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535
천자문152
동봉
0525굴레 륵勒
0526비석 비碑
0527새길 각刻
0528새길 명銘
러베이커밍勒碑刻铭Lebeikeming
(꾀한공적 무성하고 충실해지자)
-비석위에 명을새겨 찬미했으니-
0525굴레 늑/륵勒
평소 예상을 깨고 부수가 힘 력力입니다
왜냐하면 대개 '변'이 왼쪽에 있고
소릿값이 오른쪽에 놓이는 까닭입니다
부수 중에는 힘 력力 자도 있지만
가죽 혁革 자 부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부수 힘 력力 자가 소릿값이고
가죽 혁革 자가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가죽 혁革 자는 '가죽' 외에
가죽의 총칭,가죽 장식, 갑옷
피부, 북=팔음의 하나, 괘의 이름, 날개
늙다, 날개를 펴다, 털을 갈다, 고치다
쇠 모자=투구 등은 '혁'이라 발음하고
중重해지다, 위독해지다, 엄하다, 심하다
지독하다, 빠르다 라고 할 때는
소릿값이 '혁'이 아니라 '중해질 극革'입니다
이 때는 '중해질 극䩯'자와 같은 것입니다
혁革 자에 굴레 륵勒의 뜻이 들어있지만
다시 보면 '굴레 륵勒' 자에는
마소의 머리에 씌워 고삐에 연결한 물건으로
굴레를 비롯하여 마함馬銜이 있습니다
마함이란 재갈의 뜻이지요
'재갈 물리다' 할 때의 그 재갈인데
말 입에 가로 물리는 가느다란 막대입니다
또한 다스리다, 정돈하다, 억지로 하다
강제하다, 억누르다, 묶다, 졸라매다
새기다, 파다 등과
장차 1겁 뒤에 이 세상에 출현하여
용화龍華의 세계를 연다는
미륵보살을 두고 일컫는 말입니다
여기서는 늑비각명勒碑刻銘 4글자가
모두 움직씨 '새기다'의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늑공勒功 : 돌 위에 문자로 공적을 새기다
늑교勒巧 : 돌 위에 문자로 정교하게 새기다
늑명勒銘 : 명문銘文을 새기다
늑비勒碑 : 명문을 돌에 새기다
늑석勒石 : 돌에 글자를 새기다
불제자라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금까지 굴레 륵勒 자를 단 한 번도
'굴레 륵勒' 자로 새겨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 뭐라 새겼을까요
맞습니다
'미륵 륵勒 자로 새기고 있습니다
미륵彌勒이란 미륵보살의 준말입니다
또한 돌부처를 미륵이라고도 하지요
미륵불, 미륵보살과 관련된 용어
몇 가지 올립니다
미륵좌주彌勒座主
당래교주當來敎主
당래도사當來導師
당래미륵當來彌勒
미래불未來佛
미륵彌勒
미륵보살彌勒菩薩
미륵불彌勒佛
미륵자존彌勒慈尊
보살菩薩
보살승菩薩僧
용화교주龍華敎主
자씨慈氏
자씨미륵보살慈氏彌勒菩薩
자씨보살慈氏菩薩
자씨존慈氏尊
자씨존자慈氏尊者
자자慈子
0526비석 비碑
돌 석石 부수에 낮을 비卑가 소릿값입니다
예로부터 선돌立石이라 하였습니다
궁궐이나 사당 앞에 세운 돌로서
해 그림자를 관측하거나
개나 말 등 짐승을 묶어두는 데 쓰였습니다
비석은 처음부터 비석이 아니었지요
우리가 생각하는 비석의 개념은
망자를 위한 비석이 있고
살아있는 자를 위한 비석이 있습니다
망자를 위한 비석은 이미 아는 사실이고
살아있는 자를 위한 비석은
송덕비頌德碑, 기념비紀念碑가 있고
사적비事積碑, 표지석標識石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국보나 보물, 문화재 앞에
그들 문화재를 표시한 표지석이 비석이지요
일주문 앞의 하마비下馬碑도 비석이고
청사 앞 돌에 새긴 도로원표도 비석입니다
우리나라는 비석의 나라입니다
어딜 가나 비석에서 시작하여
비석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외고 다니는 한시가 있습니다
명심보감 성심편省心篇에 나오는
지랑시擊壤詩Jirangshi 한 편입니다
평생부작추미사平生不作皺眉事
세상응무절치인世上應無切齒人
대명기유전완석大名豈有鐫頑石
