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평
대회 시작 전부터 1순위의 우승후보는 야닉 시너였고, 알카라스나 조코비치가 야닉 시너에 대한 대항마로 여기지던 분위기에서, 알카라스와 조코비치가 조기탈락하면서 김빠진 대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야닉 시너는 최대의 라이벌들이 사라지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무난하게 우승을 가져갔습니다.
- 결승전 리뷰
간단 요약: 클래스의 차이
티아포가 아니라 프리츠로 결승 매치업 상대가 결정되고 나서 야닉 시너의 우승이 기정사실처럼 느껴졌습니다.
티아포가 전체적인 기량은 프리츠보다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플레이의 폭이 넓고 창의적인 선수이기 때문에 결승에서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던 반면, 프리츠는 모든 세부적인 부분에서 야닉 시너에 대해 우위를 가져갈만할 부분이 없었다고 보여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실제 게임에서 프리츠가 시너보다 우위를 가져간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서브였습니다.
US 오픈 센터 코트의 특유의 시끄러운 분위기와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탓이었는지 야닉 시너의 첫 서브 성공률은 시합 내내 40%를 넘기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반면에 프리츠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날카로운 서브를 꽂아넣었구요.
이러한 측면에서 프리츠는 1세트나 2세트 중에서 하나는 꼭 가져와야헸고,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포핸드의 언포스트 에러가 작렬하면서 1,2세트를 내어주고 말았죠.
그러다, 3세트에 들어서면서 포핸드의 에러가 줄어들면서, 먼저 브레이크에 성공합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경기가 좀 길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야닉 시너가 두 번의 브레이크를 성공하며 경기는 3-0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경기의 핵심 포인트는 2세트 후반부터 야닉 시너가 꺼낸 딥리턴 전략입니다.
1, 2세트를 야닉 시너가 가져가긴 했지만, 특히 2세트에는 프리츠에 많은 서브에 많은 에이스를 내어주었고, 전반적으로 프리츠의 서브에 고전하고 있었습니다.
그에 대응하여 2세트 후반부터 시너는 딥리턴을 꺼내들었고, 이후부터 프리츠의 서브 에이스와 서브 포인트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이것이 3세트에 두번의 브레이크를 만들어 낸 원동력이었다고 봅니다.
프리츠는 3세트에 포핸드가 살아나면서 서브가 부진했던 상대로부터 브레이크를 뺐어냈지만, 상대의 딥리턴에 자신의 서브의 위력이 반감되며 쉽게 브레이크를 내주면서 경기마저 내주고 말았습니다.
딥리턴에 대한 대응책은 와이드 쪽 깊은 서브와 발리인게 정석인데, 프리츠는 한 번도 서브 앤 발리를 시도하지 못하더군요.
여기서, 프리츠의 일말의 희망이 사라졌습니다.
야닉 시너는 극도로 서브가 부진했던 게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랠리 능력과 게임 플랜의 조정을 통해 손쉬운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그야말로 클래스의 차이었고, 대회 전체를 통틀어서 봐도 정상 컨디션의 알카라스나 조코비치가 아니면 승부조차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가장 인상적인 선수
오제 알리아심과의 시합에서의 비겁한 행동으로 많은 욕을 먹었지만, 그래도 제일 인상 깊었던 선수는 잭 드레이퍼입니다.
비록 시너에게 3:0으로 졌지만, 2세트까지 2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고, 이번 대회에서 시너를 가장 괴롭혔던 선수였습니다.
2세트까지만 봤을 때면, 조금만 운이 따르면 3세트 잡아내고 경기를 길게 가져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3세트에서는 체력 방전으로 서브 넣는것마져 힘들어하며 허무하게 세트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왼손잡이 선수로서 오른손잡이의 상대의 백핸드 쪽으로 넣은 슬라이스 서브는 엄청난 각도로 휘어지며 필살기로서 기능합니다.
포핸드와 백핸드 모두 안정적이며, 특히 개인적으로는 왼손잡이 선수에 대하여는, 상대 오른손잡이 선수의 포핸드 크로스를 받아내야 하는 방패인 백핸드를 중요시하기에, 상당히 훌륭한 백핸드를 가진 잭 드레이퍼 선수에게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잭 드레이퍼와 유사하게 서브에 강점을 가진 왼손잡이인 벤 쉘튼의 경우 백핸드 쪽이 약해서 한계가 보이는 반면, 잭 드레이퍼의 단단한 백핸드는 앞으로 이 선수가 가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다만, 잭 드레이퍼는 왼손잡이 선수에게는 곧잘 지는 것 같은데, 이는 자신의 가장 큰 무기인 슬라이스 서브의 위력이 줄어들기 때문이겠죠.
이 점만 보완하고, 그랜드 슬램 토너먼트를 대비한 체력을 준비한다면, 앞으로 큰 대회의 상위 라운드에서 매우 자주 볼 수 있을 선수라 생각합니다.
