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일번지, 한반도의 정중앙에 있는 자연환경과 안보여행지로 숨겨진 보물같은 곳이 많은 양구에는
먹을거리도 그만큼 즐비하다. 비록 다른 지역에 비해서 그 명성은 떨어지지만 수수하고 독특한 지역색을
간직한 맛집들이 숨어있는것. 물좋고 공기좋고 인심좋은 양구여행이 아무리 즐겁더라도 입을 즐겁게 해주는
음식들이 없다면 그 여행은 즐거운 기억보다는 배고프고 힘들었던 여행으로 기록될 수 밖에 없다.
양구에서도 곰취찐빵, 오골계구이, 콩탕, 산채백반, 민물매운탕 등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있지만
인근 춘천의 명물 막국수와 비견될 만한 막국수의 숨은 도량이 있단다. 바로 남면 광치계곡 입구에 있는
광치막국수. 물론 양구 읍내에도 몇곳이 영업하지만 도촌막국수와 광치막국수가 그래도 양구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맛집으로 손꼽힌다. 도촌막국수가 편육에서 우위라면 광치막국수는 막국수와
촌두부의 맛에서 조금 앞선다는 평이다. 뭐 그래봐야 막국수와 편육의 맛이 거기서 거기겠지만 말이다.
그냥 입이 즐겁고 눈이 행복하면 그만이다.
광치막국수집의 모습. 음식점이라기 보다는 그냥 보통의 시골집 분위기다.
벗듯한 건물보다 이런집이 정감있다. 광치막국수집에서 조금만 가면 수려한 계곡과 빼어난 숲향을
자랑하는 광치계곡과 광치자연휴양림이 있다. 또 생태환경보호구역, 습지보호구역으로 국내에서
제일 높은곳에 위치한 생태의 보고인 대암산 용늪도 있다. 예전 양구에서 인제 원통으로 넘어갈때
굽이굽이 험한 산길을 힘들게 넘어갔던 광치령은 이젠 터널을 뚫어 편하게 갈 수 있단다. 그해 여름
원통으로 넘어가다 길이 어두워져 산 중턱에 있는 허름한 민박집에서 보냈던 가족휴가길이 떠오른다.
억수같이 퍼붓던 비속에서 민박집 옆에 있는 도랑에서 잡던 미유기의 손맛과 함께 했던 닭백숙의 맛이.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주방이 있고 양쪽으로 이런 홀이 두곳 있다.
광치막국수 생소한 이름이지만 양구여행길에 오른 사람들에게는 유명하다고 쥔장이 말해준다.
얼마전까지는 막국수가 5천원, 편육이 만원 등 이랬는데, 치솟는 물가를 감당할 수 없었는지
가격이 살짝 올랐다. 하지만 이정도 가격은 왠만한 막국수집의 표준이 아닐런지.
전국의 막국수집들이 서로 가격을 정하나보다. 메뉴는 막국수와 편육을 중심으로 강원도의 특산품인
감자전과 민들레전이 있고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는 촌두부가 있다.
차가운 막국수가 땡기지 않는다면 옹심이 메밀 칼국수도 먹을만하다.
이제 슬슬 차가워지는 날씨에는 뜨듯한 국물의 메밀을 듬뿍넣은 칼국수도 별미겠다.
막국수를 주문하니 이렇게 상차림을 해준다.
특이할 것은 없고 그냥 갓김치와 석박지, 오이지, 배추물김치가 올라온다.
도톰하고 고소한 맛의 편육도 가운데에 놓여준다. 백김치와 석박지의 맛이 잘 익어서인지 시원하고 개운했다.
편육은 일반적인 수육의 느낌보다는 돼지족발을 잘라낸 맛과 폼새다. 그래도 잘 삶아서인지 맛은 괜찮다.
강원도에 왔으니 감자전도 먹어본다. 5천원. 세장의 감자전을 접시에 담아 내온다.
잘익은 감자를 갈아서 만들어 담백하고 고소하다.
기름기가 적어 속에도 부담없이 맑은 막걸리 한잔과 잘 어울린다.
감자전이 그리 크지도 않은 적당한 두께로 기름에 부쳐냈다.
젓가락으로 세조각을 내서 양념간장에 찍어 먹으니 강원도를 온몸으로 느끼는듯하다.
두세명이 가서 편육 하나와 감자전 한판에 막걸리 한병이면 아주 배불리 먹을수있겠다.
이집의 먹거리중 하나인 민들레전은 양구에서 채취한 민들레를 말린 가루로 부치는 것이라 한다.
막국수가 나왔다. 비빔이니 물이니를 선택할것도 없이 그냥 비빔으로 나온다.
메밀을 듬뿍 넣어 찰지고 쫀득쫀득하다. 막국수의 맛이야 춘천이나 양평이나 봉평이나 다 비슷한 수준이다.
막국수의 맛보다는 여행지가 어땠는지가 더 중요할듯하다.
막국수를 싹둑싹둑 가위로 잘라준다.
긴면발도 좋지만 옷으로 튀기는 통에. 설탕한스푼과 참기름을 넣고 식초도 조금 넣었다.
잘비빈 막국수를 입에 넣는다. 메밀의 향이 살아있으면서도 톡톡 부러지는 느낌없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하지만 메밀막국수 한그릇은 금새 젓가락질 몇번으로 사라지니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배고픈 여행자에게는 다소 부족한 양이다.
그냥 비빔막국수로 먹기보단 반쯤 먹고나서 진하게 우려낸 사골국물과 달콤하고 시원한 동치미국물로
만든 차가운 육수를 넣어 먹으면 그 맛이 한층 달콤하고 새콤해진다.
마지막 한가락, 한방울의 국물까지도 털털 털어 입속으로 넣는다.
옹심이 칼국수는 2인분이상만 주문 가능하기에 둘이가서는 먹기 힘들다.
한사람이 막국수를 먹는다면 칼국수는 포기해야 되니까. 뜨끈한 칼국수가 먹고싶다면 칼국수 2인분에
막국수 하나를 시켜도 될듯하다. 커다란 냄비에 메밀색이 짙은 칼국수면발이 걸쭉하다.
칼국수의 면발도 쫄깃하지만 그 걸쭉하고 부드러운 국물에 더 후한 점수를 준다.
감자옹심이와 뒷편 밭에서 딴 호박이 들어가서 국물맛이 예술이다.
가을산행이 많은 요즘 광치계곡도 주말에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손님들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는
자리가 없다. 미리 예약을 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입맛이야 다 다르니깐 그냥 한번 맛보는 정도로 해주면 좋을곳이다.
강원도 양구군 남면 가오작2리 1051번지 (033) 481 - 4095.
첫댓글 해리슨 포들님~
이 글 참 좋네요^^
소개도 잘 해주셨구요.
감사합니다~~
너무맛나게 보이네요 빨리가보고싶으네요
여행후기 사진 잘 머물다 감니다
네, 가을의 절정인 요즘, 한번 광치계곡과 함께 들려볼만 할것 같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