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공격이 계속되는 팔레스타인 자치구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에 대해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시시각각 심각해지고 있다며 사회질서가 붕괴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유엔에 따르면 현지에서는 쫓겨난 주민 수천 명이 지원물자 창고에 침입해 밀가루와 위생용품 등을 빼앗는 사태를 빚고 있다. 통신망은 27일 밤부터 차단돼 29일 오전까지 복구된 것은 일부에 국한돼 있다.
유엔의 세계식량계획(WFP)도 지원물자 일부가 도난당한 사실을 인정하고, 기아 확산에 우려를 나타냈다. 압둘자벨 WFP 팔레스타인 사무소 대표는 "주민들이 희망을 잃고 시시각각 내몰리고 있다는 증거다. 사람들은 굶주리고 고립돼 지난 3주 내내 폭력과 엄청난 고난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제사업기구(UNRWA) 가자지구 책임자 화이트 씨도 질서 붕괴 조짐에 우려를 표하며 주민들은 공포와 불만, 절망감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이트 씨는 또 가자 북부에서 피난통고를 받은 다수의 주민들이 남부로 이동하면서 지역사회에 큰 부담이 되고 공공서비스가 붕괴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스라엘군은 29일 북부 주민들에게 대피를 서두르라는 새로운 통고를 내렸지만 지구 내 통신망이 두절돼 대피통고가 어디까지 전달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RCS)에 따르면 지금까지 가자지구와 이집트 경계에 있는 라파 검문소를 통과한 지원물자 트럭은 모두 94대 안팎. 29일에는 식량과 의료용품을 실은 10대가 가자에 들어갔다.
이스라엘군 하갈리 대변인은 29일 SNS에 올라온 비디오 성명에서 이집트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적 노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상세하게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가자지구의 물자 부족을 부인해 왔다. 유엔은 물자 반입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인도적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가자지구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하마스의 지난 7일 기습공격 이후 이스라엘 측에서는 1400명 이상이 사망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가자지구의 정보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795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고 2만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공습에 더해 본격적인 지상작전을 개시하고 있다. 지상부대는 경계에서 3km 남짓 가자 쪽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공개한 비디오를 CNN이 분석했다. 28일 촬영된 비디오에는 병사들이 가자 측 호텔 옥상에 이스라엘 국기를 세우는 장면이 담겼다.
이스라엘군은 29일 성명에서 최근 24시간 하마스 사령본부와 감시탑, 미사일 발사장 등 450여 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PRSC에 따르면 가자시에서는 29일 시내 두 번째 규모의 알쿠즈 병원 시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알쿠즈 병원에는 수백 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고 1만 2000여 명의 주민이 대피해 있다.
PRSC는 이스라엘군이 이 병원 의료진과 실향민, 환자들을 퇴거시키기 위해 인접 건물을 노렸다고 분석했다.
병원 책임자가 29일 저녁까지 병원 주변이 세 차례 공격을 받았다고 CNN은 전했다.
PRSC는 29일 오전 이스라엘로부터 경고를 받고 이 병원에서 즉시 대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테드로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환자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대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병원에는 3주 전부터 거듭 경고해 왔다고 주장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칸 주임검사는 2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민간 시설을 공격하는 결정을 내린 책임자는 정당한 이유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방해하는 행위는 범죄라고도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ICC 회원국은 아니지만 유엔에는 가입돼 있기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의 행동을 ICC에 회부하는 것은 가능하다.
◎ 인질 석방을 위한 교섭
가자에서 억류된 인질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이 정확한 인원을 확인 중이다. 이스라엘군은 28일까지 억류 중인 것으로 보이는 230명의 가족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지도자 신와르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인 6630여 명의 석방을 대가로 인질 전원을 즉각 석방하는 협상을 시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양측의 대상 인원에 큰 차이가 있지만 가족들의 대표자는 이날 회견에서 이 같은 협상을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