노상행인구승비路上行人口勝碑
평소에 눈썹 찌푸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세상에서는 이를 갈 사람이 없을 것이다
큰 이름을 어찌 완고한 돌에 새길 것이랴
오가는 이들의 입이 비석보다 나으니라
'만구성비萬口成碑'라는
고사성어가 주는 느낌은 한없이 큽니다
아인슈타인 박사가 비석 덕분에 유명한가요
에이브라함 링컨의 비석이 유명하던가요
원효성사가 비석으로 알려졌습니까
세종대왕이 성군으로 존경받고
충무공이 겨레의 성웅으로 추앙받는 것이
그들을 찬미한 비석 덕분이 아닙니다
비석 이전에 백성들을 위해 나라를 위해
온 몸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비석 비碑 자에 담긴 뜻은
돌石은 돌이로되 가장 낮은卑 돌입니다
낮다는 것은 높이가 낮아서가 아니라
평평하여 주위의 높이와 잘 어울림입니다
한 마디로 낮춤卑 돌石이 비석碑입니다
비석에 새겨진 남의 덕을 칭송하면서
거기서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짐입니다
그뿐입니다
만구승비萬口勝碑입니다
수많은 사람의 칭송이 비석보다 낫습니다
만구성비萬口成碑입니다
수많은 사람의 칭송이 비석을 이룹니다
0527새길 각刻
생명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게 있다면
많은 것을 들 수 있겠지요
입을거리衣
먹을거리食
쉴 곳住과 함께
배설할 수 있는 시설도 있어야 하고
이동 수단車
누릴거리文
즐길거리樂
그리고 사랑도 나누어야 하겠지요
무엇보다 교류의 기호 언어가 있어야 합니다
돈도 있을 만큼 있어 불편함이 없고
지위도 나름대로 높아 남을 시킬 수 있고~
자녀들도 잘 자라 저들 앞가림은 하고
교우관계도 나름대로 원활합니다
그러면 이것으로 끝일까요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모든 게 다 있다 하더라도
우주가 없다면 말짱 헛것이 되고 맙니다
우주는 시간과 공간이고
시간과 공간이 유지되게끔 하는
눈에 보이는 별들의 세계와 물질과
보이지는 않지만 더불어 작용하는 에너지
이들을 떠나서는 말짱 도루묵입니다
새길 각刻 자는 시간 개념입니다
마치 시간 념念 자처럼 시간의 개념입니다
새길 각刻 자는 선칼도방刂 부수에
열두째 지지 해亥 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십이지지 가운데 첫째 지지가 자子고
해亥가 결국 맨 마지막입니다
마지막이란 앞의 11개 지지를 다 거두어
한 품에 끌어안는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12지지地支는 12시각時刻이며
12시각은 하루의 총체입니다
1시간은 120분이고 1각은 15분입니다
곧 한 시간은 8각으로 되어있는데
지금은 세계가 공인된 도량형을 쓰고 있지요
그러므로 이른바 미터법에 따라
1시간은 60분이고 60분은 곧 4각입니다
정각과 정각 사이 30분을 '반'이라 합니다
우리만 '세 시 반', '네 시 반' 하는 게 아니라
중국인들도 15분을 이커1刻yike
30분을 빤半ban
45분을 싼커3刻sanke라 읽습니다
우리 속담에 '일각이 여삼추'라 하지요
한문으로는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인데
마음 깊이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의 표현입니다
1각 15분,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지루할까
15분이 3년 같다면 길게 느껴짐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있다면
3년이 15분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기다리는 마음은 너무 더디 가고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갑니다
