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체주머니의 잠
김지녀
보이는 것을 집어삼키기 위해
내 몸의 절반은 위가 되었다 가끔
헛배를 앓거나
묽어진 울음을 토해냈지만
송곳도 뚫고 들어올 수 없는 내벽의 주름들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굶주린 항아리처럼 언제까지나 입을 벌리고 있다
안쪽으로 쑥 손을 넣어 악수하고
손끝에 닿는 것들을 위무하고 싶은 밤
나는 만질 때에만 잎이 돋는 나무 조각이거나
따뜻해지는 금속에 가깝다
오늘 내 안에 꽉 들어찬 것은 희박하고 건조한 공기
기침을 할 때 튀어나오는 금속성 소리
날카롭게 찢어진 곳에서, 푸드득 날아간 새는 기침의 영혼인가
한 문장을 다 완성하기도 전에
소멸하는 빛과 밤, 사이에서
나는 되새김질을 반복했다, 반복해도
소화되지 않는 나의 두 입술
밧줄처럼 허공에 매달린 나는 공복중이다
사물들의 턱뼈가 더욱 강해진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09년 11-12월호
<추천시인-서귀자 시인, 시하늘>
삶의 모습은 항상 그 중심의 인간에게는 언제나 부분이다.
극히 한 획의 일생이라는 것을 다 안다. 그러나,
탁류의 세상이면서도 그 세상 한가운데의 나란 언제나 돌아가버리면 하나의 점일 뿐인데 그 점도 아닌데
사느라 발버등친다, 피곤할 줄 모른다, 언제나 바란다.
오늘 아침도 낮도 저녁도,
이렇게 움직이는 동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올까, 아마 인간이란 생명을 붙인 이름부터 시원이리라.
김지녀 시인의 시, 물체주머니의 잠, 제목도 신선하고
삶의 모습을 응고시켜 해탈해가려는 응축의 시 모습도 이채롭다.
언제나 위태한 매달림의 대동대롱이면서도
공복중인 우리의 위...
이민영(시인), <시사랑사람들> 문예대학생 분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