔요 푸른 사슴 "아예 술독에서 살지 그러냐" 준수가 빈정 대듯이 말했다 동기들이 껄껄대는 소리와 적당히 취기가 돈 창민부터 술을 잘 못해서 뻘게진 얼굴로 레몬사탕먹을래?하며 주사를 부리는 성종까지 모든 분위기는 시끌시끌하고 좋았다 "어 야 나 지갑 잃어버린거같아" 준수는 난처히 웃었다 어디서 떨어트린 거지 식당에서 나올때 분명 있었는데 아 민증이랑 학생증 체크카드랑 버스카드는 또 어떻던가 "이거 찾으세요?" 한지민(29) 일러스트레이터,늘 몽롱한 현실과 선명과 꿈속에서 갈등하며 늘 푸른 사슴이 나오는 꿈을 꾸곤 한다 요즘 그것이 점점 더 심해져 힘들어하고 있다 "저....학생증 보니까 심리학과시던데...." - "요즘 너무 힘들어서 그런데 카운셀러 부탁드려도 될까요?심리학과 시잖아요" - "고마워요 그럼 제 작업실로 와주세요 카페보다 아늑할거에요 학교랑도 가깝고 동방대 근처에 카페없죠?" - "그래서 오늘 그여자네 작업실로 가서 꿈얘기들어줘야돼" 창민이가 보기만해도 혀가 아린 초코케이크를 푹푹퍼먹고 있는채 물었다 "심리학과라는게 무당도 아니고 말만듣고 어떻게 뚝딱고쳐" "음 그여자가 찾는게 '들어줄 사람'인지도 모르지" "그래서 형은 그거 해주는게 좋아?자기 시간 까먹으면서...?" "나는....." 김준수(24) 동방대 심리학과 재학중이며 군복무를 하다 제대한 후 복학한지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정말인지 평범함으로 무장을 한 보통 대한민국 남성이다 "어 내 지갑..?야 성종아 내 지갑 못봤어?고기집에서 있었지?" - "어....감사합니다 제 지갑맞아요 까만거" - "카운셀러요?음....네" - "자꾸 꿈을 꿔요 푸른 사슴이 나오는 꿈이요" 지민은 멍한 시선으로 불라인드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꿈 꾸실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준수는 시큰둥하게 물었다 "지금이 꿈이고 그때가 현실처럼 선명했죠" "음...." "항상 푸른 사슴이 나와요 늘..." "푸른 사슴이라....." 하늘은 너무 푸르고 햇빛이 너무 슬픈 오후였다 - "시아!!!!!!!!시아다!!!!!!!!!!!!!!!!"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보인다 준수는 어리둥절함도 잠시 영문도 모른채 기자를 피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 글쎄 아니에요!!!!!전 시아가 아니에요!!!!시아가 누군데 그래요?!!!!" "이번 국제 연주회는 어느나라에서 하는걸 가실건가요?!!!파리와 루체른두곳에서 초청이 된걸로 아는데요?!!!!!" "글쎄 아니라니깐요!!!" 발을 힘껏 놀렸지만 사람들이 우르르거리는 소리와 날 비추는 여러개의 카메라에 소름이 끼치고 뒷목이 주뼜했다 "아니에요 저!!!!!!!!" - 며칠동안 이삼일 간격으로 '시아가 오는 날'이 된다 언론은 한국을 빛낸 천재 작곡가에게 쉼없는 찬사를 보낸다 또한 수 많는 루머와 질문도 보낸다 난 사람들에게 쫓긴다 처음에 부탁도 해보다가 화도 내보고 애원까지 하였다 난 시아가 아니에요 시아가 누군가요 - 하루이틀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시아에게 쫓겨 살다가 하루이틀은 김준수로 살다가 내가 시아인지 준수인지 실존하는지 환상인건지 꿈인건지 자고 있는건지 깨있는건지 내가 김준수인건지 엊그제 루체른에서 연주회를 마치고 온 시아인건지 난 동방대에 다니는 그저 그런 김준수였는데 왜 어째서 아 엊그제는 '시아가 없는 날'즉 평범한 복학생인 김준수가 된다는 날이었다 내일은 사람들에게 쫓길지도 모르니까 정신과상담은 오늘 받기로 한뒤 병원으로 향한다 - "저....연락 드렸던 김준수....인데요" "아 네 거기 앉으세요" 최다니엘(31) 동방 의대를 높은 성적으로 졸업한 정신과전문의이며 준수의 주치의이다 준수는 다니엘의 처트를 기록하느라 사각거리는 볼편소리를 소름끼치게 싫어하곤 한다 "....이름이 김 준 수 맞으시죠?" - "음악 못하세요? 아 음치시라고 아 네" - "그럼 어제는 기억 잘 안나시구요?" "미치겠어요 오늘은 시아가 존재하지 않는 날이니 왔지만 내일은 전 시아가 되어 사람들에게 쫓기겠죠 선생님 전 내일이 오면 이곳을 오지 못해요 선생님도 시아의 선택이나 앞으로의 일 나올 곡들을 궁금해 할거에요 하지만 전 시아가 아닌걸요...." - "늘 푸른 사슴이 나오는 꿈을 꿔요" - "요즘 푸른 사슴이 꿈에 나오지 않아요" 지민이 어쩐지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 준수는 너무나도 다른 하루하루에 딱 지쳐죽을거같아서 온몸을 하느작거리며 깊게 잠을 자듯 지민의 작업실쇼파에 온몸을 뉘였다 "거대한 숲이 있었어요 전 그곳을 달리고 달렸죠 그리고 푸른 사슴을 만났어요" "..." "그곳엔 푸른 사슴이 있었어요" "..." "푸른 사슴은 뭐가 그렇게도 무서워서 도망갔을까요 그렇게도 날 힘들게 했으면서" - "당신의 작곡은 마치 몽환의 외딴 세계를 만들듯 해요 푸르고 묘하죠 어디서 대체 그런 영감을 받으시나요?" -푸른 사슴이요 준수는 멍하게 어제날짜의 신문을 바라보았다 푸른 사슴 -늘 푸른 사슴이 나오는 꿈을 꿔요 오늘은 '김준수'로 사는 날이었다 2시에 강의가 있고 유천이와 학식에 들르는 그 '김준수'말이다 무서웠다 시아가 거대해져서 김준수의 날을 먹어버릴까봐 그의 모든 활동은 내가 김준수로 사는동안 이루어진다 가령 내가 오늘 김준수이면 시아는 시아이다 그리하여 모든 연주회 작곡및 모든 활동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시아가 없다 .....! 분명 그건 시아였다 어제 신문에 나왔던 모두가 다음 활동을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환상을 작곡하는 사람 "...." 시아의 눈은 몽롱하고 느렸다 "너는....." 시아의 허스키하고 높은 목소리가 울렸다 이내 길가엔 아무것도 없어지고 그곳에 누가 있었다는냥 푸른 사슴이 한마리 서있었다 시아의 머리칼만큼이나 푸른 사슴이 말이다 - "요즘 푸른 사슴이 나오는 몽상을 겪어요" 시아는 눈을 부비며 최다니엘의 눈을 마주쳤다 "오늘도 김준수가 되는 몽상에 시달렸나요?" "네 전 술을 못마시는데 걘 늘 술을 퍼마시는지 친구들이 날 술을 먹이고 난 움직이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걘 늘 이동하는 모양이에요" "당신은 시아인가요 김준수인가요?" "시아요" - "시아가 처음 작곡한 노래를 들어봤어요 푸른 사슴말이에요" "노래가 어떻던 가요?" 다니엘은 커피를 저으며 준수에게 물었다 "몽상을 하는듯한 느낌이었어요" - "푸른 사슴을 봤어요 지금은 현실인가요 환상인가요" "현실입니다" - - 준수는 수없이 숲속을 걸었다 다리가 에이고 시려도 걸었다 하얀 눈으로 뒤덮힌 산속에서 걷고 또 걸었다 그곳엔 시아가 서있었으며 김준수가 서있었고 한지민이 서있었고 이내 푸른 사슴이 서있었다 - "늘 푸른 사슴이 나오는 꿈을 꿔요" - "요즘 시아 상태어때요 최선생님?" "글쎄 경계가 선명했는데 요즘은 아침엔 '김준수'였다가 저녁이 되면 '시아',본인격으로 돌아오고 그래" "'한지민'은 이제 더이상 나타나지 않나봐요?" "응 김준수가 나타날즈음에 소멸된 모양이야" 다중인격을 가진 불운한 천재 고아로 태어나 길러지던 고아원에서 학대를 받았고 그로 인해 정신이 얇고 겹겹이 돼있는 패스츄리마냥 약했다 그리고 숨길 수 없는 천재성은 그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무섭고 힘들었던 시아는 자기안에 '엄마같은 존재'인 한지민을 만들어 냈으며 '친구같은 존재'인 김준수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인격이 바뀔때마다 푸른 사슴이 나오도록 훈련한 결과 정말인지 푸른 사슴이 나오게 되었다 치료가 수월하지 않아서 한 훈련이었지만 '푸른 사슴치료'는 어느새 시아의 뮤즈가,시아가 된다 다니엘은 안경을 벗고 창가에 서서 햇빛의 눈을 가렸다 - "늘 푸른 사슴이 나오는 꿈을 꿔요" - 어디서부터가 현실이고 환상인지 모르겠어요 선생님 전 시아인가요 김준수인가요? "늘 푸른 사슴이 나오는 꿈을 꿔요" -------------------- 1.작가 아니에용 2.문창과는 더 아니에용. 글이랑 전혀 상관 없는 과에용 3.고등학교때도 한번도 글짓기 대회 이런 거 해본 적 없어용 4.그냥 찌질한 휴학한 백수에용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첫댓글 재밌다!!!!!!!!!!!!!!
와대박.....금손이시네요ㅠㅜㅜ마지막소름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1.24 16:06
와
헐..준수야8ㅅ8..★ 시아준수라는 이름 정말 오랜만이다.. 이름만으로도 울컥하게 만드네
우와..대박
쩐다..... 보관하고싶다ㅠㅠㅠ 연재안하나요?ㅠㅠㅠㅠㅠ
와쩐다
우와.....
정주행하는중ᆢ 아 마음이 왜케 찡해지나요 계속 힘내주세요!!
와....대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