아인슈타인 박사가 밝힌 상대성 이론은
이처럼 간절한 기다림의 마음이고
함께 하는 시간의 아쉬움일 것입니다
아무튼 우리는 시간없이는 살아갈 수 없고
여전히 공간 없이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 한 축이 시간의 개념이고
그 시간을 개념화시켜 이해하게 함이
이른바 각刻이고 시각時刻입니다
시간은 인지되지 않습니다
인지되는 것은 시간이 아닌 시각입니다
불교의《관음시식문觀音施食文》중에
꽤 중요한 공양송供養頌 대목이 나옵니다
-----전략前略-----
돈사탐진치頓捨貪嗔痴
상귀불법승常歸佛法僧
염념보리심念念菩提心
처처안락국處處安樂國
시나브로 탐진치 삼독을 버리고
언제나 불법승 삼보에 돌아가면
시간시간이 그대로가 보리심이고
공간공간 그대로가 안락국이니라
#《釋門儀範》卷下74쪽
처처가 공간이라면 염념은 시간입니다
처처를 공간으로 풀이하면서
염념을 생각생각으로 푸는 것은 잘못입니다
번역의 세계가 너무 자그마합니다
내가 인식하거나 말거나
내가 느끼거나 말거나
산소가 있어 생명의 유지가 가능하듯
생각생각과 관계없이 공간이 안락국이라면
시간시간도 그대로 보리심입니다
생각생각 인식할 때는 보리심이고
생각생각 느끼지 않을 때는 비보리심이 아니라
느끼든 안 느끼든 산소는 산소이듯이
생각생각과 상관없이 시간은 여일하지요
따라서 염념을 생각이라는 작은 개념이 아닌
시간의 개념으로 읽고 이해할 때
공간인 처처와 대칭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쇠붙이에 새기는 것을 루鏤라 하고
나무에 새기는 것을 각刻이라 합니다
0528새길 명銘
한문 문체文體Genre의 한 가지로서
운韻Rhyme을 집어넣어
4자를 한 짝으로 하여 구句를 이룹니다
2구가 한 대련이 되어 서술하는데
주로 자기자신을 경계하거나
남의 업적이나 사물의 내력을 찬양하지요
그리고 이런 내용을 책으로 펴내거나
금석金石 그릇 비석 등에 새기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어느 비석의 비문을 보더라도
<ㅇㅇㅇ비명병서碑銘竝序>로 되어있습니다
비명碑銘은 산문체의 지루한 서문이 끝난 뒤
끝에 붙이는 4자씩으로 된 운문체입니다
이《천자문》이 몇 자씩인가요
그렇습니다
모두 4글자 씩입니다
따라서 천자문은《千字銘》이 맞습니다
새길 명銘 자는 쇠 금金이 부수이고
이름 명名 자가 소릿값입니다
여기에는 '새기다'외에 기록하다
조각하다, 명심하다=마음에 새기다
금석에 새긴 글자, 문체 이름 따위입니다
어라! 내 이름은 어디에 새기지
내 시간 시간의 삶에 새길까보다
그럼, 내 삶은 어디에 저장하지
시간의 벗 우주에 저장할까보다
06/18/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첫댓글 기포스님~!!
오늘도 멋진 천자명과 함께 하루를 시작합니다
천자명 감사합니다
명심보감 성심편 지랑시ㅡ
오가는 이들의 입이 비석보다 나으리라~
깊이 새겨야 할 글입니다
《관음시식문》공양송 중에
염염보리심 처처안락국
*시간시간이 그대로가 보리심
공간공간 그대로가 안락국이느라
기포스님 ~!!!
염염보리심 처처안락국을ㅡ
지금까지 기포스님처럼
시방세계시간과 공간을
이렇게 장엄하고 멋있게 해석한 글을
본적 없습니다
참으로 멋있습니다
최고십니다
문수보살의 화신이 아니신지요~??
한가한 토요일 아침입니다.
법문 중
만구승비萬口勝碑입니다.
수많은 사람의 칭송이 비석보다 낫습니다.
만구성비萬口成碑입니다.
수많은 사람의 칭송이 비석을 이룹니다.
명심보감 성심편 지랑시ㅡ
오가는 이들의 입이 비석보다 나으리라
가슴에 와 닿습니다.
버스로 첫째 용산 도서관 역시 수업 인솔하고 남산을 돌아서 집으로 걸어가는 중입니다.
북두칠성 수련 발견!
이갑수 거사님 수련 사진이 참 시원스럽습니다 ㅡ 정말 북두칠성이군요
아조동 스님.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