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사료를 쥐가 먹어 치우다
고양이 밥통에 담긴 사료를 쥐가 다 먹어 치우면 고양이가 굶주리게 될까, 아니면 고양이 사료를 먹고 살찐 쥐를 고양이가 잡아먹을까?
모 아파트 담벼락 아래 놓인 길고양이 급식통엔 쥐와 함께 비둘기가 들락거린다. 먼저 쥐 한 마리가 들어가 사료를 먹어대니 이내 서너 마리의 쥐가 모여들었다. 도심에서 쥐가 많이 나타나 순간 놀라기도 했는데 담벼락에 박혀 있는 작은 우수관으로 들락거렸다. 쥐가 만찬을 즐기자 이내 비둘기가 날아들었다. 그러자 쥐가 비둘기를 피해 자리를 잠시 피하는가 싶더니 지나는 차량으로 비둘기가 날아가자 이내 다시 모여들었다.
쥐가 사료를 다 먹어 치우는 동안 고양이는 어디 갔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고양이 냄새가 잔뜩 묻어 있을 터인데 쥐들은 조금도 거리낌없이 들락거리며 사료를 먹었다.
캣맘이 길고양이들을 위해 집과 사료를 마련했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쥐들이 먹어치우는 것을 알까? 이 날의 결과만 놓고 본다면 캣맘은 쥐를 사육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곳은 또 있다. 대천변 산책로에 비둘기 먹이를 날마다 놓고 가는 주민이 있다. 하지만 비둘기 먹이는 까마귀를 불러들여 까마귀가 비둘기를 쫓아내고 사료를 우선적으로 먹는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심지어 어떤 날에는 왜가리도 한입 할 요량으로 찾아들지만 어쩌랴 바닥에 놓인 사료는 왜가리에게 그림에 떡이다. 눈앞에 놓인 사료를 먹지 못하는 왜가리는 자리만 지키고 있다 결국 자리를 떴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이는 나름대로 연유가 있을 것이다. 먹이를 달라고 따라다니는 비둘기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고 실제 먹이를 달라고 캣맘을 졸졸 따라다니는 비둘기를 보곤 했다. 하지만 주는 사료를 먹는 놈들은 따로 있으니 이런 점도 먹이를 주는 이들이 참조했으면 한다.
고양이 사료를 쥐가 먹는 장면이나 비둘기 모이를 까마귀가 먹는 모습은 결코 유쾌하지 못하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