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의 맛과 멋.
할배라고 맛과 멋이 없는 줄 아슈?
할배의 은은하고 넉넉한 맛이 없었더라면 싱그러운 젊은 맛이 느껴질까요?
우리 앞 집엔 요즘 젊은이들의 울퉁불퉁한 맛이 봄 맞이를 하는듯 스치는 할배의 눈길을 하루에도 수 없이 잡아챕니다.
딱 벌어진 어깨 불쑥 나온 젖가슴 왕자형 배 터질 것 같은 허벅지 상체 흔들릴까 봐 단단히 받치고 있는 종아리 바라보는 눈길엔 추억이 달려옵니다.
내 젊은 시절엔 한겨울에 웃통 벗고 냉수마찰로 젊음을 내어 보일 때 얼마 전 천국 가신 어르신께서 젊은 멋이 맛있게 보인다고 했었답니다.
세월 지나 할배의 모습으로 변한 요즘 격세지감에 긴 한숨을 몰아쉬다 세상살이도 때가 있는 법이거늘 어찌 한탄하고 부러워만 하랴.
이젠 늙음의 멋과 맛으로 단장하자.
너 늙어봤니? 나 젊어 봤다.
그때와 지금은 비교가 안 되지만 남녀 간에 그리움의 연서를 적어 사랑한 이의 답서를 기다리며 우체부의 발길이 당도하길 기다렸던 그 애절한 맛.
지나고 보면 참고 기다리며 불쑥 내뱉지 않고 콩닥거리는 마음 숨기며 산너머 사랑님 나타나길 기다린 그때의 맛 진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걷고 뛰었던 그때의 밑바탕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윤기 나고 저 싱싱한 젊은 맛이 있을 수 있겠는지요?
그러나 현실은 비켜갈 수 없다는 현실 주의자들의 조언대로 꼬리꼬리한 할배의 맛 남기지 않으려 씻고 말리고 다듬으며 열심히 살아갑니다.
좀 더 깊고 농익은 맛으로 은은하고 근사한 멋으로 삶을 담금질합니다.
어떡해?
잠재된 숨은 맛과 멋 찾아내기랍니다.
왕년의 금송아지 자랑은 한물갔으니 시답지 않고 지금도 내겐 금송아지 보다 은은한 은송아지가 대체할 빛깔로 남아있다고 은근한 맛을 낸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