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격전지 마리우폴의 아조프스탈(아조우스탈) 공장에서 항전하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사흘째 무기를 버리고 공장 밖으로 걸어나왔다. '임무를 완수했으니 살아남을 것을 지시한(?)' 군 최고지도부의 명령에 따라 아조프스탈 공장 밖으로 대피(?)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8일 "지난 24시간 동안 부상자 29명을 포함, 694명이 밖으로 나와 항복했다"며 "16일 이후 사흘간 투항자는 모두 959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51명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노보아조프스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투항자들은 마리우폴시를 방어하던 우크라이나군과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단체 '아조프', 현지 내무부 산하 경찰병력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국방부, 하루동안 아조프스탈에서 694명이 포로로 잡혔다고 밝혔다/얀덱스 캡처
밖으로 나온 투항자 중에는 우크라이나군 중간 간부도 일부 포함되어 있으나, 아조프스탈 저항군을 이끌던 데니스 프로코펜코 부대장과 스뱌토슬라프 팔라마르 부부대장, 세르게이 볼린스키 등 주요 고위 지휘관은 아직 투항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DPR의 수장 데니스 푸실린은 "아조프스탈에는 약 2천 명의 우크라이나군이 있었다"며 "아직 반 이상이 거기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백기를 들고 나온 투항자 중 눈길을 끈 사람은 긴머리의 한 여성 지휘관. 자신을 타마라 미로쉬니코바로 소개한 이 여성은 2018년부터 '아조프 부대'에서 '화학자(전문가)'로 근무했다고 말했다. 아조프스탈에서의 임무는 정찰용 장갑차(BMP) 조장.
투항한 우크라이나 여군/유튜브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녀는 러시아어 질문에 우크라이나어로 "3057 부대 소속"이라며 "(타고 다니던) 장갑차량은 아조프스탈 안에 있으나 폭격을 받아 움직이지 못한다"고 밝혔다. 3057부대는 아조프 부대를 뜻한다. 투항자들은 대부분 '아조프'라는 단어를 아예 쓰지 않았다고 한다. 아조프 부대에 대한 러시아측의 전쟁 범죄 단죄를 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투항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상대로 돈바스 지역에서 민간인 대상 범죄 행위에 참여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푸쉴린 DPR 수장은 또 우크라이나군의 저항 거점으로 이용된 마리우폴 산업단지내 '아조프스탈'과 '메트콤비나트' 공장은 철거하고, 그 자리에 (IT 기업들을 위한) 테크노파크, 혹은 도시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산업단지에 있는 일리치 공장은 복구할 계획이다.
현지 인플루언스 솔로비요프가 마리우폴의 '일리치 공장' 앞에서 방송을 하기전에 올린 사진/텔레그램 캡처
◇ 우크라 두줄 뉴스-18일
-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조프스탈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철수하는 데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항자는 모두 국제법에 따라 정당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러시아군이 장악한 자포로제주(州) 소재 원자력발전소(자포로제 원전)의 전력을 우크라이나가 원하면 팔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러시아의 사용 용도로 운용할 것이고 마라트 후스눌린 부총리가 밝혔다. 자포리제 원전은 유럽 최대 규모로,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 생산의 4분의 1을 담당해 왔다.
후스눌린 러시아 부총리, 자포로제 원전 가동 계속한다/얀덱스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계엄령을 25일부터 3개월간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
-터키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협상 시작에 반대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나토 회원국 대표들이 두 나라의 가입 협상을 시작했으나, 터키의 반대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터키는 두 나라의 가입 조건으로 러시아 방공시스템 S-400 구매에 대한 나토의 제재 해제, 쿠르드족(반군) 공격에 대한 유럽 회원국들의 2019년 무기 금수 조치 해제, 미 F-35 전투기 프로그램 참여를 불허한 미국의 조치 해제 등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나토 가입 신청서를 낸 스웨덴 대표단은 트위터에 "역사적인 날!"이라고 썼다.
- DPR 수장인 데니스 푸실린은 러시아로 피란한 주민들의 조기 귀국을 만류했다. 그는 "고향으로 귀환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많은 지역이 적의 공격 위협 하에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레이저 무기/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유튜브
-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한때 최신형 첨단무기로 소개한 레이저 시스템 '자디라'를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사용중이라고 유리 보리소프 부총리가 밝혔다. 그는 '자디라' 레이저 시스템은 사정 거리 최대 5km로, 적의 각종 공격용 드론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러시아 외무부는 주러 프랑스(34명), 스페인(27명), 이탈리아(24명) 외교관을 추방했다. 앞서 이들 국가가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약 300명을 추방한 데에 대한 대응 조치다.
- 러시아 관계 당국으로부터 계좌를 압류당한 구글의 '러시아 법인'이 파산을 신청했다. 이 회사 대변인은 "은행 계좌의 압류로 현지 직원들의 급여와 거래처 대금 지급 등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됐다"며 파산을 신청했다.
구글의 러시아 자회사(법인), 파산 절차에 들어가/얀덱스 캡처
- 러시아 소셜네트워크(SNS)인 브콘닥테(VK)는 러시아 앱스토어(RuStore)의 베타 버전을 발표했다. RuStore는 향후 러시아 스마트폰에 의무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지식 포럼에서 "미국이 러시아의 국채 원리금 상환을 차단한다면, 루불화로 채무를 상환할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돈이 있으며, 어떤 경우에도 디폴트를 선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당초 미국 채권자에 대한 러시아의 국채 원금·이자 상환을 오는 25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조치를 연장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알렉산드르 판킨 러시아 외무차관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비료에 대한 국제사회의 금수 조치를 해제하는 대신,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을 허용하자는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제안에 대해 "현재 고려 중인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 국제체조연맹은 “연맹 산하 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 월드컵에서 (러시아군의 승리를 뜻하는) ‘Z’자를 착용한 러시아 체조 선수 이반 쿨리악을 연맹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중징계했다”고 밝혔다. 그의 도하 대회 성적을 무효로 하고, 획득한 동메달과 상금 500스위스프랑(약 64만원)을 연맹에 반납할 것을 요구했다. 또 연맹 주관 대회와 연맹 가맹국이 주최하는 대회에 1년간 참가할 수 없도록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