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자율야구는 거대한 시스템에서 냉혹하게 적용되는 탈락시스템 덕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 가지 포지션에서 경쟁하는 수천 수 만의 선수들. 누군가가 부진하면 그 자리는 순식간에 다른 선수로 메꿔진다. 탈락하기 싫으면 혼신의 힘을 다 해야 하고, 누군가 터치 하지 않아도 경쟁에서 생존한 선수들은 정밀한 타격기계, 투수기계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의 야구는 메이저 처럼 거대한 탈락시스템이 가능한 팜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쓰러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고유의 히스토리를 가진 경우가 참 많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겪는 인간사의 희노애락에 담긴 페이소스가 팬들에게까지 전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야구가 유독 삶과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야구를 보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수 많은 선수들의 삶을 보고 느낀다. 야구에서 삶을 배운다는 말은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송창식 선수는 가진 재능 만큼이나 시련을 독하게도 많이 겪은 선수다. 학창시절부터 혹사와 부상은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한국의 학원 야구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린 날 선수들이 부상을 너무 많이 겪는다. 런닝맨에 나온 류현진이 양산의 중학생 야구부 친구들에게 무엇보다 부상을 조심하라고 말한 대목을 보고 뭔가 마음이 짠했다. 송창식 또한 그랬다. 고등학교 때 부터 수술 이력을 갖기 시작한 그는 프로 1년이 지난 후 토미존 수술을 받는다. 그리고 재활을 제대로 받지 못한 체, 다시 프로의 무대에 섰고. 결정적으로 버거씨 병을 앓기 시작하면서 2008년 4월에 은퇴를 선언한다. 그의 나이 20대 중반이었다. 하지만 그는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고교 무대에서 코치를 하며 꾸준히 재활에 전념하였고, 2년 후 다시 한화로 복귀한다. 이정도 되면 인간승리가 아니라 할 수 없다.
3000만원의 연봉으로 재계약한 송창식은 복귀 한 이후로도 꾸준히, 열심히 공을 던졌다. 때론 선발로, 때론 계투로, 때론 마무리로. 기본적인 마운드 구성이 무너진 한화에서 송창식은 자신의 위치가 어디든 관계 없이, 열심히 던졌다. 버거씨병 이후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선수였지만, 팀은 그의 사정을 봐줄 여력이 없었다. 그는 다시 부상과 복귀를 반복했다. 몸이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실력있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그의 대답은 한결같다. 선발이든 부상이든 팀이 필요하면 공을 던지겠다는 말을 말이다. 그는 한화 이글스의 선발투수가 아니다. 그는 한화 이글스의 불펜투수가 아니다. 그는 한화이글스의 마무리 투수도 아니다. 그는 "한화 이글스의 송창식"이다. 2011년 8월 22일, 부상에서 복귀하고 2573일 만에 거둔 선발승에서 그가 한 말이다. 하지만 현대 야구에서 선발과 불펜. 마무리를 구분하는 이유는 바로 전력투구의 횟수와 연투가 투수에게 주는 신체적 부담이 의학적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2013년, 리그 정상급 마무리의 기량을 뽐낸 그는 결국 2014년 8월. 부상으로 전력에서 완전히 이탈한다.
그간 시끄러웠던 빈볼 사건으로 떠들썩 한 사이, 송창식은 소리 소문없이 마운드로 돌아와 있었다. 롯데와 1차전 때, 배영수가 맞은 위기. 벤치의 미스커뮤니케이션으로 불러모은 만루 상황을 송창식이 제대로 막아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경기에서 송창식은 2이닝 동안 6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롯데와 삼성전에 등판하며 침착하고 안정적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현재 송창식은 6경기에 등장해 총 6이닝을 던졌다. 그의 성적은 비슷한 경기에서 비슷한 이닝을 소화한 SK의 정우람과 여러가지로 비교된다. 현재 송창식은 삼진/9이닝의 비율이 15개로, 정우람의 15.63에 비해 근소하게 뒤진다. 볼넷 비율은 정우람이 7.11, 송창식이 3.00으로 크게 앞서고 있다. 피홈런은 1.5개. 정우람은 0개. 피홈런 비율로 fip과 war에서 정우람이 송창식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송창식의 초반 페이스는 정우람에 못지 않다. 더욱이 그가 막아낸 타선은 롯데와 삼성이다. 비록 그의 구위가 전성기였던 2013년을 회복하진 못했지만, 지금 그의 페이스는 상당히 기대해볼 만 하다. 롯데와의 시리즈에서 부각을 드러낸 송창식의 효과는 지금 팀에게 2가지 활력을 주고 있다. 하나는 그와 같이 우완 롱릴리프였던 안영명이 선발 실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송은범과 권혁이 윤규진이 빠진 마무리의 공백을 번갈아가며 메울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준 것이다.
