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 모레 설날인데 그날 즈음해서 무척 춥다고 그러고 어제 내린 눈은 도로에서 마구 짓밟히면서 아주 추한 최후를 맞고 있는데
나는 그 눈은 밟고 종로구청에 갔다가 바로 옆에 있는 조계사에 들렀는데
마침 대웅전에서 어떤 나이많은 스님이 높은 곳에 방석놓고 앉아서 일장연설을 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방석에 앉아서 듣고있었다.
나는 다다미바닥에 그냥 앉았다. -조계사의 방 바닥들은 다다미로 통일했다.-
".... 그래서 내가 몇 년동안 괴로움에 헤메면서 옷도 걸레 같은 거 입고있었고... 한 이십년 입은 옷..... 마침 부산에서 설봉스님이 화엄경을 ... 해서 들으러 갔는데 이십일 하기로 했는데 하루만에 끝났다해서 물어보니 사람들 몇 백 명 모아놓고 설법하는데 경전 바로 옆에 정종 주전자하고 정종 잔하고 놓고 취해서 ....그래서 내가 뒤 늦게 쫓아가서 노스님 어디 계십니까 하니 뒷 방으로 가라고 해서 가보니 앞에는 소주잔하고 입에는 담배꽁초를 물고 있어서... 내가 물었지 술은 왜 드시우 했더니 머리가 아파서 먹는다 이놈아... "
그러다가 어떤 질문을 했는데 삶과 죽음의 경계 어쩌고 하는 말에 눈이 확 트이고 귀가 확 열리면서 그 스님 기분이 좋아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