- 남은 시즌 및 향후 전망
앞으로 남은 시함들이 대부분 하드 코트의 경기고 해서, 시즌의 나머지는 야닉 시너의 독무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간간이 후르카츠 같은 서브좋은 하드 코트의 강자들이 우승을 차지할 수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이번 우승으로 하드코트의 제왕임을 공언한 야닉 시너가 출전하는 나머지 대회들의 대부분을 휩쓸 거라고 봅니다.
야닉 시너는 좋은 서브와, 안정적이며 강력한 스트로크를 기반으로 경기를 운영하기에, 기복이 적으며 거의 업셋을 당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건강 상의 변수가 없다는 전제 하에, 올 시즌 연말 랭킹은 물론 향후 몇 년간 랭킹 1위는 야닉 시너의 독주 체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알카라스의 경우, 희망사항은 남은 대회 중 하나의 우승입니다.
알카라스의 커리어를 보면 클레이, 잔디에서 비해 하드코트에서 성적이 좋지 않고, 특히 US 오픈 이후의 대회들에서는 극도로 부진했었습니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달성을 위해서는 이제 호주 오픈 타이틀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이번 시즌의 나머지 기간 동안 하드 코트에 대한 최적화의 완료에 대한 증거로서 적어도 하나의 우승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US 오픈에서의 부진은, 올림픽 참가에 따른 정신적 육체적 피로와, 단기간에 클레이->잔디->클레이->하드로의 코트 표면 변경에 따른 것이라 보고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합니다.
조코비치의 US 오픈 조기 탈락이 올림픽 후유증 탓인지, 아니면 정말 노쇠화의 영향이 큰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올림픽에서는 인생 최고의 집중력으로 노쇠화를 이겨낸 것처럼 보였지만, 앞으로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우승 타이틀을 추가하기는 어려울 거라 봅니다.
결국, 향후 시즌부터, 세계랭킹 1위는 야닉 시너, 그랜드 슬램 타이틀은 호주와 US의 시너, 롤랑가로스와 윔블던의 알카라스의 구도가 되리라 봅니다.
길었던 Big 3의 시대가 진정으로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2024년이네요.
즐테!
첫댓글 알카라즈랑 조코비치가 너무 일찍 떨어져서 토너먼트 재미가 좀 떨어졌죠. 시너 참 하드코트에서 강해요
글 엄청 잘 쓰세요. 결론은 시너짱 입니다. 사마귀 2탄 나온 느낌이에요 보코 다음으로
증겁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이 두개가 있습니다
1) 딥 리턴이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해서요. 상관관계가 어떻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2) 시너의 도핑 적발이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고견 부탁드립니다
딥리턴은 말그대로 베이스라인에서 멀리 떨어져서 서브를 리턴하기때문에 강서브에 대처가 더 용이하죠 하지만 알카리스 같이 드럽샷을 자주 구사하는 플레이어에게는 딥리턴이 역효과를 내죠
1) 딥리턴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서브를 보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길고, 특히 서브가 바운드 이후에 속도가 상당히 느려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공을 받아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단점이라면 와이드 쪽으로 휘어져나가는 스핀의 서브를 받기 위해 엄청나게 많이 뛰어다녀야 하고,
멀리서 공을 받기에 공이 네트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깁니다. 따라서, 발리에 능한 선수라면 그 시간 동안에 어프로치해서 발리로 쉬운 득점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죠.
또한 Alonzo 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네트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시작하기에 드랍샷에도 취약하죠.
2) 시너의 도핑 이슈에 대해서, 실제로 시너가 약물을 복용했는지 여부는 주어진 정보만으로 판단이나 추정하기 어렵네요. 일단은 공식적인 발표를 믿는 수 밖에요.
그것보다 문제가 되는 건 다른 선수들은 일단 약물이 검출되었으면 실제 약물복용에 대한 판단 여부와는 별개로 출장징계부터 먹고 시작했는데, 시너의 경우 신속하게 대응을 잘했다고는 하지만 아무런 징계 없이 넘어갔고, 여기에 대한 특혜 논란은 피할 수가 없어보입니다.
무엇보다도 테니스 모범생같던 야닉 시너의 이미지에 금이 간 게 가장 큰 타격이 아닐까 하네요.
@沙野 우문현답
정말 감사드려요. 시너의 도핑이슈는 시너의 팬으로써 안타깝네요. 모범생이미지에 금 갔다는것에 크게 동의합니다
@Alonzo 설명 감사해요. 저는 혼자서 좀 바보처럼 다른 딥리턴을 생각했었네요
넥젠 세대들은 이제 그냥 문지기 느낌이네요~
ㅍㅎㅎㅎ 완전 공갑합니다. 그나마 메뎁 즈베 빼고는 기대감이 없어요
즈베 응원하는데 진짜 답답합니다... 최대 기회를 본인 스스로 날려버린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