지금까지 완성된 한화의 불펜 필승조는 안영명(우완), 송창식(우완), 권혁(좌완), 박정진(좌완), 송은범(우완 스윙맨), 유창식(좌완 스윙맨), 윤규진(마무리). 이 중에서 송창식, 권혁, 윤규진의 초반 페이스는 다른 어느 팀의 불펜에도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박정진이 원포인트 릴리프로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다. 안영명과 송은범, 유창식은 초반 선발이 무너진 상황에서 투입되는 스윙맨으로써. 그리고 팀의 4~5선발을 경쟁하는 선발로써. 경쟁을 하고 있다. 아직 팀의 윤곽이 완전히 나오진 않았지만,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3명의 확정된 선발이 유먼, 탈보트, 배영수이며. 안영명, 송은범, 유창식은 4~5선발 경쟁을 하고 있다. 3명의 선발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사이에. 송창식, 권혁, 박정진, 윤규진으로 이어진 불펜은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여기에 김민우, 정대훈, 허유강이 추격조로써 아직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이 중 가장 빨리 필승조에 가세할 선수로 나는 허유강을 꼽는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기대되는 것은, 그 만의 선수 육성 시스템이 시즌 중에도 계속 뉴페이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에게 기대할 투수 자원은 많다. 이동걸, 장민재, 최영환 등 선발로 기대되는 선수도 있으며 정대훈, 허유강, 마일영, 임경완 등 불펜. 원포인트 자원으로 여력이 있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그래도 역시나 클래스는 클래스인가보다. 기존에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니 말이다. 송창식의 가세로, 우리의 불펜진은 시즌 첫주와 또 다른 모양새를 갖게 되었다.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는 팀이다.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는 팀이다. 이제는 전 처럼 송창식이 아니면 투수진 견적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아니다. 좋지 않는 몸 상태로, 전력을 쥐어 짜내 시즌과 선수인생을 버려야 하는. 그런 망가진 마운드가 아니다. 그는 이제 권혁, 안영명, 송은범 등 이미 기량을 인정받은 최고의 선수들과 최상의 전력으로 경쟁해야 한다. 김민우, 유창식, 허유강 등 야신의 손에서 새롭게 조련받는 유망주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려나지 않아야 한다. 그 또한 다른 많은 선수들이 그렇듯이 몸 관리를 세심히 받으며, 한 이닝 한 이닝 한계까지 시험받게 될 것이다. 이것 자체가 그의 야구인생에서 축복 같은 상황으로 느껴질 정도로, 그는 다사다난한 선수 생활을 보냈다.
