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現 세이브 포인트제 문제있다
야구는 기록 경기다. 그런데 종종 불합리한 기록들이 눈에 띈다.
타율 3할을 기록해도 정작 중요한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 1할대의 타율을 보였다면
3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마무리투수의 방어율이 선발투수의 방어율과 다른 점도 겉으로 드러난 기록과 실제 기록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수비 무관심’이 도입된 배경도 의미없는 도루를 골라내기 위해서였다.
130여년되는 메이저리그는 이런 불합리한 점을 현실적으로 고쳐가면서 기록을 기록답게 만들어가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기록의 변천사나
다름없다.
●현 세이브포인트의 문제점.
현재 국내에서 시급히 고쳐야 될 기록이 바로 마무리투수에게 적용되는 세이브포인트다. 구원승, 세이브를 작성했을 때 나란히 1포인트다.
이래서는 구원투수의 능력을 정확히 잴 수가 없다.
세이브 기회에 등판해 이른바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는데도 이 대목은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세이브 기회에서 선발 혹은 구원투수의
승리를 날려버리고 쑥스러운 구원승을 챙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뒷날
기록은 구원승만 기억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기록 전문회사 스포츠 투아이는 아직도 블론세이브를 전산화하지 못하고 있다. 일일이 기록지를 보고 마무리투수의 블론세이브를 찾아내는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단계다.
메이저리그는 기록표에 홀드와 블론세이브가 명확히 구분돼 있다. 우리나라의 현 세이브포인트 시스템은 일본식을 따르고 있다.
●롤레이즈 릴리프 맨 스코어링 시스템.
메이저리그는 구원승보다 세이브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 마무리투수의 임무가 뒷문을 걸어 잠가 승리를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의 세이브포인트 시스템보다는 롤레이즈 릴리프 포인트 시스템이
다소 합리적이다.
국내는 구원층이 두껍지 못하다 보니 구원승과 세이브를 같은 무게로
취급한다. 3이닝 마무리를 버젓이 하고 있으니 단순 세이브에만 무게를 둘 수 없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는 마무리투수에 대한 기록과 시상을 ‘롤레이즈 릴리프
맨 스코어링 시스템’으로 공식 채택했다. 롤레이즈는 의약품회사 화이자가 만드는 위장약 제산제다. 1976년부터 롤레이즈 릴리프 맨을
시상했다.
세이브는 3포인트, 구원승 2포인트, 구원패와 블론세이브는 각각 -2포인트다. 터프 세이브는 4포인트다. 터프 세이브는 누상에 주자가 동점 혹은 역전 상황에 있을 경우 세이브를 작성했을 때다. 가령 9회말
5-3으로 앞선 2사 만루상황에서 세이브를 작성하면 터프 세이브가 된다.
●진정한 소방수는?
14일 현재 구원 부문 1위는 LG 이상훈이다. 4승30세이브로 34세이브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55경기에 등판해 56.2이닝을 던져 방어율은
3.34를 유지하고 있다.
그 뒤를 SK 조웅천이 바짝 쫓고 있다. 6승27세이브로 32세이브포인트를 작성하고 있다. 59경기에 출장한 조웅천은 69이닝을 던져 방어율 2.22를 기록해 마무리 가운데 투구 내용은 가장 좋은 편이다.
삼성의 ‘마당쇠’ 노장진은 9승20세이브 29세이브포인트다. 48경기에 등판했으나 투구이닝은 무려 75.1이닝에 이른다. 현대 조용준은
40경기에 나서 2승22세이브를 기록, 25세이브포인트로 이 부문 4위에 머물러 있다.
메이저리그식 롤레이드 포인트로 따지면 이상훈은 78포인트가 된다.
세이브와 구원승은 98포인트이지만 4구원패 6블론세이브로 20포인트를 빼야 한다. 이상훈의 세이브 성공률은 82.8%로 높은 편이다. 이광한식 마무리로 투입된 게 결정적이다.
조웅천은 69포인트로 이상훈과 큰 격차가 있다. 세이브보다 구원승이
많은 데다 4구원패와 7개의 블론세이브가 있다. 세이브 성공률은
79.4%다. 국내 세이브포인트로는 막판 역전이 가능하지만 메이저리그식을 적용하면 불가능하다.
마무리인지 셋업맨인지 분간이 안되는 노장진은 롤레이즈 포인트가
고작 34포인트에 불과하다. 마무리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블론세이브 11개를 기록했고 패수도 10패나 된다.
세이브 성공률도 64.5%밖에 안된다. 노장진의 책임보다는 김응룡 감독의 스타일에서 비롯된 결과다.
부상으로 경기 출장이 적었던 조용준은 세이브 성공률이 82.1%로 이상훈에 이어 두번째다. 아울러 세이브포인트도 53포인트로 노장진보다 높다. 구원패와 블론세이브는 각각 다섯번을 기록했다.
●현 세이브포인트 시스템 고쳐야.
현 세이브포인트는 고쳐야 마땅하다. 구원패와 세이브포인트를 기록에 포함하지 않고 구원승과 세이브만 놓고 마무리의 능력을 파악하는
것은 불합리의 극치다. 이제 KBO는 시즌 후 불합리한 세이브포인트에 대해서 심각히 논의할 시점이 됐다.
문상열전문기자 texas@