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서 1000억대 손실난 곳도…금리 발작에 시장은 패닉
[금리발작 공포]②
50bp 상승 시 증권사 채권평가 손실 9000억
손실한도 넘자 운용중단…옴짝달싹 못해
금리 치솟자…A급 이하 비우량 기업 외면
‘금리발작’에 국내 채권 시장 참가자들이 소위 멘붕에 빠졌다. 예상 밖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단기간에 폭락하다 보니 손 쓸 겨를도 없이 손실구간에 진입한 상황이다. 일부 증권사는 보유한 채권의 평가손실과 매매손실이 1000억원대를 넘어서 한도에 다다랐고 규정에 따라 운용중지가 발동된 상황이고, 모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반성문을 썼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회사채 발생시장에서는 비우량 등급을 외면해 기업들 자금조달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금리 발작에 대규모 채권평가 손실
18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평가대상 증권사 28개사의 헤지 후 듀레이션(투자자금 회수기간)은 작년 9월말 기준 평균 약 0.7년으로, 장단기 금리가 50bp(1bp=0.01%포인트) 오를 경우 증권사 채권평가 손실 규모는 약 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99%로 3%에 바짝 다가섰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798%였지만 이달 들어 가파르게 상승, 지난 11일에는 3.186%로 2012년 7월11일 이후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들어 100bp 이상 껑충 뛴 것이다. 한신평 가정에 올해 금리수준을 대입해보면 증권사 채권평가손실은 2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 압력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채권 금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자본시장에서의 가치 평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채권금리가 급등하자 ‘채권 대학살’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채권 대학살은 1994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습 금리인상에 나서 채권금리가 한해동안 200bp 이상 급등하면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줬던 상황을 말한다.
실제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채권손실 한도에 도달해 운용 중지 지시를 내렸고 일부 대형 증권사는 800억~1200억원까지 평가손실을 기록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숏(매도) 전략을 통해 일부 이익을 본 증권사도 있다고 하나 대부분 평가손실을 메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겪어보지 못한 금리 급등으로 섣불리 포트폴리오 교체에 나설 수도 없어 손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올해 증권사 실적에도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한신평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작년 1분기 평균 1.039%에서 1.865%로 꾸준히 올랐고 채권운용손실은 1466억원에서 5820억원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현재는 조단위 손실도 전망되는 상황이라 올해 1분기 주요 증권사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50% 가까이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한다.
NH투자증권(005940)의 경우 연초에 전망했던 1분기 영업이익이 2670억원이었으나 현재는 1752억원까지 줄었고,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3.2%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연초 2650억원에서 2377억원으로 10.3% 하향조정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때보다 39.5% 감소한 수준이다.
이준행 서울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 말부터 꾸준히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이 나왔고 올해도 비슷한 상황”며 “금리 상승 시 듀레이션(채권의 원금 회수 기간) 조정으로 포트폴리오를 교체해 가격 변동을 방어하지만 급격한 금리 상승에는 손실을 피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회수 작업은 필요한 상황이나 급격한 금리 상승이 문제”라며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금리가 올라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치솟는 금리에…비우량 기업 외면
치솟는 금리에 회사채 발행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A등급 이하 비우량 기업의 경우 아예 발행에 나서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공모 무보증사채 수요예측은 총 145건, 12조3000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8000억원(6%) 감소했으며 기관투자가 경쟁률은 225%(27조7000억원 참여)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300%포인트나 줄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국내외 금리 인상과 통화긴축 기조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 시장 불확실성 확대가 맞물려 기관투자가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전년 동기에 발행사 신용등급에 구애받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신용등급별 AA등급 이상 우량채는 8조9000억원 예측에 21조9000억원(경쟁률 246%)이 참여해 견조한 수준을 보였으나, A등급은 2조8000억원 예측에 4조7000억원(경쟁률 170%)이 참여했다. A등급의 경우 작년 1분기 2조5000억원 예측에 18조2000억원이나 참여해 수요예측 경쟁률이 718%에 달했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금리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AA등급 대비 유동성이 떨어지는 A등급의 메리트가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금리를 보면 AA급은 민평금리 대비 +10~+20bp 수준에 수요가 몰리는 반면 A급은 +30~+40bp로 높은 수준에 응찰한다. 절대금리가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A등급에서는 수요예측 미달로 기관의 외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NS쇼핑(신용등급 A0)의 경우 3년물 900억원 모집에 200억원의 자금만 몰리면서 700억원이 미달되기도 했다.
지난 15일에 수요예측을 진행한 삼척블루파워(신용등급 AA-, A+)의 경우 3년물 1800억원 모집에 전량 미매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비우량 등급 기업들은 발행을 미루고 있다. 일례로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신용등급 BBB0, BBB-)의 경우 오는 20일 최대 800억원 규모의 공모채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발행에 나서려 했으나 일정을 미룬 상태다.
한 증권사 DCM 담당자는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상환을 위해 공모채 발행에 나서려 해도 시장 외면에 주저하는 상황”이라며 “비우량 기업들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2022.04.19.
첫댓글 회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