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독감증세가 느껴졌으나 끝까지 버텨보려고 하였으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할 수 없이 인근의 내과엘 갔다. 예전에 주유소를 했던 자리에 9층 건물을 올려 건물 전체가
병원으로 들어차 마치 종합병원처럼 메디컬센터가 된 셈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들어가 프론트로 갔더니 직원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접수부터
하고 오란다. 접수는 자기가 하면 될 것인데 나는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라 순서표를 뽑아 대기를
하라는 것으로 알았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으로 가서 보니 'Information'이라고 적힌 조그만 타블렛PC 화면이 붙어 있었다.
주민등록번호, 성명, 연락처를 기재하라고 돼 있어 순서대로 화면에 나타난 숫자와 한글 자음과 모음을
일일이 찾아가면서 한 손가락으로 두드렸더니 시간 오버로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가버렸다. 글자가 작아
잘 보이지 않기도 할뿐더러 키보드에 익숙치 않아 하나 하나 찾아서 했더니 시간이 지체돼 버린것이다.
두어번 반복했더니 정해진 시간 안에 두드릴 수 있어서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4시쯤 갔으니 내 뒤에
대기자가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만일 내 뒤에 대기자가 줄을 길게 늘어섰더라면 마음이 급해져 더 더듬
거리게 돼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요즘은 어딜 가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치 않으면 문맹취급을
받는다. 식당에 가서도 메뉴 주문도 종업원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키오스크로 하게 돼 있고 메뉴도 로봇이
날라다 주는 세상이다.
멀리 나들이 할 일이 있어 역이나 고속버스 터미널 창구에 가보면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젊은사람들은 폰으로 다 처리하기 때문이다. 주식거래는 물론 빵 주문도 다 앱으로 하는 세상이다.
통계에 의하면 65세이상의 노인들도 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인터넷도 활용하지만 10명중 6명은 스스로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카페 키오스크에 줄 서서 기다리기보다 젊은이들은 앱으로 주문하여
줄을 서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다가 음료나 주문품을 받아가므로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박탁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컴퓨터에 일찍부터 접해 왔으므로 디지털문맹자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나이가 드니 속도가 느려져 다 같은 범주에 속하게 된다. 속된 말로 '나이가 들면 배운 놈이나 안배운 놈이나
같다'는 말이 무슨뜻인지 이제사 감이 온다. 아무래도 나는 형광등인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