요즘 새로운 선수들이 너무 많이 들어오다보니, 가끔 여기가 한화 이글스가 맞는지 아닌지. 어리둥절할 때가 있다. 투수진에서 선발은 유창식을 제외하면 모두가 바뀌었다. (그래서 이태양이 뼈아프다.) 불펜진에서는 안정진 트리오가 건재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권혁 선수가 매 경기 등판하며 삼성시절 포스를 풍길 때면 무언가 기분이 좋으면서 묘해질 때가 있다. 타자는 어떤가. 이용규, 정근우, 김경언, 이성열, 권용관 등 FA와 트레이드로 합류한 선수들. 강경학, 주현상, 송주호 등 이번 시즌부터 부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젊은 선수들을 보고 있자면. 아찔하면서도 너무 빠르고 큰 변화에 가끔은 적응이 안되곤 한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스프링 캠프 때 부터 정을 주며, 훈련하는 모습 하나하나 챙겨보며 정을 주며 이제 우리 선수들 같지만. 그래도 한화 팬으로써 송창식 같은 선수들의 분발은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이제 그도 마운드에서 경쟁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다른 선수들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송창식 선수가 이겼으면 좋겠다. 85년생, 우리나이로 31살. 그리 젊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 나이에 비해 우여곡절을 지나치게 많이 겪은 송창식이다. 이제라도 부상의 위험에 고전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그의 기량을 인정받으며 진정한 전성기를 꽃피우길 바란다. 우리를 스쳐가며 망가진 수 많은 유망주 중 한 사람이 아니라. 그가 '한화 이글스의 송창식'이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10년은 더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첫댓글 송창식선수는 언제나 든든한 우직한 나무같습니다. 그의 활약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참 미안하고 고맙고 그런 선수인 것 같습니다. 올해 정말 잘 했으면 좋겠어요.
2013시즌에 마운드에서 지쳐있던 송창식선수 사진을 보면 화가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는데. 정말 인간 승리입니다. 반드시 성공한 투수가 되길 바랍니다.
안쓰러운 선수가 한 둘이 아니네요. 그래도 불펜 경쟁에서는 송창식 선수가 제일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꼭 성공한 투수가 되면 좋겠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송창식선수 홧팅~~
화이팅! ^^
좋은글이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송창식 선수가 신인으로 입단한 게 자유당시절처럼 멀게 느껴지고 사연도 많아서 선수의 나이가 30대 중반은 된 것처럼 느껴지는데 30대 초반에 아직 한창입니다. 송진우 선수보다 더 오래 선수생활하길 기원합니다
자유당은 너무 머네요. ^^ 정말 30대 중반은 된 것 처럼 느껴져요. 아직 한창인 나이니, 정말 오래 오래 좋은 모습 보고 싶습니다. 마음껏 편애하고 싶어요.
@나키 아~ 갑자기 안과장이 보고 싶네요 ~
@go! 2006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아요~
저는 갠적으로 송창식선수가 선발한자리를 꿰찰수있는 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발: 탈보트 유먼 배영수 안영명 송창식
스윙맨: 송은범,유창식
불펜승리조: 권혁 박정진 윤규진
선발까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긴 이닝을 던지며 한계투구까지 하는 게 옳은지, 연투가 옳은지. 여하튼 2013년 성적은 훌쩍 넘으면 좋겠단 생각입니다. 잘 해주면 좋겠어요.
올해 잘하고는 있는데 느낌이 확 오는 홈런을 맞아서 아직까지 인상이 좋지 않은듯 싶네요. 시즌은 길로 앞으로 등판할 기회도 많을테니 화이팅을 기원합니다.
네. 저도 그래서 올해 아직 송창식 분위기 별로인가 싶었는데, 실제 홈런 맞은게 하나 밖에 없고. 여러 가지를 생각했을 때,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는게 사실인 것 같아서 성적을 찾아봤더니. SK의 정우람과 자웅을 겨루고 있길래 깜짝 놀랐던거죠. 초반 페이스는 생각했던 것 보단 좋은 것 같고, 화이팅 했으면 좋겠네요. ^^
송창식 화이팅!!
송창식 화이팅!!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저랑 제와이프가 85년생 청주출신이고 또 와이프 초등학교 동창이라 더욱 정이 가는 선수입니다. 그를 처음 알았던게 세광중에 다니는 친구 소개로 알게되었는데 참 착한 친구였습니다.
누구보다 오래오래 선수생활 했으면 좋겠고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그렇군요. 참 순해보이고 순수해보이는 선수입니다. 저 역시 선수생활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글쓰는 일을 하고 있긴 한데, 전문 기자는 아니네요. ^^ 여하튼 격려 감사합니다.
님의 글에 작은 감동을 느꼈습니다감사합니다
감동은 송창식 선수의 선수인생에 있는게 아닐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