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씩만 만나 줍니다 - (그러면 연인은)보고 싶어 죽습니다 … 한밤중에 아프다고 땡깡을 부립니다 -(그러면 연인은)안타까워 죽습니다.
<연인을 죽이는 법>이라는 인터넷 유머다. 『멸치』라는 소설에선 외삼촌이 떼를 스는 주인공을 이렇게 꾸짖는다.
“니 또 댕깡 부릴라 카나?”
그러면 주인공은 외삼촌에게 대든다.
“내가 언제 땡강 부리드노?”
‘땡깡’이라…. 모르고 썼겠지 싶으면서도 이 말을 가진 뜻을 생각하면 뒷맛이 쓰다.
‘땡강’은 우리 사전에 없는 말이다. 일본말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癎病’으로 쓰고 ‘뗑깡’으로 읽는다. 뜻은 ‘간질병’, 속된 말로는 ‘지랄병’이다.
그러니 떼를 쓰는 손자를 보며 “아이고, 이놈이 또 땡깡 부리네”를 연발하는 할아버지께서 이 말이 어떤 뜻인지를 알고 쓴 것은 아닐 것이다. 일본만 ‘간질병’이 어떤 길을 거쳐 우리나라에서 ‘생떼’나 ‘투정’으로 자리 잡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없애야 할 말임은 분명하다.
부산의 어느 모임이 지난 2000년에 펴낸 『부산 사투리 모음집』과 2003년에 펴낸 『부산사투리 사전』에 ‘소란스럽게 난동을 부리는 것’이란 뜻풀이와 함께 땡깡을 ‘부산 사투리’로 올려놓았다.
이런 일본말 찌꺼기, 뜻이 바뀌고 뒤틀린 이런 말도 부산 사투리라면 별로 사투리를 사랑하고 싶지 않은 마음마저 든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