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조건 돈 빌릴 때 대출이자 14%p나 차이 차(車)할부금리 등에도 영향 통신비 연체·세금미납 등 신용관련 정보 잘 챙겨야 회사원 김모(41)씨는 작년 초 실수로 대출이자를 연체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턱 막힌다. 당시 김씨는 A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매달 50만원씩 납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1월에 통장을 바꾸는 과정에서 날짜를 착각해 10일 늦게 이자를 냈다. 김씨는 돈을 손에 쥔 상태에서 '단기 연체자'가 됐고, 신용등급은 3등급에서 3계단 추락, 6등급이 됐다. 그 뒤로 연체 한 번 안 했지만 1년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김씨의 신용등급은 6등급 그대로다. 김씨는 "이젠 추가 대출을 받으면 전보다 이자를 훨씬 많이 내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개인 신용이 돈과 직결되는 세상이다. 신용등급에 따라 신용대출의 이자율이 달라지고, 자동차 할부금리, 신용카드 한도도 달라진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낮아져도 연 1~2%포인트 더 주는 은행 저축 상품을 찾아다닌 노력이 물거품 된다. 반대로 신용등급 관리만 잘해도 웬만한 재테크를 능가한다.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 14%p 차이
KCB(코리아크레딧뷰로) 자료에 따르면 신용등급에 따라 은행 창구에서 받는 대출 금리가 최대 연 14.6%포인트까지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KCB가 지난 4월 한 달간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 회원들의 평균 이자율을 집계한 결과, 최상등급인 1등급은 연 6.66%로 돈을 빌릴 수 있었지만, 최하등급인 10등급은 연 21.32%의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했다. 중간등급(4~6등급) 내에서도 4등급의 대출금리는 연 11.89%, 6등급의 대출금리는 15.21%로, 두 등급 간에 연 3.32%포인트나 차이 났다.
이는 3660만명의 개인 회원 중 4월 한달 간 시중은행·카드사·저축은행 등 1286개 금융기관을 통해 거래한 내역을 집계한 것이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제도권 대출과 멀어지며, 대부업체를 이용할 경우 금리는 연 49%로 치솟는다.
상·중 등급(1~6등급) 내에서도 금리 차는 여전하다. 일례로 A은행의 신용대출상품은 연 5.3~9.6% 금리를 적용하는데 그 은행과의 거래실적도 중요한 변수로 반영되지만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가장 큰 기본 잣대는 신용등급이다.
신용카드사들 역시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에 대해서는 현금서비스·카드론·할부수수료 이자율을 높게 매긴다. B카드사의 경우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고객에게는 원칙적으로 신규 카드 발급을 제한한다. 자동차 할부, 마이너스 통장 대출도 마찬가지.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 차가 최대 연 10%포인트를 넘는다. 심지어 3개월 이상 연체해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로 은행연합회에 등록되면 취업 등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평가하는 신용등급
신용등급은 개인의 신용도를 점수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KCB, 한신정(NICE), 한신평정(KIS) 등 3개 기관이 주로 개인 신용등급을 평가한다. 이들 개인신용정보회사들은 은행연합회에 모이는 각종 금융회사 정보를 받아서 가공한 뒤, 수수료를 받고 금융회사에 이 데이터를 제공한다. 금융회사는 대출 여부, 금리 결정 등에 이를 활용한다.
KCB를 기준으로 현재 국내 신용평가 대상자는 3660만명이다. 이들의 금융회사 대출 정보, 연체 정보, 카드 사용액 등이 집계되며, 통신비 연체, 세금 미납 정보도 수집된다. 신용거래와 관련한 총 4000여 가지 변수가 신용등급 산정에 동원된다.
신용등급은 크게 상위등급(1~3등급), 중간등급(4~6등급), 하위등급(7~10등급)으로 구분된다. 상위등급은 연체가 거의 없고, 대출을 단기로 이용하며, 신용카드도 오랜 기간 꾸준히 사용한 경우다.
중간등급은 과거 연체 경험이 있고 대출액이 많은 편이며, 하위등급은 연체 경험이 많고 신용거래 실적이 저조한 경우로 '저신용자'라고도 부른다. 신용정보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 기준을 쓰기 때문에 똑같은 사람도 신용정보 회사마다 신용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
금융회사들이 신용등급에 따라 이자율을 달리하는 이유는 연체율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KCB 자료에 따르면 신용등급 1등급인 경우, 향후 1년간 연체할 가능성이 1000명당 1명에 불과하다. 반면 10등급인 경우, 같은 기간 연체 가능성이 1000명당 645명이나 된다. 금융회사들은 연체에 대한 대가 차원에서 이자율을 높게 매기는 것이다.
◆신용등급 관리 어떻게
신용정보 회사들은 신용정보에 따른 카드 발급 상황, 대출 상황, 신용등급 변동 등을 종합 관리해 주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1년 단위 또는 월별, 횟수별로 필요한 상품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KCB는 홈페이지(http://allcredit.co.kr)를 통해 본인 신용등급에 따른 시중은행 대출이자를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신정(http://mycredit.co.kr)은 타인 동의하에 남의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가동 중이다. 한신평정(http://creditbank.co.kr)은 가족 신용 관리와 신용회복프로그램 컨설팅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연체 방지를 위해 자동 이체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한다. 또 신용카드는 오래 사용한 것을 유지하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신용거래 기간이 길수록 신용등급이 좋은데, 오래된 신용카드를 잘라 버리면 거래 기간이 축소돼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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