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도시(행정도시) 본격 착공이라는 호재에도 시장은 꽁꽁 얼었네요. 전화문의도 거의 없어요.”
‘세종’으로 명명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20일 첫 삽을 떴지만 인근 지역 부동산시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강력한 호재에도 시장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행정도시 착공은 이미 예고된 것인 데다 완공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예정이어서 시장 반응도 시큰둥하다는 것이다.
시장 침체 앞에선 대형 호재도 맥 못춰
실제로 대전ㆍ연기군 조치원읍ㆍ청주ㆍ청원군ㆍ공주시 등 행정도시 인근 지역에선 세종도시 착공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값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보합 장세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002년 12월 수도 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크고 작은 호재에도 충청권 부동산시장이 들썩거렸던 것과는 딴판이다.
토지시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행정도시 인근의 거의 모든 지역이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외지인들의 투자가 사실상 어려워진 까닭이다.
행정도시의 아파트 분양가가 낮을 것이라는 예상도 충청권 집값 약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행정도시 분양가가 ㎡당 200만원(평당 660만원) 가량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예상 분양가는 배후 도시인 대전 노은지구 아파트 값(㎡당 280만원 선)보다도 훨씬 낮은 것이다.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복등공인 관계자는 “인근에 도로 하나가 건설되어도 주변 집값이 영향을 받는데, 행정도시 공사 시작이라는 매머드급 호재도 부동산시장의 침체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이 워낙 얼어붙어 매수세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데다 일부 지역에선 공급 과잉 현상도 있어 당분간 약세 장세는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뚝‘ 끊긴 거래…매매시장 잠잠
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지난 주 충청권 아파트 값은 0.04% 오르는 데 그쳤다. 행정도시 주변의 지역 집값도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매수세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거래도 거의 끊긴 상태다.
행정도시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대전지역 아파트 시세는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 주 아파트 값은 변동률 제로(0.00%)를 나타냈다. 특히 유성구와 서구를 중심으로 중대형 아파트는 매물 적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추가 하락 기대감에 매수세가 끊겨 한 달에 한 건도 거래하기 힘들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유성구 전민동 엑스포 2단지 188㎡(57평형ㆍ복층)는 일주일새 1500만원 내려 3억2000만~3억3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했다. 지족동 5단지 운암 158㎡(48평형)도 3억8000만~4억8000만원으로 500만원 내렸다. 6단지 현대 2차 112㎡(34평형) 역시 1000만원 가량 빠져 2억2000만~2억8000만원 선이다. 지족동 H공인 관계자는 “행정도시 후광효과에 편승해 최근 몇 년새 공급물량이 급증하면서 기존 아파트 시장도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고 전했다.
“계약 한 건도 못해 중개업계도 죽을 맛”
대전 서구 둔산동 녹원 102㎡(31평형)는 1억7000만~2억3000만원으로 이달 중순 이후 250만원 내렸다. 만년동 강변 122㎡(37평형)는 보름 새 500만원 내려 1억9000만~3억원 선이다. 서구 둔산동 꿈나무공인 이근숙 사장은 “워낙 시장이 얼어붙다보니 행정도시 본격 건설이라는 호재에도 빛을 못보고 있다”며 “이달 들어 계약을 한 건도 못한 업소가 30%를 넘는 등 중개업계도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행정도시와 가까운 연기군 조치원읍 아파트 매매시장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서 그나마 인기 단지라고 하는 죽림푸르지오 109㎡는 1억6000만~1억7000만원 선으로 분양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132㎡도 2억~2억1000만원으로 올 5월 입주 이후 가격 변동이 아예 없다. 조치원읍 이순이공인 이순이 사장은 “매수 문의가 뚝 끊겨 거래 공백이 길어지자 급한 매도자들이 추가로 가격을 더 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급매물에도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고 전했다.
청주지역 아파트 매매시장도 거래가 끊기기는 마찬가지다. 청주 아파트 값은 지난 주 0.03%오르는 데 그쳤다. 66~99㎡(20평형대)가 소폭 오르고 있을 뿐 이보다 큰 면적의 아파트는 보합 내지 하락세를 나타냈다.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우성1차아파트 92㎡(28평형)는 8500만~9000만원 선으로 일주일 전보다 400만원 가량 내렸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청주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지 몇 개월이 지났는 데도 아직까지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있는 단지가 수두룩한데, 기존 아파트 값이 오를 리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행정도시 예정지 인근 공주시 일대 부동산시장도 세종시 건설에 따른 수혜 없이 썰렁한 분위기다. 이곳 아파트 값은 몇 개월째 꼼짝하지 않고 있다. 신관동 신관주공4단지 76㎡(23평형)는 8000만~8700만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50만~100만원 가량 하락했다. 소형평형 물량이 많아 꾸준히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현지 중개업소에선 주택담보 대출 규제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아파트 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내집 마련을